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체면 세워준 K팝 공연 보도자료에 외국어 남발 [우리말 화수분]

이강은 2023. 8. 14.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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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는 한민족 제일의 문화유산이며 문화 창조의 원동력입니다.

정부는 K팝 공연 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K-팝 콘서트가 잼버리 피날레를 감동적으로 장식할 것"이라며 "콘서트에 함께하는 스카우트 대원 전원에게 K-팝의 감동과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기념품 '콘서트 리멤버 키트'를 전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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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K팝 공연 성황리에 마쳤지만 사전 보도자료에 외국어 남발은 눈살 찌뿌리게 해
국어는 한민족 제일의 문화유산이며 문화 창조의 원동력입니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밀려드는 외국어와 국적불명의 신조어, 줄임말 등에 국어가 치이고 있습니다. 특히 국민 누구나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쉬운 우리말을 써야 할 정부와 지자체, 언론 등 공공(성)기관에서 사용하는 ‘공공언어’의 그늘도 짙습니다. 세계일보는 문화체육관광부·㈔국어문화원연합회와 함께 공공분야와 일상생활에서 쉬운 우리말을 되살리고 언어사용 문화를 개선하자는 취지로 ‘우리말 화수분’ 연재를 시작합니다. 보물 같은 우리말이 마르지 않고 끊임없이 생명력을 지니도록 찾아 쓰자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편집자주>
 
지난 11일 저녁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폐영식에 이어 당일 오후 7시부터 2시간가량 열린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는 전 세계 150여개국에서 모인 4만여명 스카우트 대원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겼다. 콘서트가 열리는 동안 서울월드컵경기장은 관중석과 그라운드에 마련한 좌석까지 4만3000석을 가득 메운 잼버리 참가자들의 환호와 갈채로 떠나갈 듯했다.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에서 대원들이 공연을 즐기고 있다. 뉴스1
지난 1일 개영식 때부터 폭염에다 조직위원회의 부실 대응으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편의시설 부족과 위생 문제 등으로 잼버리가 파행된 걸 감안하면 K팝이 정부와 국가의 체면을 어느 정도 세워준 셈이다. 앞서 정부가 이번 K팝 공연이 안전하고 성황리에 열릴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인 이유이기도 하다. 같은 맥락에서 K팝 공연 준비 상황과 관련한 보도자료도 잇따라 내놓으며 국민들에게 새만금 야영지와 다르게 공연은 정상적으로 진행되도록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알렸다. 하지만 보도자료에 외국어를 남발한 건 눈살을 찌뿌리게 했다.   

정부는 K팝 공연 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K-팝 콘서트가 잼버리 피날레를 감동적으로 장식할 것”이라며 “콘서트에 함께하는 스카우트 대원 전원에게 K-팝의 감동과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기념품 ‘콘서트 리멤버 키트’를 전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콘서트 리멤버 키트’ 기념품은 대한민국과 K-컬처의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굿즈들로 구성했다”며 ‘2023-2024 한국방문의 해’ 기념 에코백에 K-팝 콘서트 응원봉,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상품,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의 포토카드 등을 담았다고 덧붙였다. 카카오와 하이브가 ‘자발적으로’ 협조해 관련 상품을 무료로 지원했다는 설명과 함께.  

분량이 많지 않은 보도자료였지만 ‘피날레’, ‘콘서트 리멤버 키트’, ‘굿즈’, ‘에코백’ 등 외국어가 줄줄이 달렸다. 피날레는 ‘마무리’, 콘서트 리멤버 키트는 ‘기념품 꾸러미’, 굿즈는 ‘팬 상품’, 에코백은 ‘친환경 가방’이라고 각각 썼으면 많은 국민이 훨씬 쉽게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지 않았을까.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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