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의 슈바이처’… “기쁨·보람 커 봉사 멈출 수 없어”
만해실천대상
원주 밝음의원 곽병은 원장
평생 봉사하며 살겠다고 다짐한 한 청년이 의대에 진학했다. “다들 입학 면접에선 ‘한국의 슈바이처’가 될 거라고 하지만, 졸업 때쯤엔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교수의 말에 초심이 변할까 걱정된 그는 시간을 쪼개 무의촌(無醫村)으로 의료 봉사를 갔고, 야학에선 영어를 가르쳤다. 그러다 보니 1년에 3~4과목은 재시험을 쳐야 하기도 했지만, 졸업 때까지 “여전히 슈바이처를 꿈꾼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었다.
2023 만해실천대상을 수상한 곽병은(70) 원주 밝음의원 원장의 얘기다. 의대 졸업 이후 40여 년이 지난 현재, 곽 원장은 ‘원주의 슈바이처’라고 불린다.
곽 원장은 가난하고 아픈 이웃에게 아낌없이 나누는 의사 아버지를 보며 자랐다. 그는 “거름을 퍼가는 장소가 있어 일명 ‘똥골’이라 불리던 서울 무악동을 찾아가 무료 진료하고 수술해주던 아버지를 통해 의사로서 줄 수 있는 도움이 무엇인지 배웠다”고 했다. 쉽지 않은 길임을 알기에 아버지는 아들이 의사가 되는 걸 반대했지만, 그는 아버지 몰래 중앙대 의대에 원서를 접수시켰다.
곽 원장의 봉사 활동은 의대 졸업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수련의 시절 그는 주말마다 한센인 시설 ‘성라자로마을’을 찾아 무료 진료했다. 1985년 국군원주병원에서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때에는 원주의 노인요양시설 ‘사랑의집’과 충북 제천시에 있는 지적장애인 생활시설 ‘살레시오의집’을 주말마다 찾았다. 1989년 동갑내기 의사인 아내 임동란씨와 원주시 중앙동에 ‘부부의원’을 개원하고서는 원주역 인근에 진료소를 차려 성매매 여성들을 진료했다. 1년 뒤에는 대출 등으로 마련한 5000만원으로 2500여 평의 땅과 농가 3채를 구입해 장애인과 노숙인이 지낼 수 있는 공동체 ‘갈거리사랑촌’을 만들었다. 1996년 곽 원장은 이 시설 전체를 원주 가톨릭사회복지회에 기증했다. 이외에도 노숙인을 위한 무료급식소 ‘십시일반’과 독거 노인에게 싼 월세로 방을 빌려주는 ‘봉산동할머니의집’ ‘원주노숙인센터’ 등을 마련했다. 현재는 한 달에 한번씩 원주 곳곳을 돌아다니며 노숙인들을 무료로 진료해주고, 지역돌봄센터에서 노인 의료 상담을 한다.
곽 원장에게도 힘든 순간은 있었다. 무료급식소에서 노숙인끼리 싸움이 나기라도 하면 인근 상인들은 “곽 원장 때문에 노숙인들이 다 원주로 오고, 도둑이 많아졌다”고 했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도 결국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란 말도 들었다. 하지만 곽 원장은 “봉사가 힘들 걸 모르고 시작한 것도 아니고, 봉사로 얻는 기쁨과 보람이 더 컸기 때문에 그만두지 않고 계속 할 수 있었다”며 “내 결정을 지지하고 도와준 아내에게 많은 빚을 졌다”고 말했다.
곽 원장은 “조금만 힘을 보태주면 상황이 나아질 거라는 생각에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것 같다”며 “죽기 전까지 이 마음 그대로 유지하고 봉사하며 살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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