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명 혐의' 前 해병 수사단장, 오늘 수사심의위 신청… 軍 수용할까?
해병대는 '승인 없는 방송 출연' 문제 삼아 징계위 출석 요구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지난달 집중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작전 중 사망한 고(故) 채수근 상병 사건 초동 조사를 담당하다 '집단항명 수괴' 등 혐의로 군검찰에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14일 자신의 혐의 사건을 다룰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할 계획이다.
박 대령 측 법률 대리인 김경호 변호사는 박 대령의 '집단항명 수괴' 등 혐의와 관련해 "군검찰 수사절차·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해야 할 필요성이 큰 사건"이라며 "수사 계속 여부와 공소 제기, 불기소 처분 여부에 대해 국방부 검찰단이 아닌 수사심의위에서 진행해야 할 필요성과 상당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박 대령은 지난달 19일 해병대 제1사단 소속이던 채 상병(당시 일병)이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구명조끼 착용 없이 실종자 수색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진 뒤 해병대 수사단장으로서 당시 사고 발생 경위와 군 관계자들의 과실 등 책임 소재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해병대 수사단은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군 간부 8명의 '주의 의무 위반'이 채 상병 사고의 한 원인이 됐던 것으로 보고 이들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민간 경찰에 이첩할 예정이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해 지난달 30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대면 결재를 받았다.
그러나 박 대령은 이달 2일 채 상병 사고 조사 결과 보고서를 경찰에 이첩했다가 보직해임된 데다 군검찰의 수사 대상까지 됐다. 이 장관이 보고서 결재 다음날인 지난달 31일 '채 상병 사고의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고 해병대에 지시했는데도 박 대령이 이를 따르지 않았단 이유에서다.
반면 박 대령은 지난달 30일 이 장관에 채 상병 사고 조사 결과를 보고한 이후 이달 2일 경찰 이첩 때까지 '이첩 보류'에 관한 명시적 지시를 받은 적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데다, 오히려 이 사이 일부 국방부 관계자들로부터 '보고서에서 혐의자·혐의 내용 등을 빼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박 대령은 자신을 '집단항명 수괴' 등 혐의로 입건한 국방부 검찰단 수사도 거부하겠단 의사를 밝혔다. 국방부 예하 조직인 국방부 검찰단에선 자신에 대한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박 대령은 지난 11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제3의 수사기관'에서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박 대령이 말한 '제3의 기관'이 군검찰 수사심의위라고 전했다.
군검찰 수사심의위는 지난 2021년 성추행 피해 신고 뒤 부대 관계자 등의 2차 가해 속에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 사건을 계기로 도입된 기구다.
군검찰 수사심의위는 군에서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이 발생한 경우 군검찰의 수사·절차 및 결과를 심의해 국민 신뢰를 높이기 위한 목적에서 국방부 검찰단 소속으로 설치한다.
국방부 검찰단은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이 접수되면 민간 전문가로 수사심의위원 5명을 선정해 부의(附議) 심의위를 구성해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의 수락 여부를 심의하게 된다.
수사심의위 소집이 수락되면 이 심의위에서 국방부 검찰단의 조사를 토대로 기소 및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권고하게 된다. 단, 군검찰 수사심의위의 권고엔 법적 구속력은 없다.
이런 가운데 해병대사령부는 박 대령이 앞서 11일 군 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은 채 KBS-1TV와의 생방송 인터뷰에 출연했단 이유로 그를 오는 16일 징계위원회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박 대령이 사전 승인을 받지 않고 언론 인터뷰에 응한 사실이 '해병대 공보정훈업무 규정' 등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박 대령 측은 일단 이번 징계위 출석 요구엔 응하지 않겠단 입장이다. 박 대령 측은 징계위 연기를 신청하고 진술권 보장을 위한 징계조사 요구와 징계기록 정보공개 청구, 징계위원 성명 공개 청구 등에도 나선다는 계획이어서 군 당국을 이를 수용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 대령 측은 직권남용 등을 이유로 국방부 이 장관과 유재은 법무관리관 등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에 고소·고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되고 있다.
yellowapoll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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