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나가는 SPC, 끼임 현장 가리고 질문하는 기자 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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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큰 사고 있고 나서 달라진 거 있냐고 물었을 때, 엄마가 '달라진 거 없어. 회사가 그렇지 뭐'라고 했어요. 공장에서 끼임 사고 자주 있다고 하니까, 저도 늘 조심하라고 했는데."
지난 8일 벌어진 에스피씨(SPC) 계열 샤니 빵 공장 끼임 사고로 사망한 ㄱ씨(55)의 큰딸 ㄴ씨(24)는 11일 경기 분당차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마주친 기자에게 "아직 (죽음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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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
“작년에 큰 사고 있고 나서 달라진 거 있냐고 물었을 때, 엄마가 ‘달라진 거 없어. 회사가 그렇지 뭐’라고 했어요. 공장에서 끼임 사고 자주 있다고 하니까, 저도 늘 조심하라고 했는데….”
지난 8일 벌어진 에스피씨(SPC) 계열 샤니 빵 공장 끼임 사고로 사망한 ㄱ씨(55)의 큰딸 ㄴ씨(24)는 11일 경기 분당차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마주친 기자에게 “아직 (죽음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ㄴ씨는 “엄마의 잘못이 아니잖아요. 회사와 국가의 책임이니까…”라고 말끝을 흐렸다. ㄱ씨는 8일 반죽 볼 리프트와 분할기(반죽 기계) 사이에 끼이는 사고를 당한 뒤 응급 수술을 받았지만 이틀 뒤 끝내 숨졌다.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가족의 모습은 10달 전 찾았던 평택의 빈소를 떠올리게 했다. 지난해 10월 경기 평택의 에스피엘(SPL) 공장에서 10시간째 야간 노동을 하다가 소스 배합기에 끼여 숨진 20대 딸의 빈소에서 어머니는 “우리 딸이 정말로 마지막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바람은 10달 만에 물거품이 됐다. 허영인 에스피씨 회장은 당시 사고 6일 만에 대국민 사과를 하며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1000억원을 들이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샤니 빵 공장에선 손가락 끼임 사고가 알려진 것만 두 차례나 발생했다.
10달 전에 견줘 달라진 건 에스피씨 쪽의 대응이다. 지난해 사고 다음날 공장에서 사고 기계만 흰 천으로 덮어놓고 그 옆에서 동료 노동자한테 작업시킨 게 알려져 ‘피 묻은 빵’이라는 공분을 산 에스피씨는 이번에는 아예 공장 공개 자체를 거부했다.
지난 11일 오전 샤니 공장을 찾은 정의당 의원들과 산업안전 전문가를 “현장 훼손 우려가 있다”며 가로막은 것이다.
그날 밤 10시께 빈소를 찾은 허영인 회장에게 기자가 “끼임 사고가 반복된 것에 대한 생각”을 물었지만 허 회장은 답변하지 않고 장례식장을 서둘러 떠났다. 직원 7명이 나서 입장을 묻는 기자를 거칠게 막아서고 심지어 밀치기까지 했다.
안전보건이 하루아침에 정착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장을 감추고 언론 취재를 막는 거친 방식으로는 자그마한 개선을 이뤄내거나 사회의 신뢰를 얻기 어려워 보인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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