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점점 병들고 있다"…잼버리 스웨덴 부대장 일기 보니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현장 /사진=가디언 갈무리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가 'K-팝 슈퍼라이브' 콘서트를 끝으로 무사히 폐영했지만 외신을 통해 행사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현지 시각) 영국 가디언은 스웨덴 스카우트 부대장인 모아 매너스트롬(23·여)의 일기를 통해 무더위와 폭우, 열악한 운영 등으로 혼란에 빠졌던 잼버리 상황을 전했다.

스웨덴 스카우트는 개영식이 열린 지난 3일 새만금 캠프에 도착했다. 애초 일정보다 하루 늦었음에도 캠프는 아직 준비가 덜 된 상태였다. 특히 바닥에 물이 빠지지 않은 상태여서 텐트를 쳐야 할지 말아야 할 지부터 혼란스러웠다고 한다.

텐트도 치지 못 한 상황에서 개막식 장소로 이동해야만 했다고 한다. 이동하는 데는 1시간 이상이 걸렸다.

매너스트롬 부대장은 "개막식 장소까지 가는데 폭 2미터의 다리가 있는데 이 다리 때문에 정체가 벌어졌다. 군중에 대한 통제는 없었다"며 "도착했을 때 우리 자리는 없었고 동료들은 집에 가고 싶어 했다"고 설명했다.

개막식을 마치고 캠프로 돌아와 텐트를 치기 시작했고 새벽 2시에야 이르러서야 잠을 잘 수 있었다고 한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현장 /사진=가디언 갈무리

그 다음 날부터 폭염과 싸움이 시작됐다. 매너스트롬 부대장은 "텐트 안이 너무 뜨거워서 아침 7시 이후에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라며 "대원 몇명이 열사병에 걸리기 시작했다. 물이 부족했는데 수돗물은 염소 냄새가 나고 미지근했다"고 지적했다.

음식 문제도 지적했다. 글루텐, 우유, 조개류 등에 알레르기가 있는 대원들이 있어 이들은 바나나와 콘플레이크로만 끼니를 때웠다고 한다. 또 채식주의자들은 단백질 대체물이 없어 국수만 먹었다고 전했다.

셋째날이던 지난 5일에는 대부분 활동이 취소됐다. 무더위로 대원들은 지쳐갔고 화장실 등 시설은 비위생적이었다고 한다. 결국 영국 스카우트가 철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캠프에 걱정이 확산했다.

영국 스카우트가 철수하자 그 다음날 미국 스카우트도 떠났다. 그러자 변화가 생겼다고 한다.

매너스트롬 부대장은 "하루에도 몇 번씩 화장실을 청소하기 시작하면서 막힌 변기 수가 훨씬 적어졌다"며 "그늘을 만들고 물을 나눠주며 대원들이 활동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원봉사자들은 최선을 다했고 그들의 눈에서 그들이 얼마나 피곤한지 알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스웨덴 스카우트 부대장인 모아 매너스트롬 /사진=가디언 갈무리

일부 개선이 됐지만 여전히 열악했다고 한다. 매너스트롬은 다음 날 발목을 다친 대원과 함께 의료 텐트를 찾았는데 해열제 같은 필수 의료품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는 "이 시점에 나도 지쳤다. 모두를 행복하고 즐겁게 유지하는 것은 어려웠다"고 당시를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태풍이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다음날 새만금을 떠났다. 매너스트롬 부대장은 마냥 기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버스에 탔을 때 마침내 에어컨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라면서도 "모든 자원봉사자들에게 정말 미안했다. 우리가 떠날 때 그들은 매우 침울한 분위기였다"고 했다.

캠프를 떠난 스웨덴 스카우트는 한 대학으로 대피했고 이후 일정을 소화했다.

박효주 기자 app@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