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최악’ 산불에 “정부 어딨냐”…주민들 ‘늦장’ 정부 대응 비판

최서은 기자 2023. 8. 14. 07:4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신속 복구지원 약속에도
주·연방 정부, 구호 조치는 더뎌
고립 주민들, 봉사자 물품 의존
산불로 타버린 하와이 마우이섬 라하이나 마을. 하와이 국토자연자원부·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산불이 100여년 만에 최악의 참사로 기록된 가운데 정부의 미숙한 재난 대비와 느린 구호 조치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앞서 산불 확산 당시 경보 사이렌이 울리지 않는 등 당국이 적절하게 대처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된 데 이어 후속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산불로 전력과 통신이 끊기는 등 고립된 상황에 놓인 마우이섬 서부 일대 주민들은 정부 기관이 아닌 자원봉사자들이 나눠주는 구호 물품에 의존하고 있다.

주민들은 라하이나 임시 배급소에서 다른 마우이 지역에서 나온 자원봉사자들로부터 통조림과 생수, 기저귀, 기타 생필품 등이 담긴 긴급 구호 물품 등을 받아 가고 있다.

구호품 수송에 나선 마우이 중부 키헤이 주민인 폴 로메로는 “세금을 받는 정부의 대응은 놀라울 정도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라며 “그들이 무얼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라하이나의 북쪽에 있는 호노코와이 마을에서 휘발유를 나눠주던 애슐리 얍도 “이 휘발유는 우리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마련했다”며 “정부는 대체 어딨는지 모르겠다”라고 비판했다.

지난 10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하와이를 연방 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신속한 복구 지원을 약속했지만, 현지에서 주민들은 지원의 손길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 공무원과 주·연방 정부 공무원들은 지난 8일 산불 발생 이후 6곳의 대피소를 설치하고 피해 지역에 상주하며 구호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대규모 긴급 구호 물품이 도착하기까지 시일이 걸리다보니 구호품 및 구호 인력 부족이 이어지고 있다.

리처드 비센 마우이 카운티 시장은 “정부가 도움을 주지 않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정부는 상점으로 달려간 뒤 물건을 사서 가져다 놓는 일반 시민들보다 아마도 느리게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마지 히로노 상원의원(하와이)도 CNN 인터뷰에서 “내가 아는 바로는 연방정부 기관들은 그곳(재난지역)에 있다”며 여론을 달랬다. 그러면서 “우리는 충격과 상실의 시기에 있다”며 “주민들이 왜 좌절감을 느끼는지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불 발생 당시 사이렌 경보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평소 당국이 산불 위험을 과소평가해왔다는 비판이 잇따르는 등 당국의 미진한 대비에 대한 분노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이에 앤 로페즈 하와이주 법무장관실은 전날 성명을 내고 마우이섬 산불 전후의 주요 의사결정과 대응 과정을 규명하기 위해 종합적인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