“어려운 수학문제도 풀게 해야”…킬러문항 논란 와중에 입뗀 수학교수
수학 교육과정이 축소되면서 실력 줄어
수상기록 기재 못하니 대회 도전안해
중국과 격차 실감…영재교육 돌아봐야
올해 국제수학올림피아드 한국대표단 단장을 맡았던 최수영 아주대 수학과·AI모빌리티공학과 교수(입학처장 겸임)는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만나 ‘킬러문항’ 논란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최 교수는 “학생들이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서 개인의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입시에서는 적당한 난이도의 문제가 출제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도 “학교 현장에서는 더 어렵거나 난도 높은 문제를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게 좋다”고 소신을 밝혔다. 평가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의 실력 향상에 교육·입시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취지다.
최 교수는 입시에서 과도하게 어려운 문제가 나오는 것은 좋은 현상이 아니라며 킬러 문항을 없애는 방향에 동의하면서도, 수학 교육과정이 약화되고 있는 점을 비판했다.
그는 “수학 교과서를 계속 집필해 오고 있는데 수학 교육과정 중 예전에 배우던 내용이 현재는 많이 빠진 상황”이라며 “학교 현장에서 수학 교육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면서 학생들의 수학·과학 실력이 예전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국제수학올림피아드 한국대표단 단장을 역임했던만큼 현 대입 체제 하에서는 수학·과학 영재들이 고난도의 사고력을 요하는 문제에 대해 고민해볼 시간과 유인이 부족하다는 점에 대한 우려도 크다.
최 교수는 “대부분 대학의 수시 전형에서 어떤 종류의 수상 기록도 적을 수 없기 때문에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받아도 입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올림피아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상당히 많은 시간을 투자한 셈인데 대학 진학 땐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란이 비어 있는 등 올림피아드 공부를 하면 할수록 대학 진학에 손해를 보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대표단 학생들이 학교 내신이나 수시 전형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고, 몇몇 학생들을 제외하고 올림피아드 공부를 안 하는 게 입시에 유리하기 때문에 우수 학생들은 올림피아드 지원 자체를 꺼리게 되면서 중국 등 다른 나라와 수학 실력에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2019년 이래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종합순위에서 계속 1위를 지켜왔다. 그는 “올해 한국대표단 실력도 많이 올라와 한번 잘 해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중국대표단의 실력과는 여전한 격차가 있다는 점을 피부로 느꼈다”며 “한국 전반의 영재교육이나 수학·과학 교육 시스템 자체를 한번 돌아봐야 하는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위상수학 전공자로 지난해 아주대가 첨단학과로 신설한 AI모빌리티공학과 교수를 겸하고 있다. AI모빌리티공학과는 자동차·로봇·교통을 융합하는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이끌어갈 첨단 산업 융합 인재 육성을 목표로 한다. 산학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현장 실습, 인턴십, 산학 장학생 지원을 활발히 추진하고, 해외 유수 대학과의 학생 교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올 여름에도 AI모빌리티공학과 학생들이 미국 미시간대학으로 해외연수를 떠났다. 최 교수는 “드론이나 서빙 로봇 등 모빌리티는 대부분의 기술의 집약체로 수학 등 여러 분야가 집약돼 있다”며 “인공지능 역량을 갖춘 모빌리티 전문가를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부터 아주대 입학처장도 겸하게 된 최 교수는 “대학에서의 교육의 시작은 입시로 볼 수 있어 입학처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교육 환경이 계속 변하는 상황에서 대학교 입학과 이미지 개선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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