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부산지역 사립대 위기 이대로 둘 것인가

남송우 고신대 석좌교수 2023. 8. 1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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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송우 고신대 석좌교수

부산지역 사립대학의 재정난이 현실화되었다. 제때 월급도 정상적으로 지급할 수 없는 상황이 고신대학에서 발생한 것이다. 이 사태는 한 대학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국내 대학들은 운영수익 상당 부분을 등록금으로 충당한다. 그러나 정부 규제로 등록금이 14년째 동결돼 사립대의 재정 상황은 악화일로였다. 사립대 연평균 등록금은 2010년 751만4000원이었는데 지난해에도 752만3700원으로 거의 차이가 없다. 이 기간 물가상승률은 25.5%에 달했다. 대학등록금 동결,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등록률 저하, 물가의 지속적 상승은 대학 운영을 갈수록 힘들게 해왔다.

이런 상황은 부산지역 대학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경제 신문이 분석한 결과를 보면 서울 주요 사립대학 10곳 중 8곳이 2021년도에 적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규제로 14년째 등록금이 동결된 상황에서 인건비 임차료 등 고정비용만 천정부지로 올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학령인구의 급감으로 지역대학들이 존폐기로에 설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는 결코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대학의 운영이 힘들어져 대학이 제 구실을 못하고 사라지게 되면, 그 지역 역시 함께 소멸의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부산시민은 이런 상황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해당 대학에만 그냥 맡겨둘 문제가 아니라, 대학과 시민이 함께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우선 대학들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대책위원회의 구성도 필요하다. 대학 자체의 구조조정과 뼈를 깎는 자기혁신의 시간이 필요한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대학 자체의 각자도생 전략만으로 버티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부산에는 현재 4개의 국립대학과 11개의 사립대학이 지역 인재를 키우고 있다. 이는 전국 사립대학이 한국 대학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산지역은 사립대학의 비중이 77%로, 타 지역보다는 낮은 편이다. 그러나 부산지역 자체로 본다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이제 더 이상 대학의 문제로만, 대학이 스스로 해결안을 마련하라고 맡겨둘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역사회가 나서서 집단 지성을 발휘하여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 현재 지역 사립대학이 처한 현안은 한두 대학의 문제가 아니라 대다수 지역 사립대학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상황이기 때문이다.

첫째 방안은 다른 지역에 비해 수가 많은 국립대학을 통폐합하는 것이다. 국립대학 통폐합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4개 국립대학의 구성원들이 지금의 상황을 직시하고 지역의 미래와 다음 세대를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린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한 폐해가 국립대학은 피해서 갈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은 현실적이지 않다. 거론하기조차 민망하지만 지역의 국립대학에 대한 평가는 나날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따라서 4개 국립대학이 지닌 특성은 더욱 특화해 입학정원을 줄이고, 그것의 긍정적인 파급효과로써 사립대학이 존립할 수 있는 토대를 동시에 마련해 주어야 한다.

둘째, 정부 차원에서 사립대학 운영비를 지원하는 법적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사립대학의 자체 혁신을 통해 공공성을 지닌 공영대학 체제로 전환하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될 수 있는 공적인 사립대학의 형태도 실험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이는 근본적으로는 국민의 교육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헌법정신을 실현하는 길이기도 하다. 일본이 사립대학에 공공재원을 지원함으로써 사립대학을 회생시켜나가고 있는 현실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셋째,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방법이 있다. 지역대학의 회생은 지역을 활성화시킨다는 점에서 지자체의 이해관계와 맞닿아있다. 부산지역의 사립대학들을 특성화해서 연합대학 체제로 전환하고, 이 연합대학을 부산지역 공영형 부산시립대학으로 출범시키는 방안이다. 이는 지자체의 의지와 재원의 확보 그리고 다양한 사립대학 재단의 합의를 도출해 내어야 하는 험난한 길이다. 이제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 어떠한 방향으로든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부산의 사립대학이 살고 부산지역도 살아날 수 있다는 것만은 분명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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