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간 핏빛 복수극…이 가족의 끝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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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이가 딸을 죽였잖아. 그게 내 귓속에서 비명을 질러. 신들에 대한 이야기는 다시 하지마."
딸 이피지니아(홍지인 분)를 신의 제물로 바친 남편 아가멤논(문성복 분)을 향한 분노와 원망의 목소리다.
1부는 신의 뜻에 따라 딸 이피지니아를 죽인 왕 아가멤논과 그런 아가멤논에게 복수를 하는 왕비 클리템네스트라의 이야기다.
3부는 지니 해리스의 색다른 해석이 돋보이는 장면으로 현대를 배경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는 엘렉트라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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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킬로스 비극 재해석한 작품
엘렉트라, 현대로 불러와 정신상담
EDM·힙합을으로 비극에 생동감 더해
"1·2·3부 잘 짜인 퍼즐처럼 보여줄 것"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그이가 딸을 죽였잖아. 그게 내 귓속에서 비명을 질러. 신들에 대한 이야기는 다시 하지마.”
핏빛 복수가 시작된다. 연극 ‘이 불안한 집’의 한 장면. 클리템네스트라(여승희 분)가 울부짖자 주변의 공기가 숙연해진다. 딸 이피지니아(홍지인 분)를 신의 제물로 바친 남편 아가멤논(문성복 분)을 향한 분노와 원망의 목소리다. 전장(戰場)에서 10년 만에 돌아온 아가멤논을 향해 칼을 치켜드는 클리템네스트라. 끝내 아가멤논의 목을 칼로 벤다. 아가멤논을 따라 온 카산드라(공지수 분)는 바닥 위를 구르며 광기에 사로잡혀 외친다. “이 집안은 저주받았어. 지독한 악행을 보게 될 거야.”
작품은 총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신의 뜻에 따라 딸 이피지니아를 죽인 왕 아가멤논과 그런 아가멤논에게 복수를 하는 왕비 클리템네스트라의 이야기다. 2부에선 아가멤논의 또 다른 딸 엘렉트라가 어머니 클리템네스트라를 살해하며 반복되는 복수를 다룬다. 3부는 지니 해리스의 색다른 해석이 돋보이는 장면으로 현대를 배경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는 엘렉트라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날 시연한 장면은 1부로 전체 5시간 공연 중 2시간에 해당하는 부분이었다. 연극 ‘처의 감각’, ‘손님들’, ‘인간이든 신이든’, ‘태양’ 등을 통해 배우들의 독특한 움직임을 바탕으로 원초적인 에너지를 보여준 김정 연출 특유의 스타일이 잘 드러났다. 출연 배우는 무려 15명. 20대부터 60대 후반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배우들이 21개의 배역을 소화한다. EDM, 힙합 등 다채로운 음악과 함께 보여주는 배우들의 앙상블이 극에 생동감을 더했다.
원작이 그리스 비극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가족 사이에서 반복되는 복수 이야기는 오늘날의 ‘막장 드라마’를 능가하는 패륜적인 전개로 다가온다. 물론 그 속에는 ‘정의란 무엇인가’, ‘누구의 행위가 정당한가’ 등의 진중한 질문이 담겨 있다. 지니 해리스는 여기에 또 하나의 질문을 더한다.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3부를 통해 ‘복수의 굴레를 끊을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관객에 던진다.
김정 연출은 “1부와 2부가 3부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잘 짜인 퍼즐처럼 보여주고자 한다”며 “3부에서 드러나는 희망 없는 세상에 대한 메시지가 동시대 관객에게 충분히 어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립극단을 통해 연극계의 상징적인 공간인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을 올린다는 점에서 책임감이 크다”며 “제가 대본을 읽었을 때 작품에 빠져든 것처럼 관객에게도 ‘이 불안한 집’이 선물 같은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 불안한 집’은 오는 31일부터 9월 24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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