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잇슈]'생숙' 그땐 괜찮았는데…용도변경 어쩌나

채신화 2023. 8. 1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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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4일 생숙 용도변경 유예기간 만료
용도변경 생숙 1% 정도…9월 집회 예고
피해자 보호해야 vs 투자 책임져야

생활형숙박시설(생숙)의 오피스텔 용도변경 유예기간 만료가 목전이다. 그러나 용도변경 기준이 까다로워 아직까지 오피스텔로 전환한 생숙은 1% 수준에 불과하다. 

기한 이후 생숙을 거주 용도로 쓰는 수분양자는 공시가격의 10%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을 내게 생겼다. 이에 수분양자들은 용도변경 기준 완화 등 길을 터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국토부는 정책의 일관성, 부작용 등을 이유로 맞서고 있다.   

10월14일까지 용도변경 못하면?

전국레지던스연합회는 오는 9월5일 세종시 국토교통부 청사 앞에서 생숙의 오피스텔 용도변경 유예기간 연장, 용도변경 기준 완화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생숙은 지난 2012년 장기투숙 호텔 개념으로 도입된 상품으로 주택이 아닌 숙박시설로 본다. 이에 각종 세금, 분양 등의 규제를 피할 수 있어 부동산 상승기 '아파트 대체제', '규제 틈새 생품' 등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그러자 2020년 국감에서 규제에서 자유로운 생숙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2021년 4월 생숙을 주거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방침을 내놨다. 

다만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을 감안해 오피스텔 등 주거시설로 용도변경을 안내하고 2년의 계도기간 동안 이행강제금을 한시적으로 유예키로 했다. 유예 기간 만료 시점은 10월14일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한 생숙은 전국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업계는 전국 약 9만실 중 오피스텔로 변경한 생숙은 1000실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구체적인 생숙 규모 및 용도 변경 생숙 단지 현황은 국토부가 현재 지자체를 통해 파악 중이다. 

용도 변경의 대표적인 걸림돌은 주차장 확보다. 오피스텔로 바꾸려면 주차장 면수를 더 늘려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지자체 조례를 바꾸거나 건축물을 뜯어내고 다시 지어야  한다. 복도폭 확대도 같은 맥락이다. 

주민 찬성을 받기도 어렵다. 건축물분양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준공된 단지는 주민의 80%, 준공 전 단지는 주민 100% 동의를 받아야 용도를 변경할 수 있다. 

특히 분양권 상태에선 등기가 안 돼 있기 때문에 소유자 명단 확보가 어렵다. 시행사 입장에선 용도 변경 등을 거치면 설계 변경, 공기 등에 영향을 미칠까봐 명단 공개 등 협조를 안 한다는 게 수분양자들의 얘기다. 

용도변경을 못할 경우 생숙 수분양자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세 가지다. 

우선 매년 공시가의 10%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물고 거주하는 방법이 있다. 가령 공시가가 2억원이라면 매년 2000만원을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  

이행강제금을 내지 않으려면 생숙 목적대로 숙박업을 운영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30개실 이상부터 영업신고가 가능하기 때문에 운영업자에게 위탁을 해야 한다. 이 경우 숙박시설의 통일성을 위한 인테리어 비용을 비롯해 수수료 등이 추가된다. 

최후의 방법은 매도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금리 인상, 매수 심리 위축 등으로 집값 하락기에 접어들면서 비아파트 시장의 한파가 이어지고 있어 매수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안산의 한 생숙 단지는 지난해 상반기 진행한 1차 분양은 완판했지만 올해 2차 분양에선 분양률이 40%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상황에 곳곳의 생숙 수분양자들이 계약금을 포기하더라도 발을 빼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오피스텔 건축기준 중 한시적 완화 규정./그래픽=비즈워치

선의의 피해자 vs 투자 책임

생숙 수분양자들은 '선의의 피해자'를 위해서라도 정부가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수분양자들에 따르면 집값이 폭등했던 2020~2021년 아파트 규제는 강화하고 주택 공급은 부족해지면서 수요자들이 대체 상품인 생숙으로 눈을 돌렸다. 

그 과정에서 주택사업자들이 생숙 거주 의무 등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과대 및 허위 광고를 했고, 이에 현혹된 '선의의 피해자'들이 다수 있다는 것이다. 

김태규 레지던스연합회 총무는 "주택사업자들이 생숙을 새로운 주거형태라며 공공연하게 홍보하는 동안 정부가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았다"며 "특히 자고 일어나면 집값은 오르고 공급은 막혀 있던 때에 아파트를 살 여력이 없는 수요자들은 생숙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도 작용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금까지 공급돼서 살고 있는 생숙보다 문재인 정권 말기 분양해서 앞으로 입주할 단지들이 훨씬 많다는 게 그 방증"이라며 "정부가 용도변경이라는 길은 터줬지만 주차장, 복도 폭 문제 등 대수선으로 설치를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건물을 때려 부숴야 한다는 점에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허가 시스템, 운영자들에 대한 감시나 문책은 없고 수분양자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느낌"이라며 "용도변경 지시를 내렸다면 상하가 같이 굴러갈 수 있도록 기준 완화 등 톱니바퀴 정리를 해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유예기간 연장 등 추가 조치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진철 국토부 건축정책과장은 "생숙 소유자 상당수가 숙박시설로 잘 쓰고 있다"며 "일부 피해자가 있다고 전국에 적용되는 법을 바꿀 의무나 당위성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주차장 문제의 경우 생숙은 건축비에 주차장이 안 들어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며 "그런데 주거용으로는 쓰되 주차장은 빼달라면 주변 지역민들이 오히려 주차난 등 피해를 보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분양자 개인의 투자 및 매수 판단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부동산 상승기 때 생숙은 실수요자보다 투자자가 몰렸던 상품"이라며 "물론 피해자도 있겠지만 매수 및 투자는 본인의 책임인데 그 손실을 법을 바꿔 해주는 게 원칙적으론 안 맞다"고 말했다.

다만 "이 사태의 가해자는 과대광고 또는 기망행위로 생숙을 판매한 분양업자 또는 개발업자지만 애초에 정부가 생숙이란 판을 깔아준 것도 문제"라며 "개인이 분양 사기 피해를 입증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적정한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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