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무차별 공격… 한 여성 발가벗겨 광화문 세워놓고 짱돌 던지는 것”
癌투병에도 발언, 전여옥 前의원
전여옥 사전에 힐링, 고요, 평화는 없다. “10차 세계대전을 치르다시피 살아온” 인생이었다. “앞만 보고 달린다”, “눈물을 무기로 쓰는 여자는 되지 않겠다”가 생의 철칙이었다. 뜻밖의 불청객이 찾아온 건 2년 전 겨울. 대장암 4기로, 이미 간으로 전이돼 수술이 불가하다고 의사는 말했다. 울음을 터뜨린 아들 앞에서 남은 생 더 뜨거운 전사(戰士)로 살겠다고 다짐했다.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전여옥이 깔깔 웃었다.
◇癌, 눈가의 잔주름처럼 여긴다
-충격이 크셨겠다.
“아들이 ‘엄마, 암이래’ 하며 울더라. 그래도 아이가 아니라 내가 아파서 다행이라고 여겼다. 엄마는 자식 위해 죽을 수도 있다는데, 난 아들을 위해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항암치료가 힘들지 않은가.
“즐거운 과정은 아니다. 그럼에도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살아 있다는 것에 희열과 경이를 느낀다. 어제보다 몸 상태가 나아졌다고 느끼면 설거지도 하고 청소기도 막 돌린다. 내가 평생 과체중인데, 항암엔 나처럼 뚱뚱한 사람이 유리하단다(웃음).”
-암을 눈가의 잔주름처럼 여기며 산다고 했더라.
“인생이 2미터의 물이라면 난 1미터밖에 몰랐는데 암을 통해 1.5미터는 더 내려가 그동안 내가 알지 못했던 세계를 보고 있다. 누군가를 용서하기까지의 시간도 짧아졌다.”
-아픈데 유튜브와 블로그는 왜 그리 맹렬히 하시나?
“암을 선고받으니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 어떻게 나머지를 사느냐가 중요해졌다. 내겐 사회를 향한 발언이 또 하나의 치유 방법이다.”
-투병 사실은 지난 5월에 알려졌다.
“대통령도 아닌데 국민에게 내 건강 상태를 공표할 필요가 있나. 또 내가 암이라고 하면 좌파들이 얼마나 저주를 퍼부을 건가.”
-실제로 ‘벌받았다’ ‘모자 벗어보라’는 악플이 쏟아졌다.
“진짜 촌스럽고 유치하게 군다 싶더라. 머리 보여주는 게 뭐 대단한가 싶어 기꺼이 벗었다.”
-모욕과 조롱에 상처받지 않나?
“나도 인간이니까 안 받는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이 옳지 않고, 나는 그들보다 모든 점에서 나은 사람이라 괜찮다. 그리고 내겐 날 위해 함께 울어주고 애태워주는 좋은 친구들이 있다.”
◇김건희 여사 두둔하는 이유?
-진혜원 검사와의 소송으로 투병 사실을 공개했다던데.
“진혜원이 김건희 여사를 조롱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내가 인격 살인이라고 논평했더니 모욕이라며 고소했더라. 내가 정계에 복귀하려고 김건희를 두둔한다면서. 그래서 김소연 변호사가 투병 사실을 밝히면 정계 복귀를 위해 진혜원과 싸우는 게 아님을 대중이 알지 않겠느냐고 해서 동의했다.”
-김 여사를 왜 그리 열심히 방어하시나.
“사람이 잘못을 하면 거기에 적당한 형량을 받아야 하는데 김 여사는 자신이 한 것에 비해 너무 가혹하게 받는다고 느꼈다. 좌파들이 대통령이 무식하다고 공격하지만 서울법대 나오고, ‘아메리칸 파이’를 그 자리에서 열창하는 사람이니 먹히질 않는다. 술고래라고 욕하는데 윤 대통령이 주사 부렸다는 얘기는 어디에도 없지 않은가. 반면 김건희씨는 여성이라 가짜 뉴스로 부풀리기 좋다. 콜걸이니 동거니 얼마나 무자비한가. 암 걸린 내게도 온갖 악플이 쏟아지는데, 김 여사는 나의 열 배, 백 배는 달릴 거라 본다. 한 여성을 발가벗겨 광화문 네거리에 놓고 짱돌을 던지는 셈이다.”
-무속, 풍수 등 김 여사의 처신엔 문제가 없을까.
“내가 아는 벤처기업인도 전속으로 상담하는 무속인이 있다. 정치인들도 부지기수다. 풍수가 무슨 문제인가. 신문마다 ‘오늘의 운세’ 코너도 있는데. 성형도 그렇다. 나도 보톡스 많이 맞았다. 성형은 개선의 열망이 강하고, 부지런한 사람들이 한다. 의료의 중심이 안티에이징으로 가는 세상에 왜 성형 갖고 난리인가. 다만 김 여사에게 조언하고 싶은 건 있다. 그녀가 가장 예뻐 보인 건 맨얼굴에 헐렁한 치마 입고 강아지와 함께 출근하는 남편을 배웅 나갔을 때다. 화장 안 해도, 애교머리 안 해도 충분히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래도 리투아니아 명품숍 논란을 ‘마녀사냥’이라 감싼 건 오버다.
“빡빡한 공식일정 중 머리 식히려고 산책한 걸 갖고 너무 심하게 비난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 블로그에 들어오시는 한 남자분이 화가 나서 댓글을 올렸더라. 우리는 보수정권을 지키기 위해 후쿠시마 오염수에 양평고속도로까지 야당의 공격을 막아내느라 안간힘을 쓰는데 어떻게 영부인이 명품가게에 들어갈 수 있냐고. 그 글을 읽고 반성했다. 내가 같은 여성으로 너무 김건희를 동정했다는 생각에. 그래서 김 여사에게 ‘정(丁)의 각오로 대통령을 보필해 달라’는 글을 뒤이어 올렸다.”
-전여옥의 입은 여전히 거칠더라. ‘전여옥 TV’에서 민주당을 무뢰배, 당대표를 잡사범이라고 했다.
“정확하지 않은가? 내가 정치할 때 만난 민주당 의원 중엔 괜찮은 이가 참 많았다. 독재와 싸운 역사가 있고, 민주주의 위해 자신을 던진 사람들이었다. 그런 민주당이 타락한 모습에 가슴이 아프다. 청춘의 빛을 다 잃어버린 노회한 정당 같달까. 국회의장을 지낸 임채정 같은 분은 지금도 존경한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려면 고쳐야 할 것에 대해 진심 어린 조언도 해주셨다. 그런 인간적 면모가 사라진 권력 괴물이 지금의 민주당이다.”
-박지원 의원도 저격했다.
“내가 정치는 오래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 게, 나이 많은 정치인들의 권력욕을 보면서다. 솔직히 내리 3선 이상은 국회의원 못 하게 해야 한다. 다선 의원에 장관까지 했으면 후배들 디딤돌이 돼줘야 하는데 정치를 또 하겠다고 나서니 얼마나 추한가. 제발 여의도에서 나와 서민의 땅을 밟아보라. 김밥천국에도 가보시라.”
-젊은 이준석은 왜 미워하나?
“이준석은 젊지 않다. 박지원과 똑같이 노회한, 충심은 없고 꼼수와 못된 정치공학만 배운 늙은 정치인이다.”
◇박근혜 저격? 돌아가도 같은 선택
-정치를 안 했다면 더 건강하지 않았을까?
“누가 떠밀어서가 아니라 내 발로 들어간 정치다. 오히려 내 인생에 전기를 맞았다. 나의 성취는 순전히 내가 잘났기 때문이라 여겼는데 정치를 하고 수많은 유권자를 만나보니 난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더라. 다만 정치는 남의 인생을 사는 거라 행복하진 않았다. 매일매일 지뢰밭을 밞으며 검투사처럼 살았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맞서지 않았다면 지금도 정치를 하고 있지 않을까.
“100% 지는 싸움이었지만 보수를 지지하는 국민을 위해 나라도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박 대통령의 문제를 모두가 알았지만 아무도 얘기하지 않았다. 나는 그것이 국민 앞에 큰 죄를 짓는 거라고 생각했다. 다시 돌아가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탄핵된 박 대통령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겠다.
“난 박 대통령을 미워하지 않는다. 그에겐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애국심이 있고, 대중을 움직이는 데 누구보다 뛰어난 정치인이었으며, 권력 의지는 DJ(김대중)보다도 강했다.”
-윤석열 후보를 일찌감치 지지했다.
“검사에 대한 편견이 있었지만, 권력에 맞서 목숨 걸고 싸우는 걸 보면서 이런 사람이 나라에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고, 요리를 좋아한다는 점에서 나와 매우 비슷했고(웃음).”
-윤 대통령도 잘못하면 비판할 건가.
“물론이다. 내가 윤석열을 남자로 좋아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하하!”
-우려하는 점은 없나.
“인사는 좀 실망스럽다. 하지만 그분이 27년을 검사만 해서 이재명이 얼마나 나쁜 사람인지는 알아도, 누가 진짜 능력 있는 사람인지는 모를 거다. 그래서 대통령이 물망에 오른 후보들과 최소 1시간 대화를 나눠보면 좋겠다. 적어도 3배수를 두고 결정했으면 한다.”
-내년 총선은 어떻게 될까
“윤통이 지금 팔수 중이다 생각하며 겸손하게 나아가면 승산 있다. 김 여사는 ‘부산 이즈 레디’ 같은 열쇠고리 달고 엑스포 유치에 힘쓸 게 아니라 보육원 아이들, 반지하에 사는 아이들 문제를 살피는 일에 전념해야 한다. 내리 5선 한 안민석이 엉터리 같지만 소셜 스킬이 엄청 좋다. 사근사근하고. 서민들에게 좌파들은 속삭인다. 힘들어서 어떡하냐며. 커피 한 잔도 안 사주는데 그런 말들이 위로가 된다. 우파가 그걸 알아야 한다.”
◇내게 있어 창세기는 내 생일
-’전여옥TV’를 보니 매일 모자가 바뀌더라.
“워낙 드세 보여 날 동정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암에 걸렸다고 하니 사람들이 잘해준다. 모자도 사주고. 물론 가슴을 후벼파는 악플도 달린다. 그럴 땐 거울 보고 ‘난 전여옥이다!’를 외친다(웃음).”
-’내게 있어 창세기는 내 생일’이라고 했다.
“내가 태어나야 세상이 존재하고, 내가 죽으면 끝나니까. 아프기 전에도 생일을 1주일에 걸쳐 뻑적지근하게 지냈는데, 요즘은 마지막 생일이 될까 봐 한 달 내내 축하받는다.”
-10차 대전을 치르며 산 것 같다고 했다.
“성격이 운명을 만든다고, 나는 태생이 전사였다. 정신 놓고 멍 때리는 걸 제일 싫어한다. 하나라도 더 보고 읽어야 하지 않나. 아들에게도 너보다 경험 많고 나이 많고 능력도 있어서 배울 게 많은 여자와 결혼하라고 했다.”
-아들을 위해 ‘흙수저 연금술’이란 재테크 책도 펴냈더라.
“돈 쓰는 걸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아들한테도 네가 지금 10원짜리 동전을 굴러다니게 하면 그 10원 때문에 울게 될 날이 온다고 귀에 못이 박이게 얘기했다. 돈은 자유와 독립과 권력을 준다. 타인이 날 모욕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돈이다. 아들이 자동차 튜닝 가게를 열었는데, 아침 7시에 내 방문을 열고 외치더라. 외상값 13만원이 입금됐다며! 그게 안 들어올까 봐 잠 못 자는 아이를 보며 내가 떠나도 한몫의 인간으로서 잘 살겠구나 했다.”
-’총체적으로 계산하면 내 인생은 축복받은 인생’이라고 했다.
“나는 늘 나를 축복했다. 아이 블레스 유! 실제로 운이 좋았고, 예기치 않은 곳에서 수많은 이가 도와주는 인생을 살았다. 노력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가. 다만 결혼을 늦게 해 아직 어린 아들이 마음에 걸린다. 그래서 엄마가 이 세상에 없더라도 늘 네 옆에 있어줄 거라고 말한다. 넌 절대 혼자가 아니라고.”
☞전여옥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KBS 도쿄특파원을 거쳐 2004년 한나라당 대변인으로 정치에 입문한 뒤 17대, 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일본은 없다’를 비롯해 ‘여성이여 테러리스트가 돼라’ ‘오만과 무능’ ‘산다는 것은 1%의 기적’ 등 여러 저서를 출간했다. ‘전여옥 TV’를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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