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보다 더 아프다… ‘여름 감기’ 6년만에 가장 독해

조백건 기자 2023. 8. 14.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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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 심해 입원 환자 역대 최다

장모(39)씨와 그의 딸(9)은 지난달 말 여행을 다녀오고 심한 목 통증과 오한을 앓았다. 의사 권유로 독감 검사를 했더니 양성이 나왔다. 비슷한 증상을 겪던 남편(42)도 다음 날 독감 판정을 받았다. 일가족 모두 독감에 걸린 것이다.

우리나라가 6년 만에 가장 독한 여름 감기와 독감에 시달리고 있다. 13일 질병관리청 조사에서 일부 감기는 코로나보다 감염자가 더 많이 나오고 있다. 여름 감기·독감 입원 환자 수는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을·겨울에 기승을 부리고 여름엔 수그러드는 바이러스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이례적이다.

한국에서 자주 유행해 질병청이 환자 수를 매주 조사하는 급성호흡기감염증(감기·독감 등)은 7가지다. 리노 바이러스, 메타뉴모 바이러스, 보카 바이러스, 아데노 바이러스,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호흡기 세포 융합 바이러스(RSV),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독감) 등이다.

질병관리청이 7월 23~29일 전국 220개 병·의원 환자를 대상으로 한 표본 조사에서 감기를 일으키는 아데노 바이러스와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검출률은 각각 21.2%, 12.4%였다. 최근 다시 기승을 부리는 코로나 바이러스 검출률(12.1%)보다 최고 2배 가까이 높았다. 특히 7월 기준 아데노 바이러스 검출률은 올해가 5년 만에 가장 높았다. 고열과 인후통을 유발하는 이 바이러스는 수영장 물로도 감염될 만큼 전염성이 높기로 유명하다. 환자 대부분은 1~6세 유아였다. 또 올 8월 초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환자 수는 1000명당 14.1명으로 같은 기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침, 발열을 일으키는 메타뉴모 바이러스 검출률(7월 기준)도 코로나 전인 2019년보다 높았다.

그래픽=정인성

올여름 감기의 ‘독성’은 입원 환자 수에서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증세가 심해 입원까지 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질병청에 따르면 올 7월 기준, ‘7대 감기·독감’ 입원 환자 수는 6965명이다. 코로나 확산으로 개인 위생에 신경을 쓰면서 감기·독감이 대폭 줄었던 2021년 7월 환자 수(934명)보다 7배 많다. 코로나 전인 2018년(4722명)에 비해서도 1.5배 많은 수치다.

올해 여름 감기·독감의 추이도 과거와 확연히 다르다. 감기 입원 환자가 많았던 2019년엔 7월 첫째 주 환자 수가 1689명이었다가 넷째 주엔 1432명으로 줄어 감소세가 뚜렷했다. 반면 올해는 7월엔 첫째 주 환자 수(1683명)보다 넷째 주 환자 수(1780명)가 더 많다. 그만큼 올여름 감기가 더 질기고 독하다는 뜻이다.

올해 여름 감기의 폭증을 방역 전문가들은 ‘면역 빚(면역 부채)’이란 개념으로 자주 설명한다.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병균을 주고받으며 면역력을 키우는 게 정상인데 코로나로 2년 넘게 거리 두기가 이어지면서 개인의 면역력이 떨어졌고, 방역이 해제되고 처음 맞은 올여름에 그 대가(빚)를 치르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상대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독성은 떨어지면서 “코로나 감염 때보다 이번 감기·독감이 더 아프다”는 환자들도 있다.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엄격한 코로나 방역으로 (감기·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최근 사회생활은 늘어났으니 더 쉽게 전파되고, 더 크게 유행하는 것”이라며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바이러스 공백기가 감기·독감 등에 걸릴 수 있는 감염병 감수성을 높인 것”이라며 “이번 유행도 일정 규모의 사람들이 감염이 되고 나면 잦아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장은 “개울 물을 막으면 일시적으로 물이 안 흐르지만, 점차 물이 차올라 둑이 터져버리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했다. 반면 코로나 기간에 각종 감염병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과거 기승을 부리던 감염병이 다시 유행하는 상황으로 복귀하는 것일 뿐이라는 전문가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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