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집은 다음에 줄게"…서울 아파트 증여→팔자, 왜?

서울 용산구 아파트 일대.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서울 아파트 증여 비중이 3년 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증여 취득세 계산법이 바뀌어 세금이 오른 반면, 아파트 거래 시장이 서서히 회복하면서 차라리 파는 게 낫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1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증여 거래는 4107건으로 전체 거래(4만4783건)의 9.2%를 차지했다. 이는 2019년 하반기(8.4%) 이후 최저치다.

반기별 증여거래 비중 추이를 보면 △2021년 상반기 14.2% △2021년 하반기 11.7% △2022년 상반기 14.2% △2022년 하반기 13.8% 등으로 꾸준히 두 자릿수를 보였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증여 거래 비중 13.8%와 비교하면 4.6%포인트(p) 낮다. 지난해 증여 거래는 매달 190건~830건 수준이었으나 12월 한 달 동안에만 1000건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집값이 하락기에 본격적으로 접어들면서 급매 수준에 파는 것보다 차라리 증여가 낫다는 심리적 요인이 작용했다. 또 올해 1월1일부터 증여 취득세 계산법이 달라져 세금이 오른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올해부터 증여로 부동산을 취득할 경우 발생하는 취득세 과세표준이 기존 '시가표준액'(개별공시가격 등)에서 '시가인정액'(시세)으로 기준이 바뀌었다. 공시가격은 통상 시세의 60~70% 수준인데, 이를 시세로 산정하면 세액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 변화에 이어 세금 영향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올해에는 증여 거래가 상대적으로 줄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는 지난해 1000건을 밑돌다 올해 4월 3000건을 돌파하는 등 거래가 회복하는 추세다. 일부 단지에서는 급매가 소진되면서 저점을 찍고 반등 거래가 나타나고 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이 상승 추세를 보이자 오른 세금을 부담하면서 증여하는 것보다 차라리 매매를 선택하는 게 이득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윤영 기자 byy@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