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96>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을까?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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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等遇雨, 皆已失期, 失期當斬. 藉弟令毋斬, 而戍死者固十六七. 且壯士不死卽已, 死卽擧大名耳, 王侯將相寧有種乎!(공등우우, 개이실기, 실기당참.
진승은 수백 명을 모아 놓고 "왕후장상의 씨앗이 어찌 따로 있단 말인가? 우리 같은 농민도 왕이 되지 말란 법이 없소. 자, 이 썩어 빠진 세상을 한번 뒤집어 봅시다"고 하였고, 힘겹게 살아가던 농민은 호응했다.
그리곤 우리는 왕후장상의 씨가 아닌 평범한 사람이니,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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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王侯將相寧有種乎·왕후장상영유종호
公等遇雨, 皆已失期, 失期當斬. 藉弟令毋斬, 而戍死者固十六七. 且壯士不死卽已, 死卽擧大名耳, 王侯將相寧有種乎!(공등우우, 개이실기, 실기당참. 자제령무참, 이술사자고십육칠. 차장사불사즉이, 사즉거대명이, 왕후장상영유종호!)
너희들은 비를 만나 기한을 놓쳤고, 기한을 놓쳤으면 모두 목이 베어진다. 가령 참수를 당하지 않더라도 수자리 지키다 열 명 중 예닐곱 명은 죽을 것이다. 또 장사(壯士)란 죽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죽는다면 크게 이름을 내야 한다. 왕과 제후, 장수, 재상의 씨가 어찌 따로 있다더냐!
위 문장은 사마천의 ‘사기(史記)’ 진섭세가(陳涉世家)에 나온다. 고대 중국을 통일한 진(秦)나라 때 진승(陳勝·미상~기원전 208)이 봉기를 일으키며 외쳤던 말이다.
진시황이 죽고 그의 아들 호해가 환관 조고의 계략에 의해 황제 자리에 오르자 진나라는 조고의 손아귀에 들어가고, 혼란에 빠졌다. 그 무렵 진승과 오광(吳廣·?~208)은 만리장성 건설의 강제 노역에 차출된 사람들을 인솔하는 책임을 맡았다. 그런데 가는 길에 큰비가 내려 900여 명이 고립돼 기일에 맞춰 도착할 수 없게 되었다. 엄격한 법 집행으로 죽게 된 처지가 되자 진승과 오광은 이렇게 죽을 수는 없다고 하였다.
진승은 수백 명을 모아 놓고 “왕후장상의 씨앗이 어찌 따로 있단 말인가? 우리 같은 농민도 왕이 되지 말란 법이 없소. 자, 이 썩어 빠진 세상을 한번 뒤집어 봅시다”고 하였고, 힘겹게 살아가던 농민은 호응했다. 이렇게 해서 진승과 오광은 기원전 209년 농민반란을 일으켰다. 결국엔 이 반란으로 군웅 할거를 이끌어 중국 최초의 통일제국이었던 진나라의 멸망을 가져왔다.
요즘은 자유·평등 세상이다. 태어난 환경이 어떠하든 노력만 하면 모두에게 가능성이 있다. 큰 아들이 며칠 뒤 직장을 옮긴다. 아버지로서 경계해야 될 내용의 손편지를 썼다. 새 직장에서도 항상 겸손하며 신실하게 부지런히 일하라는 당부의 말을 적었다. 그리곤 우리는 왕후장상의 씨가 아닌 평범한 사람이니,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필자도 상급학교로 진학하거나 직장을 얻었을 때 선친으로부터 이런 어조의 편지를 종종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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