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 그 사연] 부드러운 음색으로 자상한 남자를 노래하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드라마나 영화 제목은 오래된 노래 제목을 차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혜진·수영·안재욱 주연의 드라마 '남남'도 같은 경우다.
가요 '남남'은 1986년 가수 최성수가 발표한 노래로, 오랜 무명 생활을 벗어던지고 그의 존재를 드러나게 해준 솔로 데뷔곡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 제목은 오래된 노래 제목을 차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혜진·수영·안재욱 주연의 드라마 ‘남남’도 같은 경우다. 가요 ‘남남’은 1986년 가수 최성수가 발표한 노래로, 오랜 무명 생활을 벗어던지고 그의 존재를 드러나게 해준 솔로 데뷔곡이다.
최성수는 1960년생으로 한국 포크 음악의 산실이자 디스크자키(DJ) 이종환이 운영하던 라이브카페 ‘쉘부르’를 통해 데뷔해 1980년대 후반 ‘풀잎사랑’ ‘동행’ ‘해후’ 등을 불러 여성들의 지지를 받았다. 특히 첫 히트곡 ‘남남’은 당시 이별을 대하는 한국인의 의식 변화를 알 수 있는 노래로서 흥미롭다.
노래 속 남자는 사랑하는 여인을 만난다. 그런데 그녀가 예기치 않은 이별을 통보하고 돌아서 가버리고 말았다. 남자는 눈물을 뚝뚝 흘리고, 주변 사람들은 무슨 일인지 걱정스레 묻는다. 하지만 그는 남자다. 헤어짐 따위에 울지 않는 남자라며 노래한다.
“담배 연기에 눈물을 흘릴 뿐이라고 말했지만/ 슬픔이 물처럼 가슴에 고여 있기 때문이죠/ 오늘 밤만 내게 있어줘요 더이상 바라지 않겠어요/ 아침이면 모르는 남처럼 잘 가라는 인사도 없이/ 사랑해요 그것뿐이었어요/ 사랑해요 정말로 사랑했어요.”
1990년대초 X세대가 등장하기 전까지 노래 속에 나타난 우리 사회의 사랑과 이별은 주로 여성이 떠나간 남성에게 미련을 두다 못해 상처받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성수의 ‘남남’은 “담배 연기에 눈물을 흘릴 뿐”이라며 변명하는 연약한 남성상을 보여준 것이 눈에 띈다.
이때만 해도 거칠고 가부장적이어야 남자답다고 생각하는 시절이었다. 하지만 최성수가 노래하는 남자는 감수성이 예민하고 작은 것에도 감동할 줄 아는 자상한 남자였다. 게다가 최성수는 그야말로 부드러운 음색의 소유자. 성인가요는 트로트를 잇는 옛 노래에 불과하다는 이미지로서 외면받고, 포크는 젊은층이 주로 즐기는 장르로 양분되던 1980년대에 최성수의 음색과 창법, 사회를 그려내는 방식을 여성들이 지지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며 그 중심에 ‘남남’이 있었다. 노래 말미는 휘파람으로 처리했는데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뛰어난 표현 중 하나로 여겨진다.
최근 전국에서 연달아 일어나는 흉기 난동을 보면서 우리가 ‘남’이라는 존재를 얼마나 하찮게 여기고 있는지 따져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법정 스님은 수필집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에서 이렇게 말했다.
“조금만 더 따뜻하고 더 친절해질 일이다. 우리 모두는 어디선가 다시 만나게 된다.”\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