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국내용’ 클래식 페스티벌 수준을 벗어나려면

경기일보 2023. 8. 1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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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각 성신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우리나라 클래식은 국제대회에 유독 강하다. 피아노, 바이올린 등 악기 연주는 물론 성악 분야의 우열을 가리는 세계 유수의 콩쿠르에서 1위를 거머쥐었다는 건 더 이상 뉴스도 되지 않을 만큼 흔한 현상이 됐다.

무더위가 절정에 달한 지난 6일 ‘클래식 낭보’가 또 전해졌는데 이번엔 지휘의 영역이었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극장에서 열린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콩쿠르에서 29세 신예 윤한결이 우승하면서 세계 클래식계를 놀라게 했다. 피아노 연주와 작곡을 겸하는 ‘멀티 아티스트’이기도 한 윤한결은 54개국 323명이 출전한 이 콩쿠르의 한국인 첫 우승이라는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2010년 출범해 2년마다 열리는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은 차세대 스타 지휘자를 배출하는 콩쿠르로 유명하다. 지휘 분야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영국 버밍엄심포니 수석객원지휘자 미르가 그라지니테 틸라, 네덜란드 국립오페라 상임지휘자 로렌조 비오티 등이 이 대회 우승 이후 세계 지휘계 샛별로 급부상했다. 윤한결이 머지않아 이들과 동등한 반열에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이 대회 우승자에게는 흔치 않은 지휘 기회도 주어진다. 이듬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오스트리아 라디오방송오케스트라(ORF)를 지휘하게 되고 공연 실황은 CD로 발매한다. 세계 클래식 시장을 주무르는 큰손들이 대거 몰리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지휘 역량을 발휘할 공식 무대에 서게 되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이 있다. 그것은 윤한결이 우승한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의 제정 배경이다. 잘츠부르크 출신으로 ‘지휘계의 레전드’로 불리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이름을 딴 이 대회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과 카라얀 재단이 함께 주최하고 있다. 매년 7월 중·하순부터 8월 말까지 40여일 동안 개최되고 있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세계 최고의 여름 클래식 축제로 꼽힌다. 유명 오케스트라 및 톱 아티스트들의 연주와 공연을 보기 위해 매년 15만명이 넘는 클래식 애호가들이 전 세계에서 몰려들면서 공연마다 전석 매진에 가까울 만큼 인기를 끌고 있지만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여기에 멈추지 않고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콩쿠르 주최를 통해 차세대 지휘자 육성과 페스티벌 영향력 제고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통영국제음악제, 평창대관령음악제, 한화교향악축제 등의 이름으로 20여개의 클래식 페스티벌이 펼쳐지고 있으나 해외 아티스트 라인업을 비교적 탄탄하게 구축한 일부 음악제를 제외하곤 ‘국내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클래식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측면에서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콩쿠르를 공동 주최하면서 음악 축제의 지평을 넓혀 가고 있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운용 전략은 시사점을 던진다. 비용 문제가 뒤따르겠지만 우리도 클래식 페스티벌과 국제 콩쿠르의 만남을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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