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 딸 강제추행·폭행' 아버지 '집행유예'…법원 "본인 잘못 인정했다"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10여년 전 딸이 11살일 당시 강제 추행한 뒤 몇 년 후 폭력까지 가하는 등 범행 후 수년이 지나 재판에 넘겨진 아버지가 실형을 피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4일 뉴스1에 따르면 춘천지법 영월지원 제1형사부는 지난 4월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A씨(55)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과 장애인복지시설 및 아동 관련기관에 각 3년간의 취업제한도 명했다.

A씨는 2012년 가을쯤 강원 태백시 자신의 집 안방에서 당시 11세였던 딸 B양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당시 침대에 누워있는 B양에게 성행위적 표현이 담긴 말과 함께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추행했고, 그 후 딸이 밀어내자 욕을 하며 추행을 이어갔다.

A씨는 2년이 지난 2014년 가을쯤, 자택에서 당시 13세였던 B양을 1회 폭행한 혐의도 받는다. 당시 그는 B양이 방문을 잠그고 열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화가 나 방문을 두드리며 해를 끼치겠다는 식으로 말했고, 이에 문을 연 B양에게 속된 말을 하며 폭행했다.

사건 뒤 B양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2015~2016년 사이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B양이 겪은 사건은 경찰 등 수사기관을 거치면서 수년이 지나서야 법정에 올랐다.

A씨는 재판에서 변호인을 통해 아동학대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사실관계는 인정하나, 법리적으로 아동복지법상 신체적 또는 정신적 학대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A씨가 평소 자녀들과 배우자에게 강압적인 태도를 보였고, 자녀들이 보는데도 배우자에게 성적 욕설을 하거나 때리는 등 행동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또 사건 당시 A씨가 술김이나 홧김에 저지른 범행이며, 훈육 및 교육 동기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의 2012년과 2014년의 범행 혐의 관련 "행사된 유형력의 강도와 추행의 부위 등 각 범행의 범정이 상당히 무겁다"며 "각 범행 피해로 피해자가 큰 정신적 충격을 받고서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이 이 법정에 이르러 자신의 잘못을 대체로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진지한 사과와 상당한 수준의 피해 변제를 받고, 더 이상 피고인의 처벌을 바라지 않고 있다"며 "피고인에게 동종 전과가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홍효진 기자 hyost@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