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살된 에콰도르 대선후보 '대체자', 선거 일주일 앞두고 낙점

▲ 에콰도르 대선 일주일 남기고 후보 지명된 크리스티안 수리타

총격으로 암살된 에콰도르 대통령선거 후보 페르난도 비야비센시오의 대체 후보가 곡절 끝에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최종 낙점됐습니다.

비야비센시오 후보 소속당인 '건설운동'은 현지시간으로 어제(13일) 현지 주요 언론의 생중계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새 대선 후보로 저명 언론인 크리스티안 수리타를 지명했다고 밝혔습니다.

현지 매체 엘우니베르소와 디아리오라오라 등에 따르면 수리타 후보는 비야비센시오와 함께 에콰도르 탐사 저널리즘 분야에서 한 획을 그은 기자 출신입니다.

특히 라파엘 코레아 전 대통령의 각종 부패 행위를 파헤쳐 명성을 얻었습니다.

'건설운동'은 관련 성명에서 "비야비센시오 공약을 계승하고 부패 및 마피아와의 싸움에 있어 최전선에 설 수 있는 적임자"라고 설명했습니다.

'건설운동' 선거 운동을 도왔던 수리타 후보는 비야비센시오 후보 피격 당시 현장에도 있었던 걸로 전해집니다.

앞서 이 정당은 환경운동가 출신인 안드레아 곤살레스 부통령 후보를 새 대선 후보로 내세운다고 발표했다가, 만 하루 만에 철회했습니다.

'이미 부통령 후보로 등록해 선거운동 중인 사람은 대통령 후보로 다시 나설 수 없다'는 선거관리위원회의 관련 규정 해석에 따른 것이라고 엘우니베르소는 전했습니다.

곤살레스는 여전히 부통령 후보로, 수리타와 함께 유세에 나설 예정입니다.

오는 20일 치러지는 에콰도르 대선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대권 도전에 나서게 된 수리타 후보는 코레아 전 대통령 측 인사인 '시민혁명운동' 소속 루이사 곤살레스 후보 저격수로 나설 전망입니다.

곤살레스는 여론조사 상 8명의 후보 중 선두를 달리고 있고, 비야비센시오 후보는 생전 중위권이었습니다.

규정에 따라 투표에서 과반을 얻거나, 40% 이상을 득표하고 2위에 10%포인트 앞선 후보가 나오면 당선은 확정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1, 2위 후보가 결선 양자 대결을 치릅니다.

이번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에콰도르 정부는 주요 교도소를 대상으로 한 작전을 수행해 총기 및 탄약류, 마약, 방탄조끼 등을 대거 압수하는 등 뒤늦은 치안 강화 조처에 나섰습니다.

검찰은 전날 소셜미디어에 금지 물품을 반입한 수감자들 사진도 공개했습니다.

게시물에는 상의를 탈의한 채 속옷만 입은 수십명의 수감자들이 손목과 발목을 포박당한 채 바닥에 엎드려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에콰도르 당국은 또 '피토'라는 별명을 가진 아돌포 마시아스를 전날 새벽 과야킬 제8교도소에서 이 나라 최대 보안 교도소인 '라 로카'로 이감했습니다.

마시아스는 에콰도르 마약 밀매 카르텔인 '로스 초네로스'의 수장입니다.

그는 지난 8일 총격을 받고 숨진 대선 후보 페르난도 비야비센시오에게, 그의 생전에 살해 위협 메시지를 보낸 인물로 지목받고 있습니다.

비야비센시오 후보는 공직자 부패에 대한 직설과 함께 카르텔과 정부 요원 간 밀착 의혹 등에 대해 강한 비판을 이어온 바 있습니다.

이번 이감 작전에는 수천 명의 군인과 경찰관이 무장차량을 동원해 수행했다고 현지 매체인 엘우니베르소는 보도했습니다.

기예르모 라소 에콰도르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시민과 수감자 안전을 위한 조처"라며 "이와 관련해 누구든 폭력적인 양상으로 반발한다면, 우리는 총력을 다해 대응해 평화를 회복할 것"이라고 썼습니다.

그러나 비야비센시오의 미망인 베로니카 사라우스는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남편이 숨진 뒤에야 국가가 갑자기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남편의 죽음에 대한 책임은 국가에 있다"고 힐난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안상우 기자 asw@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