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찢어지는 통증에도 감동의 송구… 그런데 삼성은 한숨, 타티스처럼 되면 큰일이다

김태우 기자 2023. 8. 14.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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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잦은 어깨 통증이 우려를 모으고 있는 이재현 ⓒ곽혜미 기자
▲ 13일 인천 SSG전 3회 도중 호수비를 하고 어깨 탈구 증상을 겪은 이재현 ⓒ삼성라이온즈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투혼’, ‘혼신’이라는 표현을 아껴서는 안 되는 플레이였다. 극심한 통증에도 불구하고 몸을 일으켰고, 공을 던져 아웃카운트 두 개를 한꺼번에 만들어냈다. 그러나 삼성 팬들은 마냥 박수를 칠 수 없었다. 이 유망주의 뛰어난 능력과 정신력은 물론, 잠재적 문제까지 같이 확인했기 때문이다.

삼성의 미래 중 하나인 내야수 이재현(20)은 13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경기에 선발 8번 유격수로 출전했으나 3회 수비 도중 교체됐다. 좋은 플레이를 했음에도 순간적으로 충격이 가해진 왼 어깨가 문제였다.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차라리 공을 잡지 못하고 안 다치는 게 나을 법도 했다. 이재현이 빠지면서 경기에 미친 영향, 그리고 앞으로의 불안감을 모두 고려하면 그랬다.

0-2로 뒤진 3회에 일이 벌어졌다. SSG는 선두 추신수가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쳤다. 주자가 단번에 득점권에 나갔다. 후속 타자 최지훈도 좌익수 방향으로 잘 맞은 타구를 날렸다. 안타가 되는 듯했고, 실제 2루 주자 추신수도 그렇게 생각한 듯 3루로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삼성의 내야에는 이재현이 있었다. 운동 능력이 뛰어난 이재현은 몸을 날려 이를 직선타 처리했다. 선발 테일러 와이드너를 돕는 엄청난 호수비였다.

하지만 몸을 날리는 과정에서 왼 어깨에 많은 무게가 가해졌다. 뒤에 알려졌지만 왼 어깨 탈구가 일어났다. 그럼에도 이재현은 플레이에 집중하고 있었다. 극심한 통증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몸을 일으켜 공을 2루에 던졌다. 전력으로 던질 만한 상황이 아니었지만 추신수가 귀루하기 전 공이 2루에 도착하는 건 충분했다. 그리고 곧바로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삼성 더그아웃에서 트레이닝 코치가 급히 출동했다.

자력으로 걸어서 나오기는 했지만 교체는 피할 수 없었다. 삼성 관계자는 경기 중 “수비 상황에서 왼 어깨 탈구가 있었다. 일단 제자리를 찾은 상황”이라면서 “현재로서는 심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아이싱 중이고, 내일 대구에서 MRI 검진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빠진 어깨는 일단 맞췄다. 증상과 선수의 느낌을 종합할 때 심각해 보이지는 않으나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검진은 해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구단은 물론 팬들도 걱정이다. 이재현은 삼성 세대교체의 기수 중 하나다. 서울고 시절 아마추어를 대표하는 내야수 중 하나로 뽑혔던 이재현은 202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삼성의 1차 지명을 받았다. 삼성은 이재현을 미래 팀 내야의 핵심이자 리더로 낙점해 지난해부터 공을 들여 키우고 있다. 지난해 75경기에 나선 것에 이어 올 시즌을 앞두고는 이재현의 앞에 있던 베테랑 내야수들을 굳이 잡지 않았다. 주전으로 밀어줬다는 느낌이 있었다.

▲ 올 시즌 벌써 두 자릿수 홈런을 때리며 미래의 20홈런 유격수 기대감을 키우는 이재현 ⓒ삼성라이온즈
▲ 몸을 날릴 일이 많은 이재현에게 어깨 탈구는 좋은 조짐이 아니다 ⓒ삼성라이온즈

올해 13일까지만 정확히 100경기에 나갔다. 삼성이 치른 시즌 전 경기에 나간 셈이다. 타율은 0.243으로 다소 낮은 편이지만, 벌써 10개의 홈런을 치는 등 장타력을 과시했다. 20홈런 유격수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수비도 우여곡절이 있으나 경험이 쌓이면서 지속적으로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이제 스무 살 유격수다. 부정적인 요소보다 긍정적인 요소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하지만 올해 유독 왼 어깨를 자주 잡는다. 수비를 하다, 주루를 하다 왼 어깨 통증 때문에 빠진 경기가 제법 된다. 6월 15일 잠실 LG전에서 다이빙 캐치를 하다 왼 어깨 통증을 소화하는 장면이 있었고, 6월 23일 인천 SSG전에서는 2루 도루를 하다 역시 왼 어깨를 잡았다. 당시도 대주자로 교체돼 경기를 마쳤다. 그런데 이번에도 또 같은 부위에 문제가 생겼다. 걱정하는 시선이 많은 건 당연하다.

어깨 탈구는 한 번 겪으면 재발할 가능성이 높은 축에 속한다. 이 문제가 반복되면 어깨 조직에 좋은 영향을 줄 리가 없다. 게다가 이재현은 몸을 날려야 하는 숙명을 가진 선수다. 포지션도 유격수고,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자주하는 뛰는 선수이기도 하다. 어깨에 계속 문제가 생기면 플레이도 위축될 수 있다. 사실 지금 몸을 날려 어깨에 충격이 가해질 때마다 문제가 생긴다는 것 자체가 정상은 아니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샌디에이고) 또한 잦은 어깨 탈구에 고전하다 결국은 어깨 수술을 받고 깔끔하게 문제를 정리하는 쪽을 선택했다. 14일 MRI 촬영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다. 경험을 쌓는 것도 건강해야 잘 쌓을 수 있다. 가장 좋은 건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것이고, 더 정교한 관리 계획 속에 일단 시즌을 완주하고 그 다음 방법을 찾는 것이다.

▲ 14일 MRI 검진을 받는 이재현 ⓒ삼성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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