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과 매국노 오간 천재과학자… 놀런이 그린 ‘오펜하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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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사건은 한 남자의 인생과 인류의 미래를 완전히 바꿨다.
'원자폭탄의 아버지'라 불리는 J 로버트 오펜하이머(1904∼1967)의 생애를 담은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 '오펜하이머'가 15일 개봉한다.
원자폭탄으로 인한 참상을 본 오펜하이머는 수소폭탄 개발과 군비 확장에 반대한다.
"사람들은 누가 원자폭탄을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누가 투하 명령을 내렸느냐에 관심을 가진다"고 한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말은 오펜하이머가 처한 상황을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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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투하 후 ‘마녀사냥’ 과정 그려
CG 한 컷도 사용 않고 촬영 ‘화제’
북미서 개봉 3주만에 8000억 수익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사건은 한 남자의 인생과 인류의 미래를 완전히 바꿨다.
‘원자폭탄의 아버지’라 불리는 J 로버트 오펜하이머(1904∼1967)의 생애를 담은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 ‘오펜하이머’가 15일 개봉한다. 영화의 원작은 2006년 퓰리처상 수상작인 오펜하이머 전기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다. 북미 등 선 개봉 국가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개봉 3주 만인 10일(현지 시간) 6억 달러(약 7992억 원)의 수익을 내며 흥행 중이다. 이는 ‘다크나이트’(2008년), ‘인셉션’(2010년), ‘인터스텔라’(2014년) ‘덩케르크’(2017년) 등을 연출한 놀런 감독의 작품 중 역대 다섯 번째로 많은 수익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실험에 성공했다는 기쁨도 잠시,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실제 사용되면서 그는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원자폭탄으로 인한 참상을 본 오펜하이머는 수소폭탄 개발과 군비 확장에 반대한다. 1950년대 매카시즘 광풍이 미국을 뒤흔들면서 정부는 좌파 지식인들과 어울린 그의 과거 행적을 문제 삼았고 소련 스파이라는 의혹에 휘말리기에 이른다.
영화는 오펜하이머의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졌던 1954년 비공식 청문회 장면을 중심으로 시대를 오가며 전개된다. 오펜하이머가 회고하는 장면은 컬러로 표현했다. 오펜하이머에게 적대적이었던 미국 원자력위원회 의장 루이스 스트로스(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장면은 흑백 IMAX 필름으로 촬영했다.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군인 레슬리 그로브스 역은 맷 데이먼이, 오펜하이머의 연인 진 태틀록 역은 플로렌스 퓨가 각각 맡았다.
영화는 긴 러닝타임을 흡입력 있게 끌고 간다. 놀런 감독은 단 한 컷도 컴퓨터그래픽(CG)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원자폭탄 실험 장면은 CG 없이 철저한 자료 조사를 통해 거대한 버섯 모양 불기둥이 밤하늘에 솟아오르는 모습을 실제와 거의 유사하게 구현했다고 한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자폭탄 투하 장면은 보여주지 않는다.
천재 과학자지만 정치에서는 무력할 수밖에 없었던 한 인간이 혼란의 시대를 온몸으로 겪어낸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다. “사람들은 누가 원자폭탄을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누가 투하 명령을 내렸느냐에 관심을 가진다”고 한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말은 오펜하이머가 처한 상황을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오펜하이머는 높아진 명성을 즐기는 듯하지만 원자폭탄이 일본에 투하된 후 죄책감으로 신경쇠약에 시달린다.
원자폭탄 개발 후 벌어지는 마녀사냥은 시대가 어떻게 한 인간을 영웅으로 만들었다가 역적으로 몰고 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놀런 감독은 “다양한 지점에서 오펜하이머의 정신 속으로 파고들어 관객을 그의 감정적 여정 속으로 안내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시각적 효과가 뛰어나고 사운드가 특히 빼어나 돌비 시네마 등 사운드에 특화된 극장에서 관람하기를 권한다.
오펜하이머는 명예를 회복하지 못한 채 1967년 후두암으로 사망했다. 미국 정부는 오펜하이머가 사망한 지 55년이 지난 2022년에야 “그의 충성심과 애국심을 확인했다. 스파이 혐의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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