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자 혹은 마약사범?" 무고한 17살 몽골소년 연행한 경찰
검거장소에 있던 17세 몽골 소년도 연행…"마약 찾아봐" 무단 수색도
혐의 없는데 몽골에 연락…마약·절도 등 언급해 현지 가짜뉴스 확산
경찰 "신분 확인차 경찰서 임의동행…연행 아냐"
16세 도시락 절도범 검거에는 소방·경찰특공대 등 50명 동원
목격자들 "마약·테러사범 잡는 줄 알았는데…절도범이었다니"
경찰 "검거에 최선을 다한 것…과잉 대응 아니다"
경찰이 10대 외국인 피의자를 검거하면서 검거 장소에 있던 또 다른 10대를 마약 사범 또는 불법 체류자 취급하며 수색하는 등 공권력을 남발해 논란이 예상된다.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훔친 뒤 경찰을 밀고 달아난 외국인 청소년을 붙잡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인데, 이때도 경찰특공대를 비롯한 50명이 넘는 인원을 동원해 과잉 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 편의점 도시락 절도 16세 몽골소년 검거
이달 7~14일 강원도 춘천시에서 열리는 춘천코리아오픈 국제태권도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미리 한국에 입국한 뒤 대학생 친형이 사는 인천에 있던 A군은 지난 7일 오전 11시 45분쯤 형의 거주지인 인천 부평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경찰에 연행됐다.
같은 날 오전 8시쯤 몽골 국적 태권도 선수 B(16)군이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훔쳐 달아난 뒤 A군 형의 주거지로 도주했기 때문이다. 몽골에서 지역 청소년 태권도 대표선수였던 A군과 B군은 각각 태권도대회에 출전하기 우리나라에 입국했다.
앞서 B군은 같은 날 오전 0시 25분쯤 친구 C(16)군과 함께 인천 부평구의 한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훔쳤다. 편의점 업주는 가게 내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다 B군과 C군의 범행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오전 2시 52분쯤 편의점에서 약 600m 떨어진 위치에서 이들을 발견해 불심검문을 했다. 검문 과정 중 이들이 여권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을 파악한 경찰은 현장 체포하려 했지만 B군 등은 경찰을 밀치고 달아났다.
이후 CCTV를 확인하며 추적한 경찰은 오전 7시 35분쯤 부평역 일대에서 C군을 검거했으며, 오전 11시45분쯤 A군의 형 주거지인 부평의 한 오피스텔에서 B군을 붙잡았다.
검거장소에 있던 17세 몽골 소년도 연행…"마약 찾아봐" 무단 수색도
이후 A군은 경찰서에서도 "마약을 했느냐", "왜 한국에 왔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경찰은 몽골의 A군의 부모와 현지 태권도협회에도 "A군이 마약 등을 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몽골 현지에서는 A군이 태권도 대회는 참가하지 않고 마약과 절도 범죄를 벌였다는 소문이 돌면서 가족 등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혐의 없는데 몽골에 연락…마약·절도 등 언급해 현지 가짜뉴스 확산
A군의 가족은 CBS노컷뉴스에 "아이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경찰이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현지에 연락해 혼란을 야기했다"며 "관련 인터넷 기사 댓글에서 '해외에서 부끄러운 짓을 한 학생들은 몽골을 떠나야 한다' 등의 악플이 달린 데다 주변에서도 비슷한 말이 나와 매우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실상 경찰이 우리 아이를 범법자라고 단정 짓고 이같은 행동을 한 게 아니냐"며 "외국인이라고 해도 이렇게 하는 게 맞는가"라고 토로했다.
경찰은 A군을 지난 7일 오후 풀어줬지만 A군은 이미 심리적으로 크게 충격을 받은 상태다. A군은 태어나서 처음 경찰서에 연행된 데다, 아무런 이유 없이 불법 체류, 절도, 마약 등에 연루된 게 아니냐는 질문이 이어져 무서웠다고 가족들에게 토로했다.
경찰 "신분 확인차 경찰서 임의동행…연행 아냐"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A군과 제대로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신분을 확인하기 위해 임의동행했다"며 "강제적으로 A군을 연행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16세 도시락 절도범 검거에 소방·경찰특공대 등 50명 동원
경찰과 소방은 오피스텔 앞에 매트를 설치하고 경찰 수십명이 B군이 있던 해당 층의 오피스텔을 둘러쌌으며, 경찰특공대가 옥상에서 창문 밖에서 습격 준비를 마쳤다.
결국 경찰은 B군이 있던 오피스텔의 문을 두드렸고 순순히 문을 연 B군을 검거했다. 검거 당시 B군은 주변에 경찰특공대와 경찰, 소방인력 수십명이 있었던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들 "마약·테러사범 잡는 줄 알았는데…절도범이었다니"
검거장소 건물 관리자는 "경찰이 체포 당시 피의자가 찬 수갑을 가려야 한다며 수건을 무단으로 가져갔다"며 "도시락 절도범을 잡으려고 50여명을 동원하면서 정작 건물 내 비치된 수건을 무단으로 가져가는 모습에서 경찰이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경찰 "검거에 최선을 다한 것…과잉 대응 아니다"
경찰 관계자는 "수건은 며칠 뒤 건물 관리사무소에 돌려줬다"며 "과잉 대응이라는 지적은 너무 결과론적인 비판이다. 당시 피의자가 10대인지, 불법 체류자인지 알 수 없는 상태였고, 검문 중 도주했기 때문에 검거에 최선을 다하다 보니 인원이 늘어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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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주영민 기자 ymch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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