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빙ㅣ 패기 넘치는 한국형 히어로물의 출사표 ①
아이즈 ize 정명화(칼럼니스트)
대작, 대형, 초호화, 거대 자본. '무빙'을 만나기에 앞서 요란스러운 수식어가 기대감을 한껏 부풀렸다. 온갖 장식을 달고 화려하게 포문을 연 '무빙'은 7편의 에피소드만을 먼저 선보였다. 여름 극장가 텐트폴 영화만큼이나 OTT계의 기대작으로 꼽혀온 '무빙'은 화려한 수사들로 인해 가졌던 기대와는 다른 결의 느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누적 조회 수 2억뷰를 넘어선 강풀 작가의 웹툰 원작을 20편의 시리즈로 만든 이번 작품은 조인성, 류승룡, 류승범, 한효주. 차태현 등 내로라하는 스타배우들이 출연하고 고윤정, 이정하, 김도훈 등 주목받은 젊은 배우들이 캐스팅돼 기대감을 키웠다. 초능력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와 강풀 작가의 탄탄한 세계관, 500억원의 제작비, 디즈니플러스 전세계 동시 공개 등 숱한 화제 속에 베일을 벗었다.
속내를 보인 '무빙'은 막강 액션 화력으로 무장한 SF 블록버스터보다 서정적이고 잔잔한 가족 드라마에 더 중심을 둔 듯 하다.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숨기고 은둔해 살아가는 부모와 그들의 자식들의 모습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며 드라마적인 감정을 쌓아올린다. 추후 공개될 본격적인 갈등과 사건 전에 주인공들의 스토리라인과 서사에 집중한 느낌이 역력하다. 무엇보다 성인 주인공들의 과거나 배경 등은 배제하고 자녀들의 성장과 로맨스에 집중하고 있어 드라마의 성격이 짙게 느껴진다.
'무빙'은 특별한 초능력을 숨기고 친근하고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그린다. 돈까스집 아들이자 엄마 미현(한효주)과 단둘이 살고 있는 고3 봉석(이정하)은 같은 반으로 전학 온 희수(고윤정)에게 첫눈에 반한다. 비행 능력을 숨기기 위해 다리에는 모래주머니를 달고 무거운 가방을 메고 다니는 봉석은 가정형편 탓에 체대 진학을 꿈꾸는 희수에게 비밀을 들키고 만다. 희수 역시 '절대 다치지 않는' 재생 능력을 가지고 있다. 전 학교에서 일진 무리들과 17:1로 싸워 전학을 오게 된 희수는 치킨집을 하는 아빠 주원(류승룡)와 함께 살고 있는 씩씩한 소녀다. 아들과 딸의 초능력을 숨기고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고된 삶을 살고 있는 봉석과 희수의 부모. 그들 역시 비밀스러운 과거와 초능력을 감춘 채 은둔하고 있지만, 은퇴한 초능력자들을 노리는 킬러 프랭크(류승범)이 나타나 목숨을 위협받게 된다.
작품은 크게 학교와 집, 그리고 프랭크의 암살 행적을 오가며 스토리를 진행시킨다. 초능력자들의 자녀를 은밀하게 모아 감시하고 있는 정원고등학교에서는 하이틴 순정 로맨스 장르의 풋풋한 느낌을 준다. 대입 전쟁을 치르는 고3들의 일상과 학교에서 피어나는 첫사랑의 풋풋한 로맨스는 하이틴 성장 드라마에 충실한 모양새다. 초능력을 부모들로부터 물려받은 아이들과 조금 특별하고 비밀스러운 부모들의 관계는 가족드라마 장르를 연상시킨다.
서정적이고 잔잔한 드라마가 전개되다 중간중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격투 신과 과거 회상 장면이 '무빙'의 주요 장르가 액션임을 상기시켜준다. 특히 은퇴자들을 처리하는 킬러 역을 맡은 류승범의 등장 신은 강렬한 존재감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강한 타격감과 속도감 넘치는 액션도 인상적이지만, 어린 시절 버림받고 킬러로 키워진 프랭크의 냉혹함 이면에 처연한 슬픔을 보여준 류승범의 연기가 압권이다.
류승룡은 '극한직업'을 연상케 하는 치킨집 사장, '염력'을 떠올리게 하는 초능력자 딸바보 캐릭터를 맡아 어쩔 수 없는 기시감을 준다. 그러나 최강의 능력을 가진 '구룡포'라는 인물이 앞으로 전개될 회차를 통해 전작들의 기시감을 떨칠 수 있으리란 기대를 걸어본다. 장성한 아들을 둔 엄마로 모성연기를 펼친 한효주의 새로운 변신과 7화 말미에 겨우 모습을 드러낸 조인성의 아버지 연기 역시 신선한 재미다. 현재까지 공개되지 않은 조인성과 한효주, 김성균 등의 초능력이 과연 어떤 괴력을 보여줄지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무빙'은 평범해 보이는 소시민, 우리의 이웃이 가진 특별한 능력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누구나 한번은 꿈꿔봤을 법한 비행, 재생, 투시, 청력, 스피드, 전기 에너지 등 다양한 초능력이 등장해 캐릭터들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어준다. 부모로부터 유전을 통해 물려받은 초능력을 점차 각성하고 힘을 키워가는 아이들의 성장도 극의 재미를 더해줄 듯하다.
그동안 한국형 슈퍼히어로는 다양한 캐릭터와 서사를 앞세워 스크린에 도전장을 내왔다. 그러나 '한국형'이라는 전제와 그만큼의 한계에 매몰돼 이렇다할 성취를 이루지 못했다. '무빙'은 앞선 '한국형 히어로물'의 잔혹사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패기 넘치는 출사표를 던졌다. 글로벌 OTT 디즈니플러스의 플랫폼을 타고 할리우드 슈퍼히어로들의 화력을 넘어설 매력적인 캐릭터와 '무빙'의 거대한 세계관을 그려갈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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