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왕' 손흥민 활용법이 이게 맞나...측면 강제 고정→평점 6.1점 '공격진 최저'
[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엔제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이 손흥민을 활용하는 방법이 다소 아쉬운 경기였다.
토트넘 훗스퍼는 13일 오후 10시(이하 한국시간) 영국 브렌트포드에 위치한 지테크 커뮤니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렌트포드와 2023-24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1라운드에서 2-2로 비겼다.
해리 케인이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하면서 토트넘의 가장 큰 고민은 득점력이었다. 지난 시즌 토트넘이 최악의 시즌을 보내는 와중에도 혼자서 리그에서만 30골을 터트린 선수를 대체한다는 건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직까지 케인의 대제자로 영입된 선수도 없는 상태였다.
케인이라는 월드 클래스급 득점원이 빠지면서 토트넘 공격에서 중요도가 높아질 거라 예상한 선수는 당연히 손흥민이다. 케인과 함께 토트넘에서 온전히 득점원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대놓고 손흥민을 중앙에 기용할 수도 있다는 입장까지 밝힌 바 있다.
케인 없이 치른 첫 경기,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을 좌측 윙포워드로 기용하는 4-3-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중앙에는 히샬리송이 배치됐고, 우측에는 데얀 쿨루셉스키가 뛰었다. 중앙에서 좌우측은 제임스 메디슨과 올리버 스킵, 정중앙에는 이브 비수마가 배치됐다. 측면 풀백에는 데스티니 우도지와 에메르송 로얄이 나왔다. 예상된 선수 명단과 비슷했다.
케인이 빠졌기 때문에 손흥민의 득점력을 더욱 활용하는 전술이 가동될 것처럼 보였다. 이미 프리시즌에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자신의 전술 시스템에 어우러지는 손흥민 기용법을 보여준 적이 있다.
상대가 싱가포르 라이언 시티의 약체라는 점을 감안해도, 손흥민의 능력을 활용하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전술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자신의 전술 속에 손흥민을 잘 녹여냈기 때문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셀틱에서처럼 공격축구를 하길 원하는데 이때 좌우 측면 자원은 터치라인에 붙어서 활동한다. 상대 풀백을 끌어내서 수비진의 좌우 간격을 벌리기 위함이었다. 손흥민도 이와 같은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손흥민을 측면에만 고정시켜놓는 건 손흥민의 능력을 100% 활용하지 못한다. 윙포워드지만 손흥민은 돌파보다는 득점력이 뛰어난 선수이기에 페널티박스로 침투하는 동선을 보여줄 때 제일 위협적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이를 알고 있었다. 라이언 시티와의 경기를 되돌아보면 케인이 중앙을 비우면 그 자리는 손흥민의 차지가 됐다. 그때는 데스티니 우도지가 높은 위치로 전진해 넓이를 확보해줬다. 때로는 메디슨이 측면으로 넓게 이동했다. 4명의 선수가 유기적인 시스템 안에서 움직이면서 손흥민도 측면에만 고정되서 뛰지 않았다.
"손흥민은 뛰어난 선수다. 특히 골을 넣을 수 있는 윙어가 있는 팀의 플레이 방식을 좋아한다. 그는 엘리트다. 손흥민은 측면에서 1vs1 플레이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러면서도 득점을 할 수 있는 능력은 정말로 값어치를 매길 수 없다. 우리는 훌륭한 선수들이 많이 있고, 공격적인 축구를 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며 손흥민을 확실히 알고 있다는 자신의 말을 입증하는 전술 시스템이었다.
손흥민도 "터치라인에서 상대 풀백과 일대일로 플레이하고, 수비 라인에 문제를 일으켰던 방식으로 뛰어왔다. 내가 넓게 위치하면 우리는 내부에 더 많은 공간을 갖게 될 것이고, 그 공간으로 뛰어들 것이다.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경기를 관리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며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자신에게 맡긴 역할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브렌트포드전에서는 손흥민의 활용법이 아쉬웠다. 라이언 시티전처럼 중앙까지 이동하는 동선이 아니라 측면에 고정시켰다. 손흥민이 때때로 중앙에 들어오긴 했지만 빈도가 매우 적었다.
결국 측면에서 고립된 손흥민의 역할은 많지 않았다. 브렌트포드가 10명 전원이 수비하는 상황에서 손흥민 혼자 수비수를 다 뚫어내고 슈팅까지 날리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메디슨과 우도지와의 호흡도 완성된 모양새가 아니었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 시절처럼 아예 어울리지도 않는 옷은 아니었지만 손흥민의 능력을 100% 끌어내지 못하는 역할이었다. 득점원으로서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상황에서 득점왕을 달성할 정도로 득점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를 활용하기에 좋은 방법이라고 하기엔 어려웠다.
손흥민한테 맞지 않는 옷이라는 건 이날 경기 평가가 증명했다. 축구 통계 매체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에게 평점 6.1점을 부여했다. 공격진 중에서는 최저점이었다. 자신의 장점을 살릴 수 없는 역할을 맡다보니 좋은 평가가 나올리 없었다.
영국 '풋볼 런던' 또한 평점 6점으로 낮은 평점을 줬다. 손흥민에 대해선 "토트넘의 새로운 주장은 전반 초반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많은 노력을 보여줬지만 두 번의 슈팅을 제외하고는 좌측에서 많은 기쁨을 얻지 못했고, 75분에 교체됐다"고 평가했다.
물론 포스테코글루 감독 입장에서 대변해보자면 히샬리송과 케인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케인은 중앙으로 내려와도 존재감을 잃지 않는 선수다. 오히려 패서의 능력이 살아나면서 동료들에게 양질의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다.
그에 비해 히샬리송은 중앙으로 내려와 빌드업에 관여해줄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 2선으로 내려오면 존재감이 옅어진다. 그렇다보니 히샬리송이 중앙에 고정될 수밖에 없었다. 히샬리송이 페널티박스 근처에 머무는 상황에서는 손흥민이 중앙으로 이동하면 두 선수가 겹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감안하면 동선 정리가 필요했다. 히샬리송은 중앙에서 뛰는 걸 선호하지만 좌측에서도 뛸 수 있는 선수다. 왓포드 시절에는 중앙과 측면을 자주 오갔다. 예를 들어 히샬리송이 좌측으로 이동하면 손흥민이 중앙으로 들어오는 동선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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