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붐에 급등한 엔비디아, 1주일새 8.6% 급락
세계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엔비디아 주가가 11개월 만에 최대 주간 낙폭을 기록하면서 월가(街)에서 ‘AI 버블’을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현지 시각) 미 나스닥에 상장해 있는 엔비디아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62% 떨어진 408.55달러로 마감했다. 지난 한 주간의 낙폭은 8.6%로, 지난해 9월 초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엔비디아는 올해 글로벌 증시를 이끌고 있는 ‘AI 열풍’의 대표 수혜자로, 연초 대비 주가가 180% 상승했다. 이는 미국 전체 주식장에서 가장 높은 연간 상승 폭으로, 주가 상승에 힘입어 반도체 회사로는 처음으로 ‘시가총액 1조달러’ 문턱을 넘기도 했다.
투자 업계는 엔비디아의 주가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첨단 기술 투자를 제한한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미·중이 기술 분야에 이어 자본에서까지 디커플링을 하면서, 중국 시장에서 전체 매출의 20%를 내고 있는 엔비디아의 사업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엔비디아의 경쟁자인 미국 반도체 업체 AMD와 브로드컴의 주가도 지난 한 주 동안 각각 6~8%씩 떨어졌다. 주요 반도체 주가 추이를 반영하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같은 기간 6% 가깝게 급락했다.
AI 열풍의 상징과도 같은 엔비디아·AMD 등의 주가가 떨어지자 “AI 붐이 과거의 닷컴 버블을 연상시킨다”는 우려들이 나온다. 11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엔비디아의 주가 급등 현상은 ‘투기 광풍’ 외에 다른 것으로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AI의 잠재력이나 회사의 미래를 고려하지 않고 상승세에 편승하는 묻지 마 투자가 많다는 것이다. 반도체 회사뿐 아니라 올 들어 AI 사업을 확장하며 151% 급등한 메타, 65% 상승한 아마존, 34% 오른 마이크로소트프 등 기술주들에 대한 투자 논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WSJ는 “향후 엔비디아가 주가 급등에 상응하는 실적 개선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주가가 다시 급락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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