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구조기술사들 ‘철근 누락’ 반성은커녕 남탓에 밥그릇싸움까지
요즘 건축사와 구조기술사 단체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대규모 철근 누락 사태와 관련해 책임 공방과 함께 업역(業域) 다툼을 벌이고 있습니다.
건축사는 발주처의 의뢰를 받아 건축물을 설계하고 공사를 감독(감리)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구조기술사는 건축사가 설계한 건축물에 가해지는 하중을 계산해 내부에 철근은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벽이나 기둥의 크기·위치가 적절한지 등 건축물의 뼈대인 구조를 설계하는 직업입니다.
철근 누락 사태에 대한 조사 결과 발표 직후, 건축구조기술사회는 “구조를 모르는 건축사들이 설계를 독점하는 것이 문제”라며 구조와 설계의 분리 발주를 주장했습니다. 지금은 건축사로부터 하청을 받는 구조이다 보니 제값을 받기 어렵고, 중간에 건축사가 자신들의 몫을 가져간다는 것입니다. 직접 발주처로부터 일감을 받으면 고급 인력을 충원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그러자 건축사협회는 “건축구조기술사 인력이 건축사의 6.4%에 불과해 부실 점검·관리 가능성이 높다”며 ‘인정 건축구조건축사 제도’ 도입을 제안했습니다. 구조기술사가 부족하니 정부 지정 교육기관에서 건축사가 일정 기간 교육을 이수하면 구조기술 관련 업무를 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자는 것입니다. 결국 건축사의 ‘밥그릇’을 키워 달라는 내용입니다.
LH 철근 누락 사태의 주요 원인은 부실 설계·감리입니다. 구조기술사가 구조계산을 잘못했거나, 계산을 제대로 했더라도 건축사가 설계 도면에 잘못 옮겨 문제가 발생한 경우가 다수였습니다. 이를 감리마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발주처인 LH의 관리 부실도 문제지만, 실무를 담당한 건축사와 구조기술사에게도 큰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두 업종의 단체들은 이렇다 할 사과문 한 번 낸 적이 없습니다. 국민 입장에서 ‘전문가들의 최소한의 ‘직업 윤리’도 찾기 어렵다’는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입니다. 더구나 이들이 속한 회사에는 LH나 정부기관 출신 전관들이 포진해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지금 밥그릇 다툼 할 때냐’라는 국민 목소리가 들리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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