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영화로는 이례적 돌풍… 놀런 감독의 최고 흥행작 등극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핵 개발 프로젝트를 이끈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1904~1967)의 전기 영화인 ‘오펜하이머’(15일 개봉·감독 크리스토퍼 놀런)는 위대한 천재의 모순과 고뇌를 스크린에 폭발시킨 걸작이다. 전 세계 46국에서 5억7800만달러(약 7700억원·11일 현재)의 성적을 올려 놀런 감독의 역대 최고 흥행작에 등극했다. 국내에서는 개봉 2일 전 예매 약 36만장으로, 올해 유일한 1000만 영화인 ‘범죄도시3′보다 판매 속도가 빠르다. ‘밀수’ ‘콘크리트 유토피아’ 등 한국 영화 기대작 6편을 모두 합한 것보다 높은 예매율(54.4%·13일 오후 7시 현재)을 보이고 있다. 론 하워드 감독의 ‘뷰티풀 마인드’(2001ㆍ3억1300만달러), 모튼 틸덤 감독의 ‘이미테이션 게임’(2014ㆍ2억3300만달러)을 비롯해 전기 영화 중 미국에서 최고 흥행을 기록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아메리칸 스나이퍼’(2014ㆍ5억4100만달러)나 바즈 루어만 감독의 ‘엘비스’(2022ㆍ2억8400만달러), 스티븐 스필버그의 ‘링컨’(2012ㆍ2억7500만달러) 등의 매출을 이미 넘어섰다.
10일 언론에 공개된 ‘오펜하이머’는 ‘역사가 스포일러(줄거리나 내용을 미리 알려버리는 사람)’라는 전기 영화의 한계를 부쉈다. 인류 최초의 핵실험인 ‘트리니티 실험’이 실시된 1945년 7월 12일 오전 5시 30분, 지축을 흔드는 인공 천둥과 함께 섬광이 내리친 그 순간을 놀런은 일절 컴퓨터 그래픽을 배제한 ‘제로 CG’로 보여준다. 대량의 마그네슘과 알루미늄 연료와 휘발유, 프로판가스로 폭발을 일으켜 버섯구름과 불기둥을 직접 만들어냈다. 카메라 위치와 각도를 조절해 실제보다 크게 보이도록 촬영한 뒤 150명 이상의 시각 효과(VFX) 아티스트들이 여러 장면을 합성했다. 놀런은 폭발음을 일부러 지웠다. 오직 오펜하이머의 숨소리만 남겨 충격과 긴장을 극대화한다. 주연 킬리언 머피는 소리 한 번 지르지 않는데도 눈꺼풀의 떨림만으로 내면에서 벌어지는 분열과 폭발을 고스란히 전한다.
영화는 오펜하이머 시점의 컬러 장면과 적대자인 루이스 스트라우스(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제독 시점의 흑백 장면을 교차하는 형식을 취했다. 고졸의 신발 외판원으로 시작해 백만장자가 된 스트라우스는 스타 과학자로 능력과 권위를 갖고 있는 오펜하이머에게 재갈을 물리려 안간힘을 썼다.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11년간 입었던 아이언맨 슈트를 벗고, 야망과 자격지심으로 비틀린 인물인 스트라우스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다우니는 벌써부터 유력한 아카데미 조연상 후보로 거론된다.
영화 ‘오펜하이머’는 세계적인 파급력만큼 논란도 잇따른다. 인도에서는 영화의 베드신이 “힌두교를 모독했다”며 거센 반발이 일어났다. 오펜하이머가 애인과 성관계 중 힌두 경전 ‘바가바드기타’를 낭독하는 장면이 문제가 됐다. “이제 나는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는 문장으로 트리니티 실험 이후 오펜하이머가 떠올린 구절이다. 원자폭탄 투하로 20여 만명이 사망한 일본에선 아직 개봉일이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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