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정 정지라는 현실 공포에 빠진 디아4
최근 블리자드 '디아블로4'는 다수의 유저에게 영구 정지 조치를 취했다. 유저들 사이에 "제재 당할 명분이 있으니까 당한 것이다''는 입장과 "제재 당할 만한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런 소모적 논쟁이 벌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디아4 운영진이 영구 정지 조치를 한 정확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탓이다. 정상적으로 즐기는 유저들도 현실 공포에 떨고 있다. 게임을 즐길 때 제재를 걱정해 심리적으로 우려된다는 의견이다.
게임사가 비매너 유저, 약관 위반 행위 유저를 대상으로 제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디아블로4처럼 단기간에 이 정도로 많은 유저가 영구 정지 당한 것은 이례적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지역 전체적으로 제재가 이뤄져 전 세계적으로 항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앞서 언급했듯이 영구 정지 이유를 밝히지 않은 것이다. 대부분 게임사는 악용을 우려해 제재 조치를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는다. 어떤 행위로 제재했다고 명시하면 해당 규정을 교묘하게 벗어나면서 악행을 저지르는 유저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게임사 입장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디아블로4는 명확하게 이유를 설명해야 할 분위기다. 영구 정지 대상자가 늘어나면서 추측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식 커뮤니티와 토론장에는 이미 영구 정지 관련 게시글로 도배된 상태다. 어떤 플레이를 하든 의심하거나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유저들 사이에서는 복사 골드 거래, 버그 악용, 비인가 외부 프로그램 사용, 특정 마우스 및 키보드 기능 사용 등 다양한 원인들이 거론되고 있다. 비인가 외부 프로그램은 명확하게 제재할 수 있는 사안이다.
골드 및 아이템 거래, 버그 악용, 마우스 및 키보드 등 주변 기기 특수 기능이 애매하다. 골드 거래의 경우 현금을 통한 골드 및 아이템 거래는 복사 여부를 떠나 제재 사유가 된다. 이를 제외하고 단순 게임 내에서 다른 유저들과 아이템을 거래하는 상황에서 복사된 골드가 사용되는 상황이 문제다.
보통 복사된 골드가 이동되면 발송인과 수령인이 모두 제재된다. 하지만 수령인 입장에서 자신이 받는 골드가 복사된 골드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단이 없다. 게임 내 거래는 공식적으로 허용되는 시스템이다. 유저들은 허용된 시스템을 이용하고 제재 당하는 억울한 상황에 놓일 수 있는 것이다.
버그 악용도 당연한 제재 대상이다. 하지만 디아블로4의 버그 악용 제재는 특수하게 바라봐야 한다. 디아블로4는 론칭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버그가 발생했고 수차례 수정 작업이 거듭됐다. 아직 수정되지 않은 버그도 수두룩하다.
이 과정에서 제재되지 않은 버그가 있었다. 예를 들어 초희귀 아이템인 '할리퀸 관모' 드랍율이 버그로 대폭 상승했을 당시 블리자드는 제재는 물론 아이템도 회수하지 않았다. 어떤 버그는 제재 대상이 아니고 어떤 버그는 제재 대상인지 규명하지 않은 상황, 그리고 그동안 버그가 많이 발생해 특정 현상이 발생할 때 버그인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유저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마지막으로 최근 출시되는 마우스와 키보드를 보면 게임 플레이 편의를 위한 각종 기능이 탑재돼 있다. 이것이 자칫 외부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모습으로 보여질 수 있다. 제3자가 매크로를 사용하는 걸로 오해해서 제보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물론 지금까지 언급된 내용들이 제재 사유가 아닐 수 있다. 커뮤니티에서 거론되지 않은 숨겨진 이유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혼란한 상황에서 분란을 증폭시키기 위해 그렇듯한 사유로 유저들을 현혹시키는 유저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더 명확한 공지가 필요하다. 현재 블리자드는 제재 사유를 제3자 외부 프로그램, 현금 거래 등 포괄적으로만 안내했다. 유저들은 보다 명확한 원인을 알려달라고 요청 중이다.
또한 한 번에 영구 정지는 너무 가혹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똑같은 행위를 해도 누구는 제재가 되고, 누구는 제재가 되지 않으니까 현재 문제가 되는 사유들을 명시하고 일정 기간 정지 이후 계속 문제를 일으킬 시 영구 정지를 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다.
영구 정지 조치가 쾌적한 게임 환경을 위한 운영이라도 소통은 늘 필요하다. 최근 게임 시장 트렌드가 그렇듯 유저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않으면 오래 살아남기 어렵다. 안 그래도 디아블로4는 완성도 문제로도 질타를 받고 있어 이러한 운영 이슈가 더 치명적이다. 영구 정지 원인에 대한 전 세계 유저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만큼 롱런을 위해 디아블로4의 조속한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moon@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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