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언론 선제타격’ 이동관, 윤 대통령은 미리 점찍어뒀나
[윤석열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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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야당과 언론단체는 자녀 학폭(학교폭력) 무마, 증여세 탈루 의혹 등 재산 문제 함께 이 후보자가 과거 청와대에 몸담았을 때 정권의 ‘언론 장악’ 행태가 극심했다는 점을 내세워 그의 임명에 반대하고 있다. 이번 청문회에서도 그의 언론 장악 이력을 집중적으로 부각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그가 ‘공영방송 정상화’의 적임자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 후보자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바라건대 그 이후까지도 방송 환경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바꿔줄 수 있는 인물이라고 보는 것이다. 굳이 이동관이라는 논쟁적 인물을 내세운 이유, 반대로 이 후보자만큼은 반드시 막겠다고 나서는 이유를 두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 비판 언론 겨냥 “킬 체인 구축했다”
이 후보자는 1985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도쿄 특파원을 거쳐 정치부장, 논설위원을 지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는 정치부장 시절 기자와 취재원 관계로 인연을 맺었다. 2006년 10월, 이 전 대통령이 그에게 캠프 합류를 처음 제안했고 실제로 합류한 건 이듬해 7월이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그는 초대 대변인(2008년 2월~2009년 8월), 이어 홍보수석비서관(~2010년 7월)을 맡았다. 정권 후반기에는 언론특보로도 1년을 함께했다.
이 후보자를 잘 아는 정치권, 언론계 인사의 공통된 평가는 그가 조직 장악력이 빼어나고 머리가 좋다는 것이다.
“조직 장악력이 강하지요, 본인 아이디어도 많고요. 이 후보자가 지닌 강점이 있습니다.”(친이계 핵심 인사)
“(기자 생활을) 열심히 했고 너무 머리가 잘 돌아간다는 평이 있었죠. 뺀질거린다는 이야기인데, 유능한 사람이라면 그럴 수 있죠.”(동아일보 출신 언론계 인사)
이 후보자는 유능하면서도 근면했다. 언론을 상대할 때 그랬다. 2007년 7월1일 그가 공보실장 직함을 달고 캠프에 출근하며 가장 먼저 한 일 가운데 하나가 24시간 언론 모니터링 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이를 위해 과거 ‘광화문팀’으로 불린 김영삼 대선 캠프의 공보팀 구성원을 중심으로 8명의 실무팀을 꾸렸다. 이 팀은 티브이 5대를 놓고 온종일 방송 뉴스를 모니터링했다. 신문·잡지·인터넷도 빼놓지 않았다. 언론 보도에 대한 촘촘한 모니터링과 정확한 분석, 그리고 빠른 대응까지. 이 후보자는 이 시스템에 ‘대선 공보의 킬 체인(kill chai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이동관 회고록 ‘도전의 날들’ 25쪽, 2015년 12월) 킬 체인이란 북핵 사용 징후를 탐지한 뒤 선제타격으로 제거한다는 군사 용어다.
이 후보자가 기획·설계·실행·지휘의 1인 4역을 직접 맡은 대선 공보 시스템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거쳐 청와대로 이어졌다. 캠프 시절 ‘데일리 리포트’라는 이름으로 이 전 대통령한테 올라간 동향보고서는 청와대 대변인실에서 ‘일일 브리핑’으로 이름만 바꾸어 계속 나왔다. 특히 그는 2009년 홍보수석이 되자마자 일일 단위의 ‘공보현안회의’를 신설했다. 핵심 현안에 대한 언론 보도 모니터링과 이를 토대로 한 선제적 대응전략 수립 회의였다. 그는 “제대로 된 (언론) 브리핑을 하려면 청와대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다 알아야 한다”며 다른 수석실을 상대로 정보 공유를 요구했다. 핵실험 등 북한 동향에 관한 민감한 정보도 여기에 포함됐다. 정보와 권력이 이 후보자한테 집중됐다. 그가 왕수석으로 불린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 “윤 대통령, 언론 장악 경험자 구한 것”
국무총리 소속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학계 인사는 이동관 후보자 인선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속된 말로 악역을 맡을 수밖에 없는 자리잖아요. 정권을 잡고 있는 사람들로서는 공영방송 보도에 대해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고, 이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가질 수 있죠. 이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려면 당연히 강력한 리더십과 정무적 감각을 갖고 있으면서도 언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이 필요한데, 그게 이 후보자였다고 봐요.”
더불어민주당 언론자유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고민정 의원의 말도 다른 듯 비슷하다. 고 의원은 이 후보자가 갖고 있는 ‘경험’에 더욱 방점을 찍었다.
“윤석열 대통령한테는 ‘이동관밖에 없다’는 확신이 있는 겁니다. 공영방송에서 지금도 윤 대통령 자신을 괴롭게 하는 단독보도가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걸 해결하지 않으면 내년 총선은 어렵다고 보는 것이고요, 공영방송을 제압하려면 말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실제로 방송·언론 장악을 해본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물론 이 후보자는 언론 장악 이력을 강하게 부인해왔다. 그는 2017년 1월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박진호의 시사전망대’ 진행자가 ‘언론 장악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선구자라는 평가가 있다’며 이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냐고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과대평가해주셔서 감사하기도 한데, (중략) 저는 당시 일하면서 정부의 홍보라는 게 원래 정부의 일을 잘 알리는 것, 대통령의 철학을 알리는 것이니까, 그런 입장에서 열심히 일한 거죠.”
‘엠비시(MBC·문화방송) 뉴스데스크 보도 분석’, ‘와이티엔(YTN) 뉴스동향 및 문제 보도 조치’, ‘조선일보 문제 보도’ 등의 문건은 이 후보자가 당시 ‘대통령의 철학을 알리는 입장’에서 ‘열심히 일한’ 흔적의 일부다. 앞 2건은 지난해 4월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가, 조선일보 문제 보도 문건은 지난 6일 한겨레가 처음 보도했다.
‘엠비시 뉴스데스크 보도 분석’은 이 후보자가 청와대 대변인으로 재직하던 2008년 12월12일, 대변인실이 작성한 문건이다. 4대강 사업 등 대통령이나 정권에 불리하다고 판단되는 ‘문제 보도’를 분류하고 그 이유를 상세히 적은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이 방송사의 4대강 정비사업 관련 보도에 대해 이동관 대변인실은 “방송 3사 중 가장 먼저 (이를) 이슈화하고 연일 문제적 시각에서 보도”라고 썼다. 또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문화방송이 “단순 동정은 보도하지 않거나 축소한 반면 ‘재산 환원’ 등 논란 이슈에 대해서는 상세히 조명하고 앵커 클로징을 통해 거듭 비판 시도” 등 비판적 시각의 보도 자체를 문제라고 짚었다. 사실관계가 아니라 보도 태도가 정권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문제 보도’로 몰아간 것이다.
‘와이티엔 뉴스동향 및 문제 보도 조치’ 문건은 ‘문제 내용’에 대한 ‘조치 결과’까지 적시했다. 이 후보자가 홍보수석일 때인 2010년 5월31일치(조치 내용까지 공개된 문건은 전체의 극히 일부다) ‘와이티엔 보도 리스트’ 페이지를 보면, 당시 홍보수석실은 ‘외신들, “(중) 지지 신호 안 보여”’ 기사를 ‘문제’라고 지목한 뒤 “10시 뉴스 이후부터 해당 기사 비보도”라는 ‘조치 결과’를 나란히 소개했다. 당시 한·중·일 3국 정상회의의 핵심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중국의 협조 여부였다. 와이티엔은 중국이 한국에 대한 지지 의사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는 아에프페(AFP)와 비비시(BBC) 등 외신 보도를 전한 것인데, 이를 못 나가게 막았다는 것이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이동관 홍보수석실의 이런 행태는 ‘명백한 언론 통제’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당시 천안함은 중요한 사회 의제였고 북한 관련 사안이기에 중국이 동의했느냐 여부는 정부 견해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요인이었다”며 “해당 기사에 대해 정정·반론 보도를 요청한 게 아니라 ‘비보도 조치’를 했다는 것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대통령에게 불리한 보도를 막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 “언론은 장악될 수 없다”는 강변
킬 체인이라는 용어 사용에서 드러나듯 비판적, 혹은 적대적 보도를 선제타격과 제거의 대상으로 삼는 이 후보자의 언론관은 국가정보원 언론 장악 문건으로 접어들면 좀 더 뚜렷해진다. 현재까지 파악된 국정원 언론 장악 문건 중 이 후보자가 홍보수석일 때, ‘홍보수석실 요청’으로 생산된 문건은 확인된 것만 모두 4건이다. ‘김○○ 등 일부 연예인의 수면마취제 중독설 점검’(2009년 11월19일)과 ‘라디오 시사프로 편파방송 실태 및 고려사항’(2009년 12월24일), ‘방송사 지방선거기획단 구성 실태 및 고려사항’(2010년 1월13일), ‘케이비에스(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 쇄신 추진방안’(2010년 6월3일) 등이다. 그 내용은 이미 한겨레와 뉴스타파·경향신문 등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이들 문건은 하나같이 이명박 정부 비판 보도를 사전에 차단할 목적으로 ‘경영진에 대한 주의 환기’나 ‘공정보도 분위기 조성을 위한 계도활동’, ‘건전보도 유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각 방송사 기자·피디 등과 외부 진행자·출연진은 ‘좌편향’으로 규정하고 퇴출·교체 대상으로 분류했다. 더 구체적으로 ‘라디오 시사프로…’ 문건을 보면, 문화방송 라디오 ‘시선집중’ 진행자 손석희씨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진행자였던 방송인 김미화씨에 대해선 “퇴출, (경영진에) 교체 권고, 프로그램은 개편으로 폐지” 등 구체적 ‘지시사항’이 나온다.
국정원 언론 장악 문건 중 일부가 이동관 홍보수석실 요청으로 작성됐다는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이 후보자는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반드시 말하고 싶은 건 언론은 장악될 수도 없고 또 장악해서도 안 되는 영역이라는 것”이라며 “내가 만약 언론을 장악하기 위해 어떤 지시나 실행을 했고 분명한 결과가 있었다면 오늘 이 자리에 설 수 있었겠느냐고 말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2017년 국정원 불법사찰 사건을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결론은 다르다. 당시 수사팀은 ‘엠비시 방송장악 관련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실 관련성 검토’ 수사보고서의 ‘소결’에서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국정원을 통해 엠비시에 청와대의 지시를 잘 따르는 경영진을 구축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방송을 제작하는 기자, 피디, 간부진을 모두 퇴출시키고, 엠비시의 프로그램 제작환경을 경영진이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방송사 장악의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적시했다.
다만 수사팀은 정작 이 후보자는 조사하지 않았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지금 그를 방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한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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