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생각]돈보다 관심

노윤호 농협 청주교육원 팀장 2023. 8. 14.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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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휴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오후 6시가 넘어서 분당 서현역 인근에 도착했는데, 차들이 좀처럼 움직이질 않았다.

퇴근길 정체인가 했는데, 지인으로부터 서현역에서 칼부림이 발생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자료를 좀 더 확인해 보니, 내가 살았던 뉴저지 테너플라이 인근에서는 지난 10년간 2건의 총기 사고로 2명이 부상당했고, 근무지인 뉴욕의 맨해턴에서는 사무실 반경 1마일 이내에서 지난 10년간 48건의 총기 사고로 11명이 죽고 49명이 부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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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윤호 NH농협은행 청주교육원 팀장

지난 3일 휴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오후 6시가 넘어서 분당 서현역 인근에 도착했는데, 차들이 좀처럼 움직이질 않았다. 퇴근길 정체인가 했는데, 지인으로부터 서현역에서 칼부림이 발생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둘째 아이가 서현역 인근의 독서실에 다니고 있고, 지금은 저녁 먹으러 나갔을 시간. 부랴부랴 둘째에게 연락을 취했더니 다행히도 오늘은 집에 가서 음식을 시켜 먹고 쉬는 중이라고 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다른 친지에게 연락하였고, 집에 도착할 즈음에 다들 무사하다는 회신을 받았다.

신림역에서 묻지마 칼부림 사건이 발생한 지 2주도 안 되어 집 근처에서 또다시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제 우리나라도 안전하지 않은 걸까? 만약 우리나라도 총기 소지가 미국처럼 자유로웠다면? 생각만 해도 몸서리쳐지는 일이다.

해외지점 근무를 위해 가족들과 함께 미국 뉴저지에서 5년간 지낸 경험이 있다. 주재원들은 주거비를 좀 더 부담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역에 거주하고자 한다. 미국에서는 거의 매일 총기 사고가 발생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말이다. 2021년 상반기 통계를 보면 미국에서는 하루 평균 54명이 총기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자료를 좀 더 확인해 보니, 내가 살았던 뉴저지 테너플라이 인근에서는 지난 10년간 2건의 총기 사고로 2명이 부상당했고, 근무지인 뉴욕의 맨해턴에서는 사무실 반경 1마일 이내에서 지난 10년간 48건의 총기 사고로 11명이 죽고 49명이 부상당했다. 총기 사고가 일상이라 매 순간 의식하며 지내지는 않았지만, 한 번씩 주변을 돌아보고 몸가짐에 유의하며 지냈던 것 같다.

캘리포니아로 이민 간 친구는 가족들과 쇼핑몰을 가거나 나들이를 갈 때면, 항상 비상구를 먼저 확인하고 습관적으로 총기 난사에 대비하는 자신을 발견한다고 한다. 아마도 미국에서 오래 살면서 쌓여온 습관이리라. 이런 점에 있어서 한국이 미국보다 살기 좋은 것은 확실하다.

최근 경기 불황으로 증가 추세에 있기는 하나, 과거에 비하면 생계형 범죄는 많이 줄어들었다. 오히려 층간소음 분쟁 등 정신적 스트레스나 질환으로 인한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2021년 UN무역개발회의가 한국을 선진국 그룹으로 격상시켰고, 현재 한국은 G8(주요 선진 경제국)의 지위를 내다보고 있다. 돈, 돈 하던 시대는 이미 지난 것이다. 어떻게 버느냐 보다, 어떻게 쓰느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스트레스를 덜 받고,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삶을 사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다.

사건, 사고를 접하게 되면 주위를 돌아보게 된다. 나는, 우리 아이는, 우리 동네는,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이제는 앞만 보고 나아가기보다는 주변을 돌아보며, 내가 속한 사회와 환경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어야 하겠다. 모든 나쁜 일들은 나와 내가 속한 사회의 직접 또는 간접의 무관심으로부터 비롯된다고 한다.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가족들을 살펴보고, 정부뿐만 아니라 학계와 의료계 등 우리 사회 전반이 여러 가지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진다면 비극적인 사건·사고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행사의 운영 미숙이 기업과 지역사회의 관심으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면서, 가까운 곳에서부터 작고 다양한 관심들이 일어나 평화롭고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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