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용 전망보다 양호…여성·고령층·비대면이 견인
"전 세계 경기에 비해 고용 괜찮은 상황…장기적으론 감소할 것"
(세종=뉴스1) 손승환 기자 = 올해 우리 고용이 당초 예상과 달리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경험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은 만큼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여성과 고령층, 비대면 업종이 취업자 수 증가를 견인하면서 좋지 못한 경기 상황을 상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년 대비 평균 취업자 수 증가 폭은 34만9000명이었다. 월별 증가 폭은 △1월 41만1000명 △2월 31만2000명 △3월 46만9000명 △4월 35만4000명 △5월 35만1000명 △6월 33만3000명 △7월 21만1000명 등이었다.
◇주요기관 관측 '훌쩍' 웃돈 올해 취업자 수…"명쾌한 설명 어려워"
지난해 주요 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의 월평균 취업자 증가 폭이 10만명을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10만명을, 한국은행은 9만명을,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만4000명을 예상했다.
이후 한은과 KDI는 지난 5월과 8월,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 전망치를 각각 25만명과 30만명으로 대폭 상향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우리 고용 시장은 이보다도 상황이 좋다. 하반기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한해의 절반을 넘긴 지금까지도 대내 분석 기관의 전망을 상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고용 호조를 아직까지는 명쾌히 설명할 수 없다는 데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음에도 고용은 이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질 국내총소득(GDI)이 감소한 미국 역시 고용률과 취업자 수가 함께 늘어난 바 있다. GDI 감소는 국민의 실질적인 구매력이 떨어졌다는 의미로, 그만큼 경기가 안 좋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1분기부터 6분기 연속 전 분기 대비 GDI가 제자리를 유지하거나 하락했지만 고용은 유례없는 호조다.
김지연 KDI 경제전망실 동향총괄은 "고용률을 기준으로 취업자 수는 연평균 0.1~0.2%포인트(p) 증가하는데 2022년의 경우 전년 대비 1.6%p가 올랐다"라며 "지난해 취업자가 평소의 10배가 넘게 늘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긴 힘들다고 보고 올해는 이를 대폭 낮춰 전망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경기 상황에 비해 노동 시장이 괜찮은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직후인 2021년과 2022년에도 그랬는데 여기에 대한 명쾌한 설명은 아직 찾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한요셉 KDI 노동시장연구팀 연구위원도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닌 미국, 유럽 등 대부분 선진국의 고용이 코로나19 이전보다 좋다"고 설명했다.
◇여성·고령층 고용 '기대 이상'…"장기적으론 취업자 수 감소할 것"
이들은 취업자 수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늘어난 배경에 대해선 여성과 고령층의 고용이 견고한 점을 들었다. 명확한 설명은 어렵지만 경기가 좋지 않으면 여성과 고령층의 고용도 안 좋은데 현 상황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7월 여성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24만6000명 늘면서 29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특히 30대 여성 취업자 수는 7만2000명 늘어 같은 달 전체 증가 폭의 30%를 차지했다. 60세 이상은 1년 전보다 29만8000명이 늘면서 20대 이하(-13만8000명)와 40대(-6만1000명)의 취업자 감소분을 만회하기도 했다.
한은은 '한국과 미국의 노동공급 회복 차이: 경기적 or 구조적?' 블로그를 통해 "특정 계층에서 노동 공급이 추세적으로 늘면서 고령화에 의한 노동 공급 감소 효과를 상쇄했다"라며 "이는 여성 및 고령층의 노동 공급이 크게 증가한 데 기인했다"고 분석했다.
이외에 코로나19 종식과 함께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 비대면 업종의 호황이 이어진 점도 이유로 꼽혔다. 또 퀵서비스 및 대리운전 기사 등 비공식 계약이 많았던 직종에서 공식화된 형태의 계약이 이뤄지면서 통계상 집계되는 취업자가 늘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취업자 수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당장 2년 후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돌입하는데,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젊은층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한요셉 KDI 연구위원은 "고용은 단기적으로는 노동 수요의 영향을 받고 장기적으로는 인구 구조의 영향을 받는다"라며 "인구 고령화가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취업자 수 증가 폭이 0에 수렴하다 마이너스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s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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