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꿈 자식에게 투영한 엄마…한국 관객도 공감할 것"
(제천=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제19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 '뮤직 샤펠'의 주인공 제니퍼(타커 니콜라이 분)와 어머니 사라(루스 베쿠아르트)의 모습은 한국 관객에게도 낯설지 않게 느껴질 듯하다.
이 영화는 세계적인 권위의 클래식 경연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 출전하게 된 젊은 피아니스트 제니퍼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다.
제니퍼는 어려운 집안 형편에도 어머니 사라의 손에 이끌려 피아노를 배운다. 사라는 반드시 줄리아드 음대에 입학해야 한다며 딸을 압박하고 혹독한 훈련을 받게 한다. 딸을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면 자신의 희생을 보상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제천체육관에서 상영된 이 영화는 자식의 성공이 곧 자신의 성공이라 생각하는 부모들을 직간접적으로 많이 봐왔을 한국 관객의 공감을 끌어내며 호평받았다.
영화제 참석을 위해 방한한 도미니크 데루데르 감독을 개막 이튿날인 지난 11일 청풍호 인근 한 카페에서 만났다.
데루데르 감독은 "제니퍼처럼 부모의 강압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이 자유를 찾고 자기만의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영화를 통해 말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세상의 많은 부모가 자기 삶에 만족하지 못하지요. 그러다 보니 자신의 열망이나 목표를 자식에게 투영하는 일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자기보다 자식이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자식에게 엄청난 압박감을 줍니다. 어머니로 인해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제니퍼처럼요."
그는 특히 아시아, 그중에서도 한국인 부모가 이런 성향이 짙은 것 같다고 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15년간 사는 동안, 이 같은 한국인 부모를 많이 봤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젊은 관객이 '뮤직 샤펠' 속 사라를 본다면 '저건 우리 엄마잖아!'라고 얘기할 것 같다"며 웃었다.
사라의 존재는 '뮤직 샤펠'에 긴장감과 몰입감을 부여한다. 영화는 콩쿠르 결선 전 뮤직 샤펠이라 불리는 저택에 머무르는 제니퍼의 현재 모습을 중점적으로 비추지만, 중간중간 회상 장면을 통해 사라를 보여준다.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병적인 집착과 맹목적인 믿음, 폭력이 한 인간에게 어떤 트라우마를 남기는지를 보여준다.
데루데르 감독은 '뮤직 샤펠'을 음악을 소재로 한 "서스펜스로 가득한 심리 스릴러물"이라고 소개했다.
"뮤직 샤펠이라는 곳은 12명의 젊은 예술가들을 가둔 채 고통스럽게 만들고 경쟁하게 하는 곳이잖아요. 제니퍼는 고립된 상태에서 자신을 성찰하고 옛 기억을 조금씩 떠올리게 됩니다. 관객들은 시간이 갈수록 제니퍼가 잔인해지고 예민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하면서 함께 불안해질 겁니다. 한마디로 이 영화는 한 인간이 자신의 트라우마를 직면하고 경쟁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네요."
결선 무대에 오른 제니퍼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는 후반부에 트라우마의 정체가 드러난다. 이 장면은 극의 긴장감뿐만 아니라 음악적 쾌감도 최고조로 달하게 한다.
여기에는 제니퍼를 연기한 니콜라이의 공이 컸다. 니콜라이는 실제로 피아노를 칠 줄 모르지만, 피아노 연주 연기를 위해 석 달간 어깨와 팔 동작은 물론 고갯짓과 시선 처리까지 연습했다고 한다. 나콜라이는 감독과 함께 영화제에 참석하기로 예정됐으나 제6호 태풍 카눈 영향으로 방한이 무산됐다.
'뮤직 샤펠'은 다음 달 13일 국내에서 정식으로 개봉한다.
데루데르 감독은 개봉 전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식에서 첫선을 보이게 돼 감사하고 기쁘다고 말했다.
"2008년에도 한국에 한 번 온 적이 있는데, 올 때마다 정말 사랑스러운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을 배경으로 영화를 촬영하고 싶어요. '뮤직 샤펠'을 볼 한국 관객들에게 한 가지 당부드리고 싶은 게 있다면, 이 영화가 클래식을 다뤘다고 해서 지레 지루할 것이라고 짐작하지는 말아줬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젊은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았으니 재밌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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