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 상대 징크스 깨고 세계무대 정복… 주먹이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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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지(24·화순군청)는 '복싱 천재'로 통한다.
임애지는 왼쪽 정강이뼈에 금이 간 채 세계청소년선수권에 출전했지만 금메달을 차지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한국 여자 복싱이 세계선수권 정상에 오른 건 청소년과 성인 레벨 대회를 통틀어 임애지가 처음이었다.
여자 복싱이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2012년 런던 대회를 포함해 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따낸 한국 선수 역시 임애지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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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체 좋아 스텝 탁월한 왼손잡이 복서
고1 국내무대 출전하자마자 무적 행진
亞게임-올림픽선 왼손복서들에 쓴맛… 친구 조언-독서 통해 마음 다잡고 맹훈
이로부터 3년이 지난 2020년 임애지는 도쿄 올림픽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예선 페더급(57kg급) 3위로 올림픽 본선행 티켓까지 손에 쥐었다. 여자 복싱이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2012년 런던 대회를 포함해 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따낸 한국 선수 역시 임애지가 처음이었다. 8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임애지는 “모두 처음 경험해 본 일들이어서 기분이 좋았다는 기억만 남아 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시련이 없었던 건 아니다. 임애지는 아시안게임 데뷔 무대였던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8강전에서 인쥔화(중국)에게 0-5로 완패했다. 올림픽 첫 출전이었던 2021년 도쿄 대회 때는 16강전에서 스카이 니컬슨(호주)에게 1-4로 졌다.
임애지는 ‘사우스포’(왼손잡이)인 데다 움직임이 빨라 국내에선 적수가 없었다. 국내엔 사우스포 선수가 드물다. 하지만 세계 시니어 무대는 달랐다. 임애지는 아시안게임, 올림픽에서 모두 사우스포에게 졌다. 임애지는 “올림픽을 앞두고는 특히 열심히 준비했는데 정작 링 위에선 압박감을 못 이겨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졌다”며 “올림픽이 끝나고 복싱이 싫어져서 한동안은 아예 글러브를 끼지 않았다”고 했다.
마음을 다잡아준 건 ‘주변 지인들’과 독서였다. 임애지는 “겨울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뒤 운동을 그만둔 적이 있던 선수가 ‘잠시 쉬는 건 괜찮지만 그만둘 생각은 하지 마. 나는 그 시절을 후회해’라고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을 해준 게 도움이 됐다. 또 책에서 읽은 ‘뛰어가지 않아도 멈추지만 않으면 계속 성장한다’는 문구도 가슴에 와닿았다”고 말했다.
임애지는 두 달 뒤 다시 글러브를 끼면서 운동을 오래 쉬면 몸이 아예 풀려버린다는 것도 알게 됐다. 임애지는 “지금은 아프거나 피곤하거나 운동하기 싫은 날에도 습관처럼 매일 웨이트 훈련장에 가서 운동을 하고 온다”고 했다. 또 최근 두 달 사이에도 자기계발서 4권을 틈틈이 읽으며 좋은 습관을 쌓으려 노력하고 있다.
다음 달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54kg급이 새로 생기면서 임애지는 올해 2월 국가대표 선발전에 체급을 낮춰 출전해 태극마크를 달았다. 임애지를 지도해 온 한순철 복싱 국가대표팀 코치(39)는 “애지는 하체가 좋아 스텝이 탁월하다. 스텝을 유지한 채 좀 더 가벼운 선수들을 상대하면 메달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라며 “공격한 뒤 가드가 내려가는 등 수비가 느슨해지는 습관이 있는데 이런 부분만 고친다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임애지의 목표는 ‘메달리스트’가 되는 것이다. 메달이 금빛이기를 바라지만 콕 짚지는 않았다. 목표를 하나로 정하면 경주마처럼 그 목표만 바라보다가 오히려 잘 안 풀렸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임애지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54kg급 메달리스트 4명(동메달 2명)은 내년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받는다.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겠다는 생각으로 압박감을 조금 내려놓고 경기를 치르겠다”고 했다.
진천=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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