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호우 기준 못 미친 비에 야영지 물바다, 태풍 우려 철수로 천만 다행
제6호 태풍 ‘카눈’ 예보로 150국 스카우트 대원 3만7000여 명은 새만금 잼버리 야영지에서 지난 8일 조기 철수했다. 그러나 이 지역은 당초 우려와 달리 태풍의 직접 타격을 피했다.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내린 비의 양이 94.1㎜였다. 호우주의보 발령 기준인 12시간 강우량 110 ㎜에는 못 미쳤다. 적은 비는 아니지만 4년마다 한 번 열리는 잼버리 대회를 중도 포기하고 천막을 걷어야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수가 끝난 야영지 곳곳은 장화를 신어야 이동이 가능할 정도로 질퍽거리는 펄처럼 변했다. 한쪽에 쌓아둔 텐트 등 물품과 시설물은 바람에 날려 쓰러졌다. 태풍 경보 때문에 조기 철수를 결정하지 않았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는 생각이 든다.
배수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취약한 야영장과 폭염과 폭우에 열악한 시설, 부실한 대책과 준비, 안이한 운영은 기가 막힌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대회 초기 화장실과 샤워장은 턱없이 부족했고 위생은 언급하기 어려울 정도로 처참했다. 개최지 선정 이후 6년이라는 긴 시간이 있었음에도, 1100억원이 넘는 국민 세금을 대회 예산으로 투입했는데도 왜 행사 준비가 이렇게 부실했는지 많은 국민이 의아해하고 있다. 대회 예산 1100억원은 2015년 일본 세계 잼버리 대회 예산의 3배가 넘었다.
가장 이상한 것은 이미 매립된 새만금 내 다른 부지가 많았는데도 굳이 매립도 안 된 갯벌을 잼버리 행사장으로 정한 점이다. 조성된 부지에 나무를 심고 기반 시설을 설치했다면 그나마 문제가 덜했을 것이다. 그런데 2020년 뒤늦게 야영지 매립 공사를 시작해 대회 8개월 전인 작년 12월에야 끝났다. 그 결과 염분이 빠지지 않아 나무 한 그루 심을 수 없었고 물이 흥건한 진흙탕 매립지에서 국제 행사가 열린 것이다. 전북도가 대회 성공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대회 유치를 새만금 매립 촉진에 활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명확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여성가족부를 비롯한 중앙 부처의 관리·감독 부실도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밖에도 전체 예산의 74%가 조직위 운영비와 사업비로 잡힌 경위, 관련 인프라 구축, 조직위 운영 실태 등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조사가 필요한 분야가 한둘이 아니다. 감사원은 이르면 이번 주 새만금 대회 파행에 대한 감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대회 유치 단계부터 철수까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누구 책임인지를 샅샅이 파헤치고 필요하다면 수사 등 추가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속보] 트럼프, 국무장관에 마르코 루비오 지명
- 트럼프, "바이든과 우크라이나와 중동 전쟁에 대해 대화했다"
- [단독] 중흥건설, 100억원대 ‘계열사 부당 지원’ 의혹… 공정위 제재 절차 착수
- 앙숙 바이든·트럼프 백악관서 악수 “원할한 정권 이양 감사”
- 美·中, 16일 페루서 정상회담… “北 우크라 참전 문제 논의”
- 연일 상승세, 비트코인 9만3000달러도 돌파
- ‘아동 성학대 은폐’ 논란… 英성공회 대주교 사임
- 이시바 지지율 34%→43%로
- 의협 비대위원장에 박형욱 “의대 증원 시한폭탄 멈춰야”
- 분만유도제 공급 중단… 예비 엄마들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