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미일 정상회담과 정치외교적 제스처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이해 7월 10일부터 16일까지 5박7일동안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방미일정에 국민의힘 국제위원장 자격으로 동행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워싱턴, 뉴욕, LA를 돌며 조야(朝野) 인사들과 회동하고 한반도·동아시아 전문가 간담회, 동포 간담회 등 정당외교 일정도 소화했다.
그중 워싱턴에서 보낸 일정은 매우 특별했다. 한미관계가 이전 정부와는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6년 전 필자가 문재인정부 시기에 미국에 방문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국 내 대한민국의 위상은 확연히 높아졌다. 실제로 워싱턴에서 만난 수많은 인사들이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신뢰의 제스처를 보였다. 동시에 한미동맹이 가치동맹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김 대표의 말에 적극 호응했다.
'총성 없는 전쟁터'라 불릴 만큼 치열한 수싸움이 이뤄지는 국제 외교무대에서는 말보다 제스처가 중요할 때가 있다. 제스처 안에 어떤 외교적 의미나 상징을 담아내느냐에 따라 외교의 성패가 좌우하기도 한다. 일례로 윤석열 대통령이 4월 미국 국빈방문 만찬 때 불렀던 '아메리칸 파이' 한 소절은 문재인정부내내 경직된 한미관계를 한 방에 풀어낸 제스처였다. 그 제스처는 백마디 외교적 수사보다 더 효과적이었다.
미국은 곧바로 제스처로 대한민국에 화답했다. 김 대표가 방미기간 중이던 12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발사되자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김 대표를 백악관에 초청했다.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백악관 긴급초청을 받은 김 대표는 관계자로부터 북한의 미사일도발 관련 브리핑을 직접 보고 받았다. 유례가 없던 극진한 제스처였다. 이러한 제스처들이 모여 구체적인 한미외교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북한 핵 억제를 위한 한미간 최초의 핵협의그룹(NCG) 신설이 가장 뚜렷한 사례일 것이다.
한일관계 역시 올해 3월 발표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의 '제3자 변제' 방식 해법을 시작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어들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일본과의 동등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한 우리 정부의 빅스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물론 피해자들과의 더 많은 소통과 진정한 대화, 더 나아가선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한 전반적인 노력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또 일본 정부는 3월 반도체 핵심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규제를 4년 만에 해제했으며 한일간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의 정상화, 한일정상이 양국을 오가는 셔틀외교 역시 12년만에 복원했다. 일본을 찾은 한국 방문객이 상반기에만 300만명이 넘었다는 한 보도는 민간차원에서의 양국간 교류는 이미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오는 18일 한미일 정상회담이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다. 이 장소는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별장으로도 잘 알려져 3국의 정상이 편안한 장소에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이끌어 내자는 정치외교적 제스처라 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은 4개월 만에 다시 미국을 방문하게 되는 것이고 지난 5월21일 일본에서의 G7기간에 진행된 한미일 정상회담 이후 불과 3개월만에 3국 정상이 다시 만나는 것이다. 미국 주도의 반도체동맹과 포스트코로나 이후 재편되는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위치선점 등 경제적으로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날로 고도화 되고 노골적인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공고한 한미일 관계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이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윤석열정부는 출범이후 한미간·한일간의 관계회복을 위해 끊임없이 달려왔고 국익을 위한 과감한 외교를 펼쳐왔다. 좀 더 유연한 장소에서 진행되는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경제·안보 분야 등에서의 협력 강화와 한미일 관계의 공고화를 기대해본다.
이재영 국민의힘 국제위원장(전 제19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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