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준 "7kg 감량하며 재난 상황의 인물 표현, 컨디션 조절 힘들더라" [인터뷰M]

김경희 2023. 8. 14.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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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가족을 지키고자 애쓰는 '민성'을 연기한 박서준을 만났다.

iMBC 연예뉴스 사진


박서준은 영화에서 사랑하는 아내 '명화'(박보영 분)와 함께 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해 현실에 순응하며 방범대 대장으로 활동, 입주민 대표 '영탁'(이병헌 분)의 눈에 벗어나지 않기 위해 신념보다는 동조를 택하는 인물로 등장했다.

박서준은 "'명화'의 남편으로 조금씩 변해가는 인물이다. 과해서도 안되고 덜해서도 안되는 적당한 선이 가장 중요했던 역할이었다. 평범함을 표현해야 했는데 평소 감정 표현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으로서 애매한 듯, 애매하지 않은 중간선을 찾으려 했었다. 어느 한쪽으로 감정이 확 가버리면 더 연기하기 쉬웠을 텐데 여러 가지에서 중간을 찾아야 했다"라며 극한의 재난 상황에 처한 평범한 인물을 연기하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음을 고백했다.

박보영과 부부로서 연기했던 그는 "첫 촬영부터 호흡이 좋았다. 영화 현장은 드라마 현장과 달리 비교적 템포가 천천히 가는 느낌이라 중간중간 세팅할 때나 촬영이 없을 때 별거 아닌 이야기를 나누며 가까워질 시간이 충분했다."라며 사전에 연기로 호흡을 맞추지 않았어도 현장에서 충분히 케미를 쌓을 시간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며 "박보영이 출연한 작품들을 보며 내적 친밀감이 쌓여서인지 내가 어색해하는 마음만 없으면 되는 분위기였다."라며 박보영의 작품을 그동안 꼼꼼히 봐 왔음을 알렸다.

이 작품에서 박서준과 박보영은 평범함 사람들을 대표해서 분위기에 동조하는 인물과 그럼에도 지킬 건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물을 보여주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라면 누가 더 옳았느냐라는 토론도 할 수 있겠지만 박서준은 "결국 둘의 목적은 같았을 것. 가족을 지키고 싶어 하는 마음에서 각자의 선택을 한 것. '민성'의 입장에서는 나보다는 '명화'를 위한 선택이었으며 잘못됨도 인지는 했을 것이다. 결국 마지막 엔딩까지도 다 그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라며 캐릭터의 입장에서 이야기했다. 그러며 "'민성' 이건 '명화'이건 모두 다 자신의 선택을 마지막에는 후회했을 것 같다. 하지만 '민성' 입장에서는 아내를 책임져주겠다고 약속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정말 가슴이 많이 아팠을 것 같다."라며 엔딩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영화가 시작되고 박서준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장면에서 많은 관객들이 몹시 야윈 그의 모습을 보며 깜짝 놀라게 될 것. "재난 상황이고 캐릭터가 근육질의 사람은 아닐 거라 생각해서 7kg을 감량했다. 추운 계절이 배경이라 두꺼운 옷을 입지만 제가 그 정도 체중을 빼야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평소 컨디션이 좋을 때가 76kg 정도 일 땐데 감량을 많이 하다 보니 컨디션 유지가 힘들었다. 영화에서는 한겨울로 보이지만 사실 폭염 속에 촬영했었다. 더위에 두꺼운 패딩을 입고 연기하면서 컨디션 조절에 많이 힘들었다. 감량된 상태를 오래 지속하다 보니 촬영이 끝난 뒤 회복하는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라며 캐릭터 표현을 위해 감량, 유지를 하며 꽤 오랜 시간 고생했음을 알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서준은 "역할 표현이 1순위다. 몸이 힘든 것보다는 캐릭터로 잘 보이느냐가 더 중요했다."라며 배우로서의 다부진 모습을 보였다.

이 작품을 촬영하면서 세트와 야외 분량의 감정을 연결하는데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는 연결된 장면으로 보이지만 실제 촬영은 한 달 정도 차이가 나는 장면도 있었다고. "초반의 재난 장면도 바깥의 장면은 춘천의 야외 세트에서 촬영을 했고, 차 안에 들어가 흔들리는 장면은 아파트 세트를 막아놓고 차만 세팅해서 촬영했었다. 상황을 연기적으로 연결시키는 게 제 몫이었다."라며 커트별로 다른 장소에서 촬영했음을 알렸다.

백화점 푸드코트로 기어 들어가는 장면은 세트였다고. "협소하게 공간을 만들어 놨고 어두워서 슛이 돌면 상황에 집중할 수밖에 없더라. 바닥에 더미로 만든 시체가 있었는데 더미라는 걸 알면서도 어둠 속에서 손에 닿으니 촉감이 실제처럼 느껴져서 소름이 돋더라. 제작진이 최대한 리얼하게 상황을 구현해 줘서 몰입도 잘 되고 표현이 쉬웠다."라며 제작진의 세심한 노력도 밝혔다.

영화 속에서 이병헌이 '아파트' 노래를 부르고 '황궁 아파트' 주민들이 모두 나와 흥에 겨워 춤을 추는 장면은 누구나 손에 꼽는 명장면일 것. 이 장면에서도 비하인드는 있었다. 박서준은 "원래 3~4 테이크를 촬영했었다. 그런데 완성된 영화를 보니 정식 촬영분이 아닌 테스트 컷을 쓰셨더라. 이 장면은 '영탁'의 캐릭터를 명확하게 드러나게 하는 시퀀스였는데 옆에서 제가 너무 드러나면 안 될 것 같더라. 그리고 '민성'은 공무원이었으니까 회사에서 회식할 때 어떻게 어울렸을까를 생각하고 그걸 녹이려고 애썼다."라며 이병헌 옆에서 설렁설렁 춤추던 모습이 나오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끔찍한 재난 이후의 상황을 그린 작품에 출연했기에 영화의 영향으로 혹시 생활에서 달라진 게 있냐는 질문에 그는 "웃긴 게, 저희 어머니가 손이 크셔서 항상 집에 한 달 정도는 마트를 안 가도 될 정도로 쟁여놓고 사시는 편이다. 아버지와 저희 3형제 살림이고 아버지가 대식가 셔서 집에 쌓인 식재료가 많은 게 익숙하다. 오히려 그렇지 않은 친구 집을 가면 허전하고 불안했었다. 이 영화를 촬영하고 나니 어머니가 현명하셨다는 생각이 들더라. 냉장고가 하나씩 늘어가고 아침마다 배달이 와 있는 게 과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어머니의 쇼핑을 존중한다."라며 본가의 분위기를 공개해 웃음을 안겼다.

단순한 재난 오락영화와 달리 무거운 메시지를 담고 있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다. 그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상상은 해봤다. 그 순간이 닥치면 너무 막막하겠지만 생존하고 적응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라도 했을 것이다. 저 역시도 '나였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 저라도 가족을 0순위로 생각할 것 같고 가족을 위해서라면 못할 게 없을 것."이라며 영화 속 상황을 상상했을 때를 그렸다.

그러며 "저라면 외부인을 받아들이자는 입장일 것. 우리나라 사람들은 위기에 더 강하다. 결집력이 있는 사람들이라 막상 이런 일이 닥치면 더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다"라며 긍정적인 생각을 밝혔다.

영화를 보고 난 뒤 토론하는 걸 좋아한다는 박서준은 "재미있다는 반응도 좋지만 영화 롤 보고 어떤 잔상이 남거나, 이러 인해 이야기할 시간이 만들어지는 것도 영화의 중요한 영향이라 생각한다."라며 "여러 인간 군상을 보여주면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을 한 번씩 하게 만드는,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일 것"이라며 영화를 추천했다.

"작품도 인연"이라는 그는 "순간의 인연에 충실했고 그렇게 쌓인 게 제 필모다. 앞으로도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고 충실해야겠다"라며 앞으로의 작품이 뭐가 될지 모르겠지만 순간이 쌓여 돌아봤을 때 배우 박서준의 시간을 잘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작품을 해 나가겠다며 다짐했다.

재난 이후 폐허가 된 서울에서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은 아파트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가치관을 지닌 다채로운 캐릭터를 현실적으로 그려낸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8월 9일 개봉했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어썸이엔티,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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