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호텔 프로젝트] 한옥·정원·책을 품다…머물고 싶은 마을이 되다

박준하 2023. 8. 14.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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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 마을호텔 프로젝트] (2)전남 순천 ‘어여와’
노후 주택 활용 3곳 만들어
넉넉한 공간에 숙박비 저렴
동네 곳곳 정원 조성 ‘눈길’
산책·꽃차 시음 코스 마련
전남 순천시 저전동 마을호텔 어여와 1호 한옥스테이.

저전동에서 책 도둑은 작은 도둑이지만, 꽃 도둑은 큰 도둑이다.”

일명 ‘정원마을’이라고 불리는 전남 순천시 저전동 주민들의 우스갯소리다. 그만큼 이 동네에선 정원을 애지중지 가꾼다는 뜻이다. 전남 순천은 원래부터 순천만국가정원 때문에 정원으로 이름난 곳이다. 마침 올 10월31일까진 ‘2023 순천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린다. 마을 곳곳이 정원인 만큼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 마을호텔인 ‘어여와’는 이곳의 명물. 순천역에서 자동차로 5분밖에 안 걸리는 저전동을 가봤다.

어여와 2호 정원스테이.

저전동은 요새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연예인 최수종씨가 방문해 무려 15박을 묵었다는 이야기는 이미 유명하다. 저전동엔 주민 2600명이 모여 살고 있다. 과거 저전동은 제지 산업이 발달했다. 저전의 ‘저’가 종이의 원료인 ‘닥나무 저(楮)’인 것만 봐도 그렇다. 한때 마을 인구가 15년간 67.4%나 줄어들 정도로 인구 유출과 고령화가 심했으나, 2014년부터 진행된 주민 주도의 도시재생사업이 이곳에 활기를 가져다줬다. 마을주민들은 비타민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비타민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쇠퇴한 저전동을 생기발랄한 동네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이후 실제로 초등학생수가 늘어 2학년은 1반뿐인데 1학년은 2반까지 있다.

어여와 3호 북스테이.

도시재생사업이 시작되면서 마을 분위기는 확 바뀌었다. 그중 눈에 띄는 건 마을호텔 ‘어여와’다. 모두 3호까지 있는 ‘어여와’는 노후 주택을 개조해 만들었다. 식사는 주변 식당을 이용하거나 직접 요리하면 된다.

어여와 1호는 4인 가족이 머물러도 충분할 만큼 넉넉한 공간을 가졌다. 마당에 펼쳐진 아름다운 정원은 덤이다.

구 한옥을 바꾼 ‘어여와 1호’는 한옥스테이라고도 불린다. 4인 가족도 넉넉하게 쓸 수 있는 한옥 앞마당엔 너른 평상도 있다. 드넓은 개인 정원이 아름다운 정원스테이 ‘어여와 2호’도 인기가 좋다. 마을 유휴 공간을 알뜰하게 쓴 ‘어여와 3호’는 책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에 알맞은 북스테이다. 숙박비도 1일 15만원 수준으로 저렴한 편이다. 프런트 역할을 하는 비타민센터를 통해 예약하면 된다.

이강철 비타민협동조합 사무국장은 “방치하면 흉물이 될 수 있는 빈집을 개조해 외부인에게 문을 연 게 마을주민들에게 큰 보람”이라고 설명했다.

저전동에 들어서면 꽃향기가 코끝을 에워싼다. 작은 마을인데도 공동으로 관리하는 정원이 무려 10여개나 있다. 마을 초입에 있는 ‘남승룡메모리얼정원’은 순천남초등학교 출신 마라토너 남승룡 선수를 기념하려고 만든 정원이다. 이밖에도 장독대정원·보랏빛향기정원·디딤돌정원·빗물가로정원 등이 있다. 마을 공용 공간에선 누구나 정원을 가꿀 수 있도록 도구도 무료 대여해준다.

‘이웃사촌정원’은 저전동에 있는 독특한 문화다. 자기 앞마당에 꽃을 가꿔 시민들에게 개방하는 것이다. 덕분에 저전동은 골목마다 꽃 잔치다. 7년째 정원을 가꾸는 마을주민 장춘호씨(57)도 애정이 남다르다. 장씨는 “일부러 동네 어머니들 보시라고 머위랑 달래랑 길러서 마당이 보이도록 문을 열어놓곤 한다”며 웃었다.

저전동 마을주민들은 자발적으로 집 앞 정원을 가꾼다. 덕분에 방문객이 크게 느는 등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순천=김병진 기자

주민들만 보기 아까운 정원이라 방문객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저전동 정원마을 한바퀴’ 프로그램은 소요 시간에 따라 ‘생기발랄 코스(30분)’ ‘닥나무 코스(1시간)’ ‘정원마실길 코스(1시간30분)’로 나뉜다. 주민이 안내자로 나서 함께 산책하고 꽃차를 시음하는 코스도 마련돼 있다.

산책길에서 만나는 청년창업지원공간도 빼놓을 수 없다. 이곳은 모두 마을의 노후한 공간을 개조해 청년이 새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공간이다. 음료와 커피를 파는 커피공방, 제로웨이스트(쓰레기 감축) 커피숍, 브런치 카페 등 다양한 가게들이 골목에 자리하고 있다. 그중 ‘재미난 가게’의 위영애 대표는 매주 목요일마다 저전동 학생들을 위해 2000원짜리 빵을 100원에 파는 ‘100원빵’ 70개를 만든다. 또 빵집 안에는 ‘다정한 이웃이 청소년을 위한 다정한 응원’란도 있다. 여기에 주민들이 빵값·음료값을 선불로 결제하면 마을 아이들이 이용하고 메시지를 남겨둔다.

위 대표는 “마을주민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마을을 가꾸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한 동네가 된 느낌”이라며 “마을호텔 이름인 ‘어여와’처럼 저전동은 누구에게나 열린 마을”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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