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록] "조합 설립부터 잘못" 절벽 끝에 선 미아3구역
[편집자주][정비록]은 '도시정비사업 기록'의 줄임말입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해당 조합과 지역 주민들은 물론, 건설업계에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도시정비계획은 신규 분양을 위한 사업 투자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방향성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현장을 직접 찾아 낡은 집을 새집으로 바꿔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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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3구역은 서울 강북구 미아동 767-51 일원 9489.3㎡에 지하 2층~지상 10층 아파트 총 268가구(임대 27가구)를 건립하는 사업으로 공사금액은 약 700억원이다. 올 6월 코오롱글로벌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4호선 미아역과 우이경전철 삼양사거리역·삼양역이 모두 도보 거리에 있는 역세권 입지다. 성암국제무역고 등 학교와 영훈중·고 등 인근 학군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곳은 종전 '미아뉴타운' 개발 대상지에 포함, 미아8구역이란 이름으로 재개발을 추진했지만 정부의 뉴타운 계획에 따라 정비구역지정이 무산된 바 있다. 이후 2017년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되며 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 사업방식을 전환, 지난해 9월 조합을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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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비대위 대표 B씨는 "같은 마을에서 살아온 주민들이 나서서 하는 일이니 마을에 피해가 가는 일을 추진하진 않겠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지만 근거 없는 말로 동의서를 받아내고 추가분담금에 대해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다 보니 의구심이 생겼다"고 했다. 조합 설립 한 달이 채 안 지난 시점에 비대위는 조합설립인가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첫 재판은 8월18일로 예정됐다.
지난 6월에는 정부에 강북구청 감사가 청구됐다. 조합이 시공사 선정 총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에게 10만원의 출석수당과 프라이팬을 제공한다는 내용의 문자를 발송한 사실이 확인됐으나 강북구청이 이에 대한 조사를 소홀히 했다는 취지다.
당초 제시된 비례율도 문제로 떠올랐다. 비대위는 조합이 창립총회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 시행 시 비례율을 142.22%로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올해 초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 의뢰한 정밀사업성 분석 결과 임대주택 10%를 조건으로 지상 14층과 지하 2층까지 건설이 가능하며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연면적 비율) 최대 224.43%, 비례율 93.48%가 통보했는데 조합이 다른 수치를 제시했다는 것이다.
비례율이란 정비사업 시 종전자산 감정평가 총액 대비 수익을 나타내는 지표다. 100%보다 낮으면 사업성이 낮다는 의미다. B씨는 "이 같은 방식으로 사업을 강행할 경우 살던 집을 빼앗기고 가구당 수억원의 추가분담금을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조합은 이 같은 비대위의 행동에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조합설립 전에는 정비업체에 지급할 계약금이 모자라 일반 용역업체에 동의서 관련 업무 협조를 구했다"며 "시공사 선정까지 사업 과정에 차질이 생기면 기존 투입된 비용을 대신 지불하겠다는 합의를 했는데, 이 때문에 A사 직원 일부가 동의서 확보를 도와 과장된 발언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례율에 대해선 잘못된 수치를 공지한 적이 없고 프라이팬은 A사 예비비로 시공사 선정 총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에게 기념품 개념으로 지급한 것"이라며 "대여금은 정비업체·설계사무소·변호사·회계사·법무사 등과의 계약금으로 사용했다. 이는 총회 때 조합원들의 동의를 구한 사실이나 단지 아직 회계처리가 안돼 '정비사업 정보몽땅' 누리집에 공개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조합 측은 B씨가 사업 주축이 될 의도로 현 임원 해임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B씨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아닌 역세권 장기전세주택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지난 5월부터 서울시가 제2종 일반주거지역 내 가로주택정비사업 시행 시 적용됐던 최고 15층 이하의 층수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히면서 조합은 현재 10층에서 14~15층까지 건축하는 설계변경을 통해 가구 수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상황이다. 이때 역세권 장기전세주택사업보다 진행 속도가 빠르고 사업성 또한 높아진다는 게 조합의 입장이다.
비대위는 오는 12일 조합 임원 해임을 주요 안건으로 하는 임시총회를 열 계획이다. 조합과 비대위 사이 갈등이 심화되자 시공사도 난관에 봉착했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조합 내 갈등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으나 어느 한 쪽의 편에 설 수는 없다 보니 결과를 지켜보는 중"이라며 "사업이 엎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만일 조합장이 바뀌어도 시공사 교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 임원 해임 여부와 관계없이 현 조합이 추진위 당시 조합설립을 위해 수행한 업무에 일부 법적 문제가 발생할 소지도 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정비업체로 등록이 안 된 일반 용역업체가 주민 동의서를 징구하는 것은 소규모주택정비법 위반이므로 형사처벌 대상이고 조합설립 취소 사유"라며 "당시 A사가 단순히 조합의 동의서 징구 업무를 지원했는지 직접 나섰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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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이나 재개발의 최대 단점은 정비계획 수립부터 사업시행계획·관리처분계획인가 등 거쳐야 할 절차가 많아 사업이 장시간 소요된다. 재건축 10년이면 빠른 편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이와 달리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정비구역 지정이나 안전진단 등이 면제돼 조합설립부터 준공까지 3~5년 내 마칠 수 있다. 주민 수가 적다 보니 조합 설립을 앞두고 동의를 받는 기간도 짧고 공사도 빨리 완료된다.
이 같은 이유로 정비사업 수주 경쟁에 불이 붙은 2020~2021년에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이 획기적인 대안으로 떠올랐다. 당시 무분별한 재건축과 집값 폭등을 막기 위해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되며 반대로 실거주 의무가 면제되고 초과이익환수제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 등 각종 인센티브를 받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이 대형 건설업체들의 기회로 여겨졌다. 사업 예정지나 사업을 통해 신축 아파트로 탈바꿈한 단지들의 호가가 뛰었다.
하지만 2021년 기준금리가 상승하며 부동산 거래시장이 침체됨에 따라 투자 수요가 줄고 건설업체들은 수주 움직임도 둔화됐다.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공사비까지 천정부지로 올라 소수 사업장에만 시공사들이 몰렸다. 소규모로 이뤄지는 가로주택정비사업 특성상 수익이 크지 않고 층수 규제가 있는 것은 물론 상업시설 아닌 주택을 중심으로 개발이 진행되기에 인프라 확충에 따른 고분양가를 기대하기 힘들단 단점이 있어서다.
이에 따라 지역 수요에 부합하는 방안의 설계가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정책 변화에 따라 인·허가 규제 대신 공사비 상승에 따른 부담이 커진 상황이므로 추가공사비를 부담할 여력이 있는 사업지를 중심으로 정비사업이 진행되는데,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성공 사례가 많지 않아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기준금리 변동 또한 정비사업의 주요 자금줄인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의 기대 수익률에 영향을 주기에 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진 소규모 정비사업이 전반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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