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 이젠 원자력으로 비행할까… 차세대발사체에도 접목
NASA ‘드라코’ 프로젝트 추진
핵분열로 만든 열에너지 이용
적은 양으로 추진력 높일 수 있어
세계에서 7번째로 실용급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려 놓을 수 있는 발사체 기술을 확보한 한국 과학자들도 지난해 원자력 우주선 개념 연구에 착수했다. 원자력을 동력원으로 쓰는 우주선 개발이다. 이달 말 원자력 우주선 연구를 위한 6번째 워크숍을 진행하는 양수석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3일 “실제 개발까지는 약 20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에 이미 확보한 발사체와 원자력 기술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우주로켓·탐사선에 고효율 원자력 활용
NASA는 지난달 26일 원자력 추진 우주 로켓 개발 프로젝트 ‘드라코(DRACO)’ 사업자로 세계 최대 방위산업체 록히드마틴을 선정했다. 본격적인 우주 원자력 시대를 예고한 것이다. 드라코는 NASA와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지난해 1월부터 공동으로 추진해온 프로젝트다. 기존 우주 로켓 엔진 연료로 쓰였던 등유, 수소, 메탄 대신 원자력 에너지를 연료로 한 우주 로켓을 개발, 발사하는 게 목적이다. 최종 목표는 유인 우주선을 화성까지 빠르고 효율적으로 보내는 것이다. 이르면 2027년 엔진을 완성해 고도 700∼2000km 궤도로 시험 발사해 기술을 검증한다.
중국은 2019년 1MW(메가와트)급 우주 원자로 개발에 착수했다. 같은 해 8월 미국도 원자력 기술을 우주 개발에 활용하겠다는 내용의 대통령 각서를 발표했다.
우주개발 선도국들이 핵 열추진 기술로도 불리는 원자력 로켓 개발에 착수하는 이유는 기존 로켓에 비해 고효율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등유, 수소, 메탄과 달리 적은 양의 재료로 핵분열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양 책임연구원은 “핵분열 반응으로 만든 열에너지를 이용해 로켓 추진력을 높이는 것”이라며 “현재 화성까지 가는 데 반년 가까이 소요되는데 원자력 로켓을 이용하면 약 100일 만에 화성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주 공간이나 행성에 우주인이 체류할 때도 원자력은 이점이 있다. 태양광 전지판 대신 우주에서 작동하는 원자로 발전 시스템을 이용한다면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열에너지와 전기에너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찬수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수소연구실장은 “기온이 영하 100도 이하로 떨어지는 게 일상인 우주의 극한 환경에서 원자력은 태양광을 대체할 수 있는 최적의 에너지원”이라고 말했다.
● 차세대발사체에 원자력 우주선 결합 연구 진행
한국 과학자들도 4∼5년 전부터 원자력을 우주 개발에 활용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2019년 영국 원자력연구소와 우주용 원자력 전지 개발을 위한 연구협력을 맺었다. 지난해부터는 항우연과 원자력연을 중심으로 원자력 우주 로켓 개념 연구를 시작했다. 현재까지 나온 개발 방향은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하고 독자 기술로 달 탐사를 하기 위해 개발 중인 ‘차세대발사체’에 원자력 우주선을 접목하는 방안이다.
양 책임연구원은 “지구에서 만든 원자로 우주선을 차세대발사체에 싣고 우주로 발사시켜 고도 500∼700km 저궤도에 진입하면 우주선에 탑재된 원자로가 핵분열을 시작해 우주로 나아가는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원자로를 계속 가동하는 건 아니다. 우주선이 저궤도에서 화성을 향해 출발할 때 열에너지 출력을 급격하게 상승시켜 가속도를 높인 뒤 다시 끈다. 화성으로 진입하기 위해 속도를 줄일 때 다시 켜서 속도를 줄이는 방식이다.
김 연구실장은 “우주용 원자력 발전은 단기간 출력을 급격히 높였다 줄이는 방식을 적용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운전을 목표로 하는 지구상 원자력 발전과는 다른 방식으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원자력 우주선 개발은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지만 한국이 현재 갖고 있는 원자력 기술을 기반으로 꾸준히 연구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건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wiss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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