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쎈’ 문화·기세 ‘쎈’ 폭염·억압 ‘쎈’ 폭정…거창 앞에만 서면 ‘옴메, 기 죽어’[투어테인먼트]
강석봉 기자 2023. 8. 14. 06:27
지난 11일까지 거창국제연극제 성황리 진행
무더위 속 하늘·계곡 여행지는 어디?
거창이 품은 핏발 채운 비운의 역사
한여름 분주했던 경남 거창도 한숨을 돌렸다. 지난 11일까지 거창국제연극제가 폭염을 이열치열로 다스리며 치러졌다.
참 고약한 날씨였기에 ‘거창’ 살아 좋은 이유가 더욱분명히 깨닫게 된 한해였다. 무더위를 이길 입지 조건이 확실히 갖춘 ‘냉정’한 당신, 거창의 걸출한 여행지를 돌아봤다. 연극제로 문화면 문화, 환경으로 자연이면 자연…하지만 끝내 눈물 찍어낸 비운의 역사까지 거창과 나눈 뜨거울 수밖에 없는 올여름 데이트.
지난 11일 거창문화재단이 주최한 ‘제33회 거창국제연극제’가 막을 내렸다. 국내외 10개국 총 54개 단체로 공식 참가 공연과 프린지 공연이 총 82회로 진행됐다.
올해는 해외에서 독일의 전통 마임 아티스트, 벨기에의 전통 왕립인형극단 외에도 프랑스, 이탈리아, 카자흐스탄, 베트남, 몽골 등 총 9개국 10개 단체가 참가해 국내 참가단체들과 함께 어느 해보다 내실 있는 작품들로 연극제가 채워졌다.
폐막공연은 뮤지컬 배우 이지훈·소냐·김소현 등 인기 배우들이 유명 뮤지컬과 영화 속 장면들을 재조명하며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한편, 개막공연의 무대인 수변 특설무대는 개막공연 이후에도 연극제 기간 내 프린지 무대로 활용해 공연자가 관객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가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명승 수승대는 삼국시대 때 백제가 신라로 사신을 보내면서 돌아오지 못할 것을 근심해 ‘수송대’(愁送臺)로 불렸던 곳이다. 1543년 퇴계 이황이 유람차 안의현 삼동을 찾았다가 수송대에 얽힌 사연을 듣고 그 내용이 부정적이므로 수승대(搜勝臺)로 바꿀 것을 제안해, 현재까지 그리 불리게 됐다.
수승대 입구에 들어서면 계곡물이 우렁차게 포효하며 쏟아지는 소리가 들린다. 거창 사람들에겐 더없이 좋은 여름 피서지다. 규모며 시설이 테마파크 못지않다.
예전이라고 이 풍광이 다를 리 없었을 터다. 주변에는 구연서원·요수정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 앉아 물소리를 듣고 있는 그 당시 향촌 선비들의 모습이 오버랩되기도 한다. 선비들처럼 주변엔 등록문화재인 황산마을 옛 담장과 정온 선생 고택이 있어 문화유산 답사를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수승대 거북바위 건너편에 자리 잡은 요수정(樂水亭)은 요수 신권(樂水 愼權, 1501~1573) 선생이 풍류를 즐기며 제자를 가르치던 곳으로 정면 3칸, 측면 2칸의 규모에 자연 암반을 초석으로 이용한 정자다. 특히 추운 산간 지역의 기후를 고려하여 정자 내부에 방을 들이는 등 지역적 특성이 잘 반영되어 있다.
요수정 앞 기념비에 얽힌 사연 역시 드라마틱하다. 2012년 9월 초강력 태풍 ‘산바’가 일대를 덮쳐 수령 200년 된 소나무를 부러뜨렸는데 요수의 후손이 세운 기념비가 소나무를 받쳐 자칫 요수정이 무너질 뻔한 참사를 막았다고 한다.
우두산 와이(Y)자형 출렁다리(이하 Y자형 출렁다리)는 2020년 10월에 개통됐다. Y자형 출렁다리는 해발 600m의 높이를 연결하는 계곡에 세워졌다. 이 출렁다리는 건너는 사람들에겐 하이브리드 체험을 전한다. 망사식 발판의 다리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풍광에 아찔한 긴장감과 더불어 산과 계곡의 아름다움에 감탄도 절로 나온다.
이 다리는 ‘2020 대한민국 국토대전’에서 Y자형 출렁다리는 ‘대한토목학회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22년 11월 개통된 수승대 출렁다리는 수승대 절경을 하늘에서 내려다볼 수 있어 수승대를 새롭게 즐기는 방법으로 통한다.
거북바위에서 수승대 둘레길 덱을 따라 상부로 향하다 보면 해발 700m 지점에 우아한 곡선을 그리고 있는 출렁다리를 만나게 된다. 전체 길이 240m의 수승대 출렁다리는 내진 1등급에 초속 30㎧의 바람을 견디는 무주탑 공법으로 만들어졌다.
무더위 속 트레킹이 부담된다면 차를 이용해 수승대 출렁다리 주차장에 도착한 후 계곡을 따라 걸어 내려오는 방법도 있다.
거창 남상면에 자리한 ‘거창 창포원’은 경상남도 제1호 지방정원으로 4계절 내내 다양한 꽃과 나무를 감상할 수 있다. 거창 창포원은 축구장 66배 크기의 대규모 수변공원으로 합천댐 조성 과정에서 생겨난 수몰 지역을 국가하천인 황강에 덧대 생태공원으로 조성했다.
봄에는 100만 본 이상의 꽃창포가 공원을 환하게 밝히고, 여름철에는 연꽃·수련·수국·장미가 꽃대궐을 이룬다. 분수가 시원하게 솟구치는 연꽃원 덱을 따라 산책을 즐겨도 좋고 자전거를 타고 둘레길을 돌아도 좋은 곳이다.
창포원 등에서 촬영된 SBS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 2-너는 내 운명’이 최근 전파를 타기도 했다.
거창을 얘기할 때 잊지 말아야 할 역사적 사건도 있다. 1400년 전 거창은 신라와 백제의 격전지였다. 거창의 아홉산(九山) 중 건흥산과 취우령을 잇는 ‘거열산성’은 그 역사가 아로새겨져 있다. 수많은 죽음이 승리자의 기록으로 남았을 뿐, 그 속을 채운 피와 눈물은 사서의 행간 속에 가려졌다. 독특한 축성 구조를 인정받아 2020년 국가지정문화재에 등재된 거열산성은 백제 멸망 후 신라 장군에 의해 백제부흥 운동군 700여 명이 전사한 곳이다.
역사의 기록은 반복으로 불콰함을 남기기도 한다. 한국전쟁 당시인 1951년 거창군 신원면 일원에서 있은 국군에 의한 거창 양민학살은 남녀노소를 포함 700여 명이 희생됐다. 우여곡절 끝에 2004년 거창사건 추모공원이 조성돼, 그나마 사건의 실체라도 전해질 수 있게 됐다. 거창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무더위 속 하늘·계곡 여행지는 어디?
거창이 품은 핏발 채운 비운의 역사
한여름 분주했던 경남 거창도 한숨을 돌렸다. 지난 11일까지 거창국제연극제가 폭염을 이열치열로 다스리며 치러졌다.
참 고약한 날씨였기에 ‘거창’ 살아 좋은 이유가 더욱분명히 깨닫게 된 한해였다. 무더위를 이길 입지 조건이 확실히 갖춘 ‘냉정’한 당신, 거창의 걸출한 여행지를 돌아봤다. 연극제로 문화면 문화, 환경으로 자연이면 자연…하지만 끝내 눈물 찍어낸 비운의 역사까지 거창과 나눈 뜨거울 수밖에 없는 올여름 데이트.
거창국제연극제, 성황 속 대단원
지난 11일 거창문화재단이 주최한 ‘제33회 거창국제연극제’가 막을 내렸다. 국내외 10개국 총 54개 단체로 공식 참가 공연과 프린지 공연이 총 82회로 진행됐다.
올해는 해외에서 독일의 전통 마임 아티스트, 벨기에의 전통 왕립인형극단 외에도 프랑스, 이탈리아, 카자흐스탄, 베트남, 몽골 등 총 9개국 10개 단체가 참가해 국내 참가단체들과 함께 어느 해보다 내실 있는 작품들로 연극제가 채워졌다.
폐막공연은 뮤지컬 배우 이지훈·소냐·김소현 등 인기 배우들이 유명 뮤지컬과 영화 속 장면들을 재조명하며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한편, 개막공연의 무대인 수변 특설무대는 개막공연 이후에도 연극제 기간 내 프린지 무대로 활용해 공연자가 관객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가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계곡과 암반이 어우러진 ‘수승대’
명승 수승대는 삼국시대 때 백제가 신라로 사신을 보내면서 돌아오지 못할 것을 근심해 ‘수송대’(愁送臺)로 불렸던 곳이다. 1543년 퇴계 이황이 유람차 안의현 삼동을 찾았다가 수송대에 얽힌 사연을 듣고 그 내용이 부정적이므로 수승대(搜勝臺)로 바꿀 것을 제안해, 현재까지 그리 불리게 됐다.
수승대 입구에 들어서면 계곡물이 우렁차게 포효하며 쏟아지는 소리가 들린다. 거창 사람들에겐 더없이 좋은 여름 피서지다. 규모며 시설이 테마파크 못지않다.
예전이라고 이 풍광이 다를 리 없었을 터다. 주변에는 구연서원·요수정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 앉아 물소리를 듣고 있는 그 당시 향촌 선비들의 모습이 오버랩되기도 한다. 선비들처럼 주변엔 등록문화재인 황산마을 옛 담장과 정온 선생 고택이 있어 문화유산 답사를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수승대 거북바위 건너편에 자리 잡은 요수정(樂水亭)은 요수 신권(樂水 愼權, 1501~1573) 선생이 풍류를 즐기며 제자를 가르치던 곳으로 정면 3칸, 측면 2칸의 규모에 자연 암반을 초석으로 이용한 정자다. 특히 추운 산간 지역의 기후를 고려하여 정자 내부에 방을 들이는 등 지역적 특성이 잘 반영되어 있다.
요수정 앞 기념비에 얽힌 사연 역시 드라마틱하다. 2012년 9월 초강력 태풍 ‘산바’가 일대를 덮쳐 수령 200년 된 소나무를 부러뜨렸는데 요수의 후손이 세운 기념비가 소나무를 받쳐 자칫 요수정이 무너질 뻔한 참사를 막았다고 한다.
거창 출렁다리 2제…하이브리드 감동
우두산 와이(Y)자형 출렁다리(이하 Y자형 출렁다리)는 2020년 10월에 개통됐다. Y자형 출렁다리는 해발 600m의 높이를 연결하는 계곡에 세워졌다. 이 출렁다리는 건너는 사람들에겐 하이브리드 체험을 전한다. 망사식 발판의 다리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풍광에 아찔한 긴장감과 더불어 산과 계곡의 아름다움에 감탄도 절로 나온다.
이 다리는 ‘2020 대한민국 국토대전’에서 Y자형 출렁다리는 ‘대한토목학회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22년 11월 개통된 수승대 출렁다리는 수승대 절경을 하늘에서 내려다볼 수 있어 수승대를 새롭게 즐기는 방법으로 통한다.
거북바위에서 수승대 둘레길 덱을 따라 상부로 향하다 보면 해발 700m 지점에 우아한 곡선을 그리고 있는 출렁다리를 만나게 된다. 전체 길이 240m의 수승대 출렁다리는 내진 1등급에 초속 30㎧의 바람을 견디는 무주탑 공법으로 만들어졌다.
무더위 속 트레킹이 부담된다면 차를 이용해 수승대 출렁다리 주차장에 도착한 후 계곡을 따라 걸어 내려오는 방법도 있다.
거창 창포원…꽃도 보고 산책도 하고
거창 남상면에 자리한 ‘거창 창포원’은 경상남도 제1호 지방정원으로 4계절 내내 다양한 꽃과 나무를 감상할 수 있다. 거창 창포원은 축구장 66배 크기의 대규모 수변공원으로 합천댐 조성 과정에서 생겨난 수몰 지역을 국가하천인 황강에 덧대 생태공원으로 조성했다.
봄에는 100만 본 이상의 꽃창포가 공원을 환하게 밝히고, 여름철에는 연꽃·수련·수국·장미가 꽃대궐을 이룬다. 분수가 시원하게 솟구치는 연꽃원 덱을 따라 산책을 즐겨도 좋고 자전거를 타고 둘레길을 돌아도 좋은 곳이다.
창포원 등에서 촬영된 SBS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 2-너는 내 운명’이 최근 전파를 타기도 했다.
신라·백제의 깃발 꽂기…한국전, 핏발 맺힌 기억
거창을 얘기할 때 잊지 말아야 할 역사적 사건도 있다. 1400년 전 거창은 신라와 백제의 격전지였다. 거창의 아홉산(九山) 중 건흥산과 취우령을 잇는 ‘거열산성’은 그 역사가 아로새겨져 있다. 수많은 죽음이 승리자의 기록으로 남았을 뿐, 그 속을 채운 피와 눈물은 사서의 행간 속에 가려졌다. 독특한 축성 구조를 인정받아 2020년 국가지정문화재에 등재된 거열산성은 백제 멸망 후 신라 장군에 의해 백제부흥 운동군 700여 명이 전사한 곳이다.
역사의 기록은 반복으로 불콰함을 남기기도 한다. 한국전쟁 당시인 1951년 거창군 신원면 일원에서 있은 국군에 의한 거창 양민학살은 남녀노소를 포함 700여 명이 희생됐다. 우여곡절 끝에 2004년 거창사건 추모공원이 조성돼, 그나마 사건의 실체라도 전해질 수 있게 됐다. 거창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스포츠경향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5년 동안 괴롭혔다” 김준수, BJ협박에 직접 입열었다
- ‘음주 튀바로티’ 김호중, 징역살이 억울했나···즉각 ‘빛항소’
- ‘마약투약·운반 의혹’ 김나정, 경찰에 고발당했다
- ‘송재림 사생활’ 유포한 일본인 사생팬에 비판세례···계정삭제하고 잠적
- [스경X이슈] “잔인하게 폭행” VS “허위 고소” 김병만, 전처와의 폭행 논란…이혼 후 재발한
- 한지민♥최정훈, 단풍 데이트 ‘딱’ 걸렸네…이제 대놓고 럽스타?
- [종합] 박원숙, 子 사망 후 헤어진 친손녀와 재회 “아들 떠나고 후회” 눈물
- [스경X이슈] 김광수가 되살린 불씨, 티아라·언니 효영에도 붙었다
- ‘새소식’ 알린 율희-최민환, 싸늘하거나 응원하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