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집 LG, 없는 집 키움 4연패 빠뜨리고 5연승…트레이드 이후 두드러진 ‘마태효과’[어제의 프로야구]

임보미 기자 2023. 8. 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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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있는 자는 더욱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있는 것까지도 빼앗기리라.’

미국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은 이미 가진 사회적, 물적 자본이 많은 이들이 사회적, 경제적 성공을 이루는 경향이 높은 현상을 신약성서 마태복음 25장 29절 구절에서 따와 ‘마태효과’라 불렀다.

13일 잠실 키움전에서 득점 때마다 물대포를 쏘는 행사를 연 LG 팬들이 대량 득점에 환호하고 있다. 뉴시스
13일 서울 잠실구장에 열린 1위 팀 LG와 최하위 키움의 프로야구 경기는 이 마태효과가 극명하게 드러난 사례였다. LG는 안방에서 키움을 17-8로 꺾고 5연승을 달렸다. 반면 키움은 4연패에 빠졌다.
13일 잠실 LG전 6회말. 5-13으로 뒤져있는 키움 벤치의 침울한 분위기. 뉴시스
LG는 2회말 박동원, 3회말 오스틴, 8회말 홍창기의 홈런 3방으로 5연승을 자축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규정타석을 채운 3할 타자 중 유일하게 홈런이 없던 홍창기는 시즌 마수걸이 홈런으로 이날 대승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8회말 17-8로 달아나는 솔로포로 시즌 마수걸이 홈런을 신고한 홍창기. 뉴시스
홍창기는 “저보다 팬들이 더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드린다. 홈런을 치고는 싶었는데, 신경은 안 쓰려고 했다. 넘어갈 수 있었던 타구들이 2루타가 되거나 펜스에 맞는 안타가 되었던 것 같다”며 “홈런은 없었지만 다른 공격 지표에서 팀 승리에 기여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올 시즌 홍창기는 출루율 리그 1위(0.450), 득점 1위(80점), 2루타 2위(28개), 타율 3위(0.330), 안타 3위(121개)에 올라있다.

LG는 주장 오지환이 3회초 수비 때부터 허벅지 앞쪽 통증으로 정주현과 교체됐지만 넉넉한 점수 차 덕에 주전 유격수의 빈자리도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7월 29일 트레이드 이후 LG 12승 2패, 키움 1승 13패

양 팀의 행보는 지난달 29일 트레이드 이후 극명히 갈린다.

팀 평균자책점, 팀 타율 모두 1위에 투타 자원에 여유가 있는 LG는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에 지명한 타자 유망주 이주형, 2023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17순위에 지명한 장신(195cm) 투수 김동규 두 명을 내주고 3점대 평균자책점의 토종 선발 투수 최원태를 얻었다.

LG는 트레이드 이후 올 시즌 팀 최다인 7연승을 이어가는 등 12승 2패를 달렸다. 2위 SSG와의 승차도 7월 30일 2.5경기에서 6경기까지 늘렸다. 반면 사실상 올 시즌 승부에 ‘백기’를 드는 트레이드 이후 키움은 8연패에 빠진 것을 포함해 이날 경기까지 1승 13패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

물론 키움도 장기적인 실리를 충분히 챙긴 트레이드였다. 트레이드 직후 야구계에서는 외려 기회만 주면 ‘터지는 건 확실하다’는 평가를 받는 타자 이주형을 내준 LG의 조바심을 우려하는 시선도 많았다. 이주형 역시 트레이드 이후 8월에만 2홈런을 터뜨리는 등 이날 경기 전까지 8월 OPS(출루율+장타율) 0.928을 기록 중이었다.

키움은 이날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타자 중 규정타석을 채운 3할 타자가 김혜성 딱 한 명이었다. 당장 이정후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도전하는 다음 시즌을 위해서라도 이주형 같은 장타력을 갖춘 타격 자원이 필요한 이유였다.

●빈익빈 부익부 두드러진 마운드

다만 키움은 이날 없는 마운드 살림이 더욱 두드러질 수밖에 없었다. 에이스 안우진을 체력 안배 차원에서 엔트리에서 말소해 대체 선발자원이 마땅치 않았던 키움은 1군 경험이 3분의 1이닝 2실점(1자책점)이 전부였던 김동규를 선발 투수로 세웠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김동규가 선발 데뷔전을 친정팀 LG 상대로 하게 된 것을 두고 “잔인할 수도 있고 어린 선수로서 부담이 클 수도 있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두려운 감정이 자신감으로 바뀌면 에너지가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다만 주말 2만 명 가까운 관중이 찬 잠실구장에서 데뷔 첫 선발 경기를 하게 된 신인 김동규는 2이닝 동안 실점으로 이어진 폭투 2개를 포함해 5실점 후 마운드를 내려왔다.

친정팀 LG를 상대로 선발 데뷔전을 치른 김동규. 뉴시스
반면 득점 지원만 13점을 받은 임찬규는 5이닝 5실점으로도 시즌 9승(2패)을 올리기 충분했다. 키움은 선발 타자 전원 안타를 기록했지만 승부의 추가 기운 뒤라 빛이 바랬다.

●LG 3회 7점 뽑는 빅이닝으로 일찌감치 확정한 스윕승

키움은 2-5로 뒤진 3회말 양현을 올리고 추격을 이어가려 했다. 그러나 LG 타선은 3회에만 4번 타자 오스틴의 솔로포를 시작으로 8번 타자 이재원까지 다섯 타자 연속 안타로 양현을 몰아붙였다. 양현은 9번 타자 박해민에게 인필드 플라이로 첫 아웃카운트를 잡았지만 이미 점수 차는 2-8까지 벌어진 뒤였다.

수비 시간이 길어지자 호수비 필름의 단골이던 김혜성에게서도 실책이 나왔다. 1번 타자 홍창기의 평범한 2루 땅볼을 빠뜨려 1사 만루 위기가 이어졌다. 결국 LG는 신민재의 내야안타, 김현수의 희생플라이, 오스틴의 적시타로 4점을 더 뽑으며 3회에 10점 차(12-2)로 점수를 벌렸다.

4타수 3안타 2득점 2타점을 기록한 이재원. 뉴시스
LG가 공들여 키우고 있는 유망주 이재원도 전날 경기를 포함해 두 경기 연속 멀티안타로 활약했다. 이재원은 이날 첫 타석부터 깔끔한 우중간 안타를 치고 나가 도루로 2루를 훔치고 이어진 상대 투수의 폭투 때 3루까지 간 뒤 홍창기가 2루를 훔치는 사이 이중도루로 홈을 밟는 등 방망이뿐 아니라 주루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상대 투수 김동규를 흔들었다.

이어진 두 번째, 다섯 번째 타석에서도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큼지막한 정타를 만든 이재원은 4타수 3안타 2득점 2타점으로 활약했다. 5월 16일 잠실 KT전 이후 약 석 달 만의 3안타 경기. 이재원은 “초반에 형들이 다 잘 쳐서 쫓아가려고 하다 보니 오히려 더 잘 안됐던 것 같다. 형들은 형들이고 저는 저대로, 순리대로 가려고 한다”며 “시합에 계속 나가다 보면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우타거포 유망주로 아직 잠재력을 다 펼치지 못해 타 구단에서 트레이드 요청이 끊이지 않았던 이재원은 트레이드 이후 이주형의 활약을 보는 기분에 대해 “모든 사람이 알다시피 미묘하다”고 웃으며 “솔직히 (팀에서) 잘하는 선수가 (경기에) 나가는 게 맞는 것 같다. 지금처럼 계속 준비하고, 기회가 오면 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희비 엇갈린 두 산체스

롯데는 사직 안방경기에서 선발 반즈의 7이닝 1실점(무자책)에 ‘구원 듀오’ 구승민-김원중의 무실점 피칭으로 KIA에 6-1 승리를 거뒀다.

이날 반즈와 선발 맞대결을 벌인 KIA 산체스는 5이닝 1실점 호투 후에도 1점도 득점지원을 받지 못해 패전투수가 됐다.

반면 한화 산체스는 안방 두산전에서 6이닝 3실점으로 시즌 6승을 챙겼다.

두산은 선발 최원준이 1과 3분의 1이닝 동안 4실점해 조기 강판당한 뒤 승부를 뒤집지 못하고 3-8로 패했다. 양석환이 시즌 17호 포를 터뜨렸으나 패배에 빛이 바랬다.

●페디 16승 도전은 다음 기회로

시즌 다승 선두(15승), 평균자책점 선두(1.96) NC 페디는 수원 KT전에서 5이닝 3실점(1자책점)으로 시즌 4패를 안았다. KT는 선발투수 배제성이 6이닝 무실점 호투로 4-0 승리를 이끌었다. 3위 KT는 이날 승리로 4위 NC와의 경기 차를 2경기로 벌렸다.

문학에서는 안방팀 SSG가 선발투수 김광현의 7이닝 무실점 호투를 앞세워 삼성을 4-0으로 꺾고 2연승을 달렸다. 지난달 NC에서 방출당한 뒤 삼성으로 유니폼을 바꿔입은 뒤 첫 선발 등판이었던 삼성 와이드너는 6과3분의2이닝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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