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살 류현진 인간 승리' 444일 인내한 첫승…'ERA 2.57↓' 클래스 입증했다, TOR 3연패 탈출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베테랑 좌완 류현진(36, 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인간 승리가 무엇인지 보여줬다.
류현진은 14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2피안타 2볼넷 3탈삼진 2실점(비자책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첫 승을 챙겼다. 토론토는 11-4로 이기며 3연패에서 탈출했다.
류현진은 지난해 6월 토미존 수술을 받고 재활을 마치기까지 13개월이 걸렸다. 나이 30대 후반에 수술을 받고 돌아온 류현진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지만, 복귀 3경기 만에 승리를 챙기며 여전한 클래스를 증명했다. 류현진은 지난해 5월 27일 LA 에인절스전 이후 444일 만에 승리투수가 되는 기쁨을 누렸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종전 4.00에서 2.57까지 낮추며 정상궤도에 다시 올랐다는 것을 증명했다.
첫 승을 이끈 결정구는 역시나 체인지업이었다. 류현진은 이날 잡은 삼진 3개의 결정구는 모두 체인지업이었다. 직구(40개) 위주로 던지되 체인지업(24개)과 커터(12개), 커브(10개) 등 변화구를 적절히 잘 활용하면서 컵스 강타선을 이겨냈다. 직구 구속은 최고 91.1마일(146.6㎞), 평균 88.4마일(142.3㎞)을 기록했다.
# '후반기 팀 득점 1위' 컵스 강타선 만났다
컵스는 크리스토퍼 모렐(지명타자)-니코 호너(2루수)-이안 햅(좌익수)-코디 벨린저(중견수)-댄스비 스완슨(유격수)-스즈키 세이야(우익수)-패트릭 위즈덤(1루수)-닉 마드리갈(3루수)-미겔 아마야(포수)로 선발 라인업을 꾸려 류현진에 맞섰다. 좌타자는 벨린저뿐이었고, 스위치히터인 햅을 포함해 8명이 우타자였다.
컵스 타선은 후반기 들어 메이저리그 최상위권 화력을 자랑했다. 후반기 팀 타율 0.286로 메이저리그 전체 2위, 팀 홈런은 46개로 3위, 팀 득점은 183으로 1위에 오르며 뜨거운 화력을 자랑했다. 토론토가 3연패에서 벗어나려면 류현진이 가능한 오래 마운드에서 버티면서 컵스 타선에 불이 붙지 않도록 잘 잠재워야 했다.
토론토는 윗 메리필드(좌익수)-브랜든 벨트(1루수)-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지명타자)-조지 스프링어(우익수)-캐번 비지오(2루수)-대니 잰슨(포수)-달튼 바쇼(중견수)-산티아고 에스피날(3루수)-폴 데용(유격수)이 선발 출전해 득점 지원에 나섰다.
# 통한의 1루수 실책…시작부터 '2실점' 꼬였다
류현진은 1회초 첫 타자 모렐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기분 좋게 출발했다. 볼카운트 1-2로 유리한 상황에서 4구째 체인지업을 던져 모렐의 헛방망이를 유도했다.
그러나 수비 도움을 받지 못하면서 실점 상황으로 이어졌다. 1사 후 호너를 볼넷으로 내보낸 상황. 햅에게 1루수 땅볼을 유도하면서 병살까지 기대하던 차, 1루수 벨트가 평범한 타구를 제대로 포구하지 못하면서 최소 2사 2루로 막을 수 있었던 상황이 1사 1, 2루 위기로 이어졌다.
류현진은 다음 타자 벨린저를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숨을 골랐다. 2사 1, 2루에서 스완슨과 풀카운트 싸움에서 6구째 몸쪽 시속 89.9마일짜리 직구를 던졌는데, 이 공이 좌익선상을 타고 흐르는 2타점 적시 2루타로 연결돼 0-2가 됐다.
벨트의 실책만 아니었다면 무실점으로 넘길 수 있었던 첫 이닝이었다. 류현진은 아쉬움을 삼키고 스즈키를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1회를 마무리했다.
# 2회초 11구 삼자범퇴…2회말 바쇼 역전 3점포 포함 5점 지원 사격
류현진은 또 한번 주무기 체인지업으로 삼진을 잡으면서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하위 타선을 상대하는 만큼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늘리는 데 집중했다. 2회초 선두타자 위즈덤에게 풀카운트에서 6구째 체인지업을 던져 헛방망이를 끌어내 삼진으로 처리했다. 다음 타자 마드리갈은 커브로 3루수 땅볼을 유도했고, 2사 후 아마야는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공 11개로 이날 첫 삼자범퇴 이닝을 완성한 순간이었다.
그러자 타선이 응답했다. 2회말 선두타자 비지오가 안타로 출루하고 잰슨이 사구로 걸어 나가면서 만든 무사 1, 2루 기회. 바쇼가 컵스 선발투수 제임슨 타이욘이 한복판에 던진 시속 94.6마일짜리 직구를 받아쳐 우월 3점포로 연결했다. 순식간에 3-2로 경기를 뒤집으면서 류현진이 시즌 첫 승에 도전할 수 있는 요건을 안긴 순간이었다.
토론토 타선은 멈추지 않고 추가점을 뽑았다. 2사 후 메리필드의 안타와 도루, 벨트의 볼넷으로 2사 1, 2루 기회를 잡았고 게레로 주니어가 좌전 적시타를 쳐 4-2로 거리를 벌렸다. 계속된 2사 1, 2루에서는 스프링어가 우전 적시타를 쳐 5-2로 도망가면서 연패 탈출을 향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 시속 91.1마일, 복귀 후 가장 빠른 공 던졌다
한결 어깨가 가벼워진 류현진은 3회초 한번 더 무실점을 기록하며 팀 분위기를 이어 갈 필요가 있었다. 류현진은 선두타자 모렐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호너에게 중전 안타를 내줬다. 1사 1루에서 다시 한번 햅과 승부가 중요했는데, 포수 잰슨이 1루주자 호너의 2루 도루를 완벽히 저지하면서 2사 주자 없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류현진은 햅을 시속 91.1 마일 직구로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또 삼자범퇴 이닝을 완성했다. 시속 91.1마일(시속 146.6㎞)은 류현진이 이날 던진 가장 빠른 공이자 부상 복귀 후 던진 가장 빠른 공이기도 했다.
# 선두타자 벨린저 볼넷 고비 넘기자…타이욘 조기 강판, 특급 도우미는 바쇼였다
류현진은 4회초 선두타자 벨린저와 7구까지 가는 풀카운트 싸움 끝에 볼넷을 내줬다. 이날 첫 선두타자 출루였다. 류현진은 스완슨과 스즈키를 연달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계속해서 1루에 벨린저를 묶어뒀고, 2사 1루에서 위즈덤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3번째 삼진을 잡은 결정구는 역시나 체인지업이었다.
4회말 토론토 타선이 타이욘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다. 메리필드와 벨트의 연속 안타로 무사 1, 3루 기회를 잡았고, 게레로 주니어가 좌전 적시타를 쳐 6-2로 달아났다. 컵스는 헤이드 웨스네스키를 마운드에 올렸고, 스프링어가 볼넷을 얻어 무사 만루를 만들었다.
비지오와 잰슨이 연달아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토론토의 공격 흐름이 끊기나 싶었을 때 다시 바쇼가 나섰다. 바쇼는 2사 만루에서 중전 2타점 적시타를 쳐 8-2로 거리를 벌렸다. 바쇼는 홀로 5타점을 쓸어 담으면서 류현진의 첫 승 특급 도우미 임무를 톡톡히 해냈다.
# 시즌 첫 승리투수 요건…무리하지 않았다
류현진은 5회초까지 무실점 투구를 이어 가며 시즌 첫 승 요건을 갖췄다. 마드리갈 3루수 땅볼-아마야 투수 땅볼-모렐 좌익수 뜬공으로 깔끔하게 3타자를 처리했다.
류현진은 투구 수 86개로 한 이닝 더 던질 만한 여력이 됐지만, 직전 등판에서 종아리 타박상을 입은 만큼 무리하지 않고 공을 내려놨다. 5회말 공격 때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은 더그아웃에 있는 류현진에게 임무를 다했다는 사인을 줬고, 류현진은 곧장 수긍하고 동료들과 악수를 나눴다.
토론토는 6회초부터 불펜을 가동하며 6점차 지키기에 나섰다. 제네시스 카브레라(1이닝)-제이 잭슨(1이닝 2실점)-에릭 스완슨(1이닝)-네이트 피어슨(1이닝)이 이어 던지며 승리를 지켰다.
잭슨이 7회초 1사 1루에서 위즈덤에게 중월 투런포를 얻어맞는 바람에 8-4로 쫓기긴 했으나 류현진의 첫 승을 지킬 수 있을 만큼 점수차가 넉넉했다. 8회말 2사 후에는 에스피날과 데용, 메리필드의 연속 적시타로 11-4까지 도망가면서 컵스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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