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비극”… ‘반민특위 특별재판관’ 조옥현 선생 편지 공개

이형주 기자 2023. 8. 14. 03:0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특별재판관으로 활동했던 제헌 국회의원 우청 조옥현 선생이 당시 정세를 걱정하는 심경을 적었던 편지가 공개됐다.

향토사학자인 심정섭 씨(80·광주 북구 매곡동)는 13일 조옥현 선생의 편지 2통을 동아일보에 공개했다.

심 씨는 "김구 선생의 혁명세력과 김성수 선생의 민족자본세력이 통합됐다면 한국 역사가 크게 도약했을 것"이라며 "조옥현 선생의 민족사랑은 6·25전쟁 당시 납북으로 인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향토사학자 심정섭 씨 본지 공개
독립운동가 백강 조경한 선생의 외손자인 향토사학자 심정섭 씨가 12일 광주 북구 매곡동 집에서 작은외할아버지인 제헌 국회의원이자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특별재판관이었던 조옥현 선생의 편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특별재판관으로 활동했던 제헌 국회의원 우청 조옥현 선생이 당시 정세를 걱정하는 심경을 적었던 편지가 공개됐다.

향토사학자인 심정섭 씨(80·광주 북구 매곡동)는 13일 조옥현 선생의 편지 2통을 동아일보에 공개했다. 편지(서간)는 1948년 11월, 1949년 2월에 전남 순천시 주암면 한곡리에 살던 큰형 조태현 씨, 아버지 조정순 씨에게 보낸 것이다. 편지는 날짜가 음력으로 적혀 있고 편지지 하단에는 ‘입법의원’, ‘대한민국 국회’라는 글자가 인쇄돼 있다.

조옥현 선생은 1903년 순천시 주암면 한곡리에서 태어나 한학을 배우고 나서 1929년 중국으로 망명해 베이징에서 독립운동을 하며 옌징대 등에서 공부했다. 광복 이후에는 우익 계열 정치단체인 대한독립촉성국민회 순천지부장을 맡았다. 1948년 순천지역 제헌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6·25전쟁 당시 북한군에 납북됐다. 그의 둘째 형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위원, 한국광복군 총사령부 총무처장 등을 역임한 백강 조경한 선생(1900∼1993)이다.

조옥현 선생은 1948년 11월 21일 큰형에게 보낸 편지에 “하늘이 우리나라를 돌보지 않아 동족상잔의 비극(여순사건)이 일어나 전례가 없는 비극이 전개됐습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순천지역 국회의원으로 수습위원이 돼 활동하고 있지만 시국의 엄중함에 도움이 되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까워(통분)하고 있습니다. 사욕을 버리고 공익을 위해 힘쓰는 정신(멸사봉공)으로 국가 일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1949년 2월 23일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에 “험난한 내외정세가 가슴을 짓누르고 아프게 합니다. 특히 10만 선량이기 때문에 불효가 막심하지만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활동으로 친일 청산에 매진하는 것이 효도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적었다.

심 씨는 백강 조경한 선생은 1946년 1월 백범 김구 선생(1876∼1949)이 위원장으로 있던 반탁독립투쟁위원회에서 인촌 김성수 선생(1891∼1955)이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도록 지지했다고 설명했다. 또 1947년 초 민족주의 정당인 한국독립당, 조선국민당, 신한민족당이 합쳐진 뒤 김성수 선생이 대표로 있던 한국민주당과 합당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계동 인촌 사랑방에 모여 논의를 거쳐 합당을 결의했지만 장덕수 씨(1894∼1947)의 적극적인 반대로 무산됐다고 덧붙였다. 심 씨는 조옥현 선생이 당시 합당 논의 과정에 관여했다고 강조했다.

심 씨는 “김구 선생의 혁명세력과 김성수 선생의 민족자본세력이 통합됐다면 한국 역사가 크게 도약했을 것”이라며 “조옥현 선생의 민족사랑은 6·25전쟁 당시 납북으로 인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