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엔터-사교육 다음은 의료..시진핑 사정효과 이번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정 칼날이 이번엔 의료계를 향한다. '공동부유'를 앞세워 부동산과 엔터테인먼트 산업, 사교육 등을 때려잡고 있는 시 주석이지만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론 환기와 소비진작이 목표지만 오히려 민간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규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완화메시지도 동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관영 환구시보는 지난 12일까지 의료계 부패 문제로 당국의 조사를 받은 병원장과 당서기가 최소 176명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쓰촨성 이빈시 제1인민병원 당서기 겸 원장과 부원장이 컨소시엄 구성을 주도해 의료기기와 의약품을 구매하고 뒷돈을 받았다가 낙마한게 대표적 사례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기율위원회는 1500만 위안(약 27억원)짜리 의료장비를 두 배 가격에 사들이며, 그보다 큰 무려 1600만위안을 리베이트로 받아 챙긴 병원장도 적발했다. 조사 결과 통상 납품가격의 20~30%를 병원 관계자에 주는게 업계 관행처럼 고착화됐다. 리베이트가 커지면 의료장비나 약 납품가가 올라가고 이는 진료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결국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환자들의 부담이 커진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의료계 반부패 단속과 관련해 지난달 말까지 자수할 경우 감형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꿔말해 8월 이후 적발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처벌이 직위해제 정도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시 주석의 반부패 사정 릴레이는 부동산과 엔터, 사교육에 이어 의료에 이르고 있다. 시진핑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국유기업 중심 산업구조 강화와 분배 중심의 '공동부유'를 강조했다. 2018년부터는 플랫폼 기업 규제를 시작했고, 2020년엔 이른바 부동산 3대 레드라인 규제(△부채비율 70% 초과 금지 △시총 대비 부채비율 100% 미만 의무화 △단기차입금 대비 보유현금 1배 이상)를 도입했다.
시 주석은 또 2021년에는 학교에서 숙제와 방과 후 과외를 줄이는 '이중경감' 정책을 시작했다. 만연한 사교육을 완전히 때려잡겠다는 거였다. 같은 해 엔터테인먼트 규제도 도입했다. 불법을 저지르거나 덕성을 상실한 사람은 방송에서 배제하는게 핵심인데, 말하자면 '정풍운동'이다. 방송국과 인터넷 플랫폼에서 출연 배우나 게스트를 정할때 정치적 소양 등을 기준으로 삼도록 했다.
사교육 금지 대책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속은 약하고 과외는 음성화됐다. 규제 초반 사교육이 반짝 사라지고, 나스닥에 상장해 시총이 수십조원에 이르던 사교육 기업 신둥팡(新東方)이 사라졌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과외가 지하시장으로 숨어들며 외려 단가가 높아졌다. 온라인 과외도 인기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최근 한 중개인을 인용해 "(나는) 여러 번 적발됐지만 당국의 처벌은 가벼웠고, 점점 더 많은 부모가 방과 후 학원 및 과외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의 각종 규제와 사정은 대중에 통쾌함을 줄 수 있다. 특히 의료비 규제는 최근 중국 정부가 골몰하고 있는 가계소비 확대 문제와도 맞닿아있다. 가계지출을 줄여줄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획기적으로 줄여 가처분 소득을 늘려줄 수 있다는 거다. 칭화대 셰마오쑹 국가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SCMP와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주택담보대출과 자녀 교육비, 의료비에 대해 걱정하면서 소비가 약해지고 있다는게 중국 당국의 진단"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규제는 민간기업엔 부정적 시그널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기업의 입장에선 사회적 정치적 변수와 리스크가 최소화되는게 중요하다. 규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완화 메시지가 나와야 한다는 거다. 실제 중국 국무원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의 압박에 대응, 외국 자본에도 중국 국민과 동등한 대우를 보장한다는 내용의 외국인 투자촉진 대책을 최근 내놨지만 현장에선 별 관심이 없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13일 2분기 외국기업의 중국 투자금액이 49억달러(6.5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87% 줄었다고 보도했다. 기업들은 조사와 병행된 설문조사에서 미중갈등을 주요인으로 꼽았지만 중국 정책의 불투명성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답한 기업도 적잖았다고 보도, 시사점을 던졌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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