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 내면 13만원 혜택… 고향사랑기부제 ‘후끈’
“정읍 고향사랑기부제에서 드리는 첫 번째 답례품은 정읍 한우예요! 10만원만 기부해도 진공 포장된 명품 한우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전북 정읍시 공식 유튜브 ‘정읍 See’에 출연한 진행자들은 마치 쇼핑 호스트들이 물건 팔듯 정읍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에 맞서는 이웃 임실군의 홍보 작전은 소셜미디어(SNS) 활용. 임실의 대표 특산물 ‘임실치즈’ 답례품 홍보 영상을 찍은 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에 올리고, SNS를 통해 ‘임실기부’ 4행시 짓기 이벤트도 벌였다. 축구 국가대표 나상호 선수는 고향 전남 담양군에 500만원을 기부하고 담양군 고향사랑기부제 홍보 영상에도 재능 기부로 출연해 힘을 실었다.
올해 1월부터 시행돼 반년여가 지난 고향사랑기부제를 활성화하려는 지방정부의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이형석 행정안전부 균형발전제도과장은 “고향사랑기부제는 국가 돈을 타내는 게 아니라 지자체 노력에 따라 기부금을 모으는 일종의 ‘성과급 개념’이라 지자체별로 엄청난 공을 들이는 상황”이라고 했다.
◇10만원 기부하면 13만원 혜택
고향사랑기부제란 떠나온 고향을 포함해 현재 내가 살고 있지 않은 지자체 어디든 기부하면 기부금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10만원까지는 전액 공제, 10만원 초과 금액은 16.5% 공제가 된다. 예컨대 10만원을 기부하면 다음 해 연말정산때 세금 10만원을 돌려받는 것이다.
혜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부금을 받은 지방정부가 감사의 뜻으로 기부금의 30% 범위에서 답례품을 준다. 기부자 입장에선 10만원까지는 전액 연말정산 때 돌려받을 수 있으니 사실상 3만원짜리 답례품을 공짜로 얻는 ‘재테크 꿀팁’인 셈이다. 지방정부 입장에서도 기부금을 모아 지역 사업에 쓸 수 있어 예산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본지가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송언석(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입수한 ‘고향사랑기부제 운영 현황’에 따르면, 고향사랑기부금 총액(비공개 지역 제외)은 6월 한 달 98억4929만원으로 시행 첫달인 1월(21억6813만원)의 4.5배로 커졌다.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을 등록해둔 지방정부는 1월 218곳에서 지난달 21일 현재 240곳으로 늘어났다. 전체 지방정부의 98.7%에 달한다.
◇치즈·굴비·한우 등 특산물 답례품 총출동
지방정부들이 많이 쓰는 답례품은 지역 화폐 개념인 지역사랑상품권이다. ‘고향사랑기부제 운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상반기(1~6월) 매출액 1위 답례품은 전남 담양군의 담양사랑상품권으로 1억469만원을 기록했다. 이어 경북 예천(7556만원)·전남 고흥(6244만원)·전남 장흥(4131만원)·전남 해남(4017만원)·전북 순창(3468만원) 등의 지역사랑상품권 매출이 높았다. 주태진 순창군 도농교류팀장은 “지역 상품권은 현금처럼 쓸 수 있어서 ‘고향 사는 부모님께 상품권을 용돈으로 드리자’는 취지로 외지 사는 아들딸들이 기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지역 특산품을 답례품으로 특화한 지방정부도 느는 추세다. 전북 임실군의 임실치즈(3332만원), 전남 영광군의 굴비(3190만원), 전북 정읍시 한우(2779만원), 제주도 감귤(2518만원) 등이 답례품 매출 상위권이었다.
답례품을 관광으로 연결시켜 지역 경제를 살리려는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예컨대 전남 담양군은 답례품으로 ‘도전, 나도 바리스타’란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담양 커피 농장에서 커피 열매를 직접 볶아 핸드 드립으로 내려보는 체험을 한 뒤 주변 관광도 하고 가라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지역 특산물 답례품은 집에서 받아보는 것이라 해당 지역 방문으로 이어지긴 어렵고, 지자체들은 답례품을 보내려고 택배비까지 부담해야 해서 그만큼 손해”라며 “인구 감소 지역 생활 인구를 늘리고 해당 지역에서 2~3차 소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향사랑기부제를 이용하려면 ‘고향사랑 e음 홈페이지(ilovegohyang.go.kr)’에 접속해 회원 가입을 해야 한다. 이후 홈페이지 상단 메뉴에서 ‘답례품’을 눌러 ‘답례품몰’에 접속한 뒤 인터넷 쇼핑하듯 물건을 고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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