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방시대 역행하는 집권 여당 잼버리 책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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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가 곡절 끝에 지난 주 폐막했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뜬끔없이 "지방시대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고하게 만들 문제"라고 발언한 것이다.
그러나 전북도의 무능 행정이 지방시대 정책 자체를 흔드는 구실이 되어선 안 된다.
지방 활성화를 국가 경쟁력 강화와 등치시켜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밀어붙이는 지방시대 어젠다가 잼버리와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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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가 곡절 끝에 지난 주 폐막했다. 세계 158개국 4만3000여 명 스카우트 대원이 참여했으나 당초 행사장인 새만금에서 조기 철수하는 등 준비와 운영 부실로 파행을 겪었다. 열악한 현장 상황 탓에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 주요국은 조기 퇴영하고 다수 참가국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뒤늦게 일부 여건이 정상화되고 마지막 날엔 K팝 콘서트로 반전을 노렸지만, 대회 전체가 성공적이었다고는 결코 평가할 수 없다. 그런데 여권이 지자체 책임론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엉뚱하게도 현 정부의 지방시대 정책에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뜬끔없이 “지방시대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고하게 만들 문제”라고 발언한 것이다.
누가 뭐래도 전북도의 잼버리 준비 소홀은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정부가 꾸린 조직위원회가 있지만, 행사의 손발은 도지사가 집행위원장인 전북도다. 정부 예산을 받아 인프라를 깔고 시설물을 짓고 요원을 배치하는 것은 모두 전북도 일이다. 더욱이 이번 대회가 사실상 실패한 원인이 화장실 샤워장 벌레 음식 같은 문제였던 걸 감안하면 현장 책임은 더욱 면할 수 없다. 이번 주 감사원 감사가 시작되고 국회 국정조사도 거론된다. 무려 1200억 원 가까이 예산을 썼으면서 6년 내내 뭘 했는지, 충분히 예상된 폭염과 태풍 대비책은 왜 없었는지, 전북도는 반드시 답해야 한다.
그러나 전북도의 무능 행정이 지방시대 정책 자체를 흔드는 구실이 되어선 안 된다. 지방 활성화를 국가 경쟁력 강화와 등치시켜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밀어붙이는 지방시대 어젠다가 잼버리와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인가. 더구나 문제 발언자는 여당 정책위의장이자 경남 진주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이다. 여당 대표는 광역단체장 출신이다. 여당 지도부의 인식 속에 지방이 어떻게 자리하는가를 엿보게 한다는 점에서 그냥 넘길 수 없다. 조직위와 집행위의 유기적 협조가 필수 요건임을 감안하면 또 다른 축인 정부 책임이 적지 않다. 전북도 못지 않게 정부 컨트롤타워 부재가 지적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지금까지 지자체 주관으로 열린 국제행사가 모두 전북도처럼 실패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번 사건은 지방시대를 앞당겨야 할 이유가 될 뿐이다.
지금 지방은 거의 소멸 직전이다. 저출산으로 인구가 주는데 청년들은 빠져나가 도심이 공동화하는 현상은 수도권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지자체가 공통적으로 겪는다. 지방대를 살리기 위해 글로컬대학에 올인하고, 대기업 유치에 목 매고, 메가이벤트를 통한 반등 모색에 안간힘이다. 그런 지자체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언사는 정치권에서 자제해야 한다. 현 정부의 무능을 부각하는데 집착한 나머지 2030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를 운운한 야당 원내대변인도 경솔하긴 매한가지다. 전체 역량을 결집해야 할 국가 대사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남탓 끝에 튀어나온 발언이 때론 너무 가볍고 위험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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