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기로에 선 토트넘 책임진다

장민석 기자 2023. 8. 14. 03: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고 무대 EPL에서도 ‘캡틴 손’
왼팔에 주장 완장 차고 개막전 뛴 손흥민 - 토트넘 손흥민이 13일 열린 브렌트퍼드FC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개막전에서 동료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선제 골을 넣자 기뻐하면서 분전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그는 왼쪽 팔에 주장 완장을 차고 나왔다. /AFP 연합뉴스

13일 영국 런던 브렌트퍼드 커뮤니티 스타디움. 토트넘 홋스퍼와 브렌트퍼드 FC의 2023-20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EPL) 1라운드 경기가 열렸다. 전날 토트넘 주장에 선임된 손흥민(31)이 ‘캡틴(captain)’이라 쓰인 완장을 차고 그라운드를 밟았다. 141년 역사를 자랑하는 명문 토트넘 첫 비(非)유럽인 주장이다. 손흥민은 경기 시작 호각을 불기 전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을 둥그렇게 불러 모아 어깨동무를 하고 결의를 다졌다. 그는 히샤를리송(26·브라질), 데얀 쿨루세브스키(23·스웨덴)과 함께 공격 선봉에 나섰다.

토트넘은 올 시즌 중대 기로에 서 있다. 2010년대 들어 꾸준히 상위권(2~6위)에 머무르며 EPL ‘빅6′ 중 하나로 꼽혔던 토트넘은 2018-2019시즌엔 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에 오르며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엔 혼란 속에 2008-2009시즌 이후 처음으로 8위까지 떨어졌다. 3월 안토니오 콘테(54·이탈리아)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물러나자 크리스티안 스텔레니(49·이탈리아)가 대행을 맡았으나, 4월 다시 라이언 메이슨(32·잉글랜드)이 ‘대행의 대행’ 역할을 소화해야 했다. 그럼에도 토트넘은 2009-2010시즌 이후 14년 만에 각종 유럽 클럽 대항전(챔피언스·유로파·콘퍼런스 리그) 진출에 실패했다.

토트넘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엔제 포스테코글루(58·호주) 감독을 새로 선임했다. 최근 토트넘 지휘자였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51·현 첼시 감독)와 조제 모리뉴(60·현 AS로마 감독), 콘테 등과 비교하면 지명도가 낮다. 여기에 팀 역사상 최다인 280골을 터뜨린 주포 해리 케인(30)이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하면서 생긴 공백도 메워야 한다. 2019년 UCL 결승에 나섰던 토트넘 주전 11명 중 올 시즌 팀에 남아 있는 선수는 손흥민이 유일하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까지 골키퍼 위고 요리스(37·프랑스)가 주장, 케인이 부주장을 맡아왔다. 그런데 케인이 떠나고 요리스도 작별을 눈앞에 두고 있어 주장단 개편이 불가피했다. 손흥민이 주장이 되면서 올 시즌을 앞두고 레스터시티에서 이적한 미드필더 제임스 메디슨(27·잉글랜드)과 수비 핵심 크리스티안 로메로(25·아르헨티나)가 부주장으로 손을 보좌한다.

손흥민이 13일 특유의 ‘찰칵 세리머니’와 함께 주장 완장을 공개했다. /토트넘 인스타그램

캡틴은 선수들과 코치진 가교이면서 팀의 구심점이자 정신적인 지주다. 라커룸에서 수시로 사기를 북돋는 역할도 한다. 실력은 물론, 인성까지 모범이 되는 고참 선수가 주로 맡는 게 전통. 손흥민은 토트넘 선수 중 이반 페리시치(34·크로아티아) 다음으로 나이가 많고, 토트넘 경력도 9시즌째로 10번째인 에릭 다이어(29·잉글랜드)와 벤 데이비스(30·웨일스) 등을 제외하면 가장 길다.

포스테코글루가 팀 미팅에서 ‘손흥민 주장’을 공개하자 동료들 박수가 쏟아졌다. 손흥민은 “여러분, 제 생각에 이번 시즌은 정말 중요한 시즌입니다. 하나로 뭉쳐 같은 목표를 향해 같은 발걸음으로 나아갑시다”라고 말했다. 구단 인터뷰에서도 “이 큰 클럽의 주장을 맡게 돼 매우 영광이며, 자랑스럽다. 이 유니폼과 완장을 위해 모든 걸 바치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포스테코글루는 “손흥민은 라커룸에서 모두의 존경을 받는다”며 “한국 대표팀 주장인 점에 더해 이곳에서 이룬 성취를 함께 따졌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2018년 9월부터 5년째 한국 국가 대표 주장을 맡고 있다. 한국 역대 최장수 캡틴이기도 하다. 손흥민 주장 선임 소식에 토트넘 팬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아들(SON)이 아빠가 됐다’ ‘진정한 우리의 리더, 캡틴 손’ ‘케인 이적으로 우울했던 기분이 다시 밝아졌다’ 등 반가운 반응을 전했다.

박지성(42)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 EPL 주장이다. 박지성은 2012-2013시즌 퀸스파크 레인저스 주장에 선임됐지만, 부상 등으로 고전하며 시즌 개막 5개월 만에 주장 자리를 내놓은 바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