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자전거 이론의 종언, 제값 받는 건설문화 정착 계기 되길
페달을 밟지 않으면 자전거는 균형을 잃고 쓰러진다. 마찬가지로 다자 간 무역 체제가 자유 상태를 지속하려면 후속 자유화 협상을 통해 계속 전진해야 한다는 것이 자전거 이론이다. 기업 경영은 자전거 운전과 같다고 한다. 페달을 돌려야 자전거가 나아가듯이 기업도 성장해야만 문을 닫지 않게 된다. 그래서 자전거 이론은 기업 경영에서 생존을 위해 신성장 엔진을 지속 발굴하고 매출을 증가시키는 이른바 확장적 성장전략의 근거로 활용되기도 한다.
성장시장에서는 자전거 이론이 타당한 경우가 많았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 수익성에 상관없이 매출을 증가시키면 기업은 성장했기 때문이다. 시장이 침체 국면에 접어들어도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물량을 확보해 두고 다른 부문의 수익으로 버티다가 시장의 호황기가 도래하면 이전에 확보해 둔 평판과 자원을 활용해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이런 구조에서 우리 기업은 해마다 매출 목표를 전년보다 높게 잡아 왔다.
이러한 현상은 수주가 생명줄인 건설사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적자공사라도 수주해야 회사가 돌아갈 수 있다는 논리로 수익이 낮더라도 지속적인 수주를 통해 덩치를 키워 사업을 영위해 왔다. 자전거가 페달을 멈추면 쓰러지듯이 건설사도 수주물량이 없으면 도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숙 또는 축소시장에서는 다르다. 전체 시장의 규모가 정체되거나 축소될 뿐 아니라 부문별 시장도 정체 내지 축소된다. 그러다 보니 모든 사업 부문에서 수주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익성 있는 사업 부문을 찾아보기 어렵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수주물량이 계속 누적되면 어느 시점에서 그 회사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타이어에 구멍이 났는데 페달을 밟는다고 한들 자전거가 마냥 굴러갈 수 없듯이 손실 보전이 어려운데 수주를 확대한들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건설사의 입찰 행태가 바뀌고 있다. 몇 년간 급등한 원자재 가격의 영향으로 수익성을 따지지 않는 일명 ‘묻지마 투찰’이 사라지고 있다. 일례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발주한 공사 입찰에서는 예정가격이 1천억원이 넘는 규모에도 불구하고 건설사들이 예정가격을 초과하는 금액으로 투찰해 유찰됐다. 건설사가 수익이 나지 않는 공사에 대해서는 입찰부터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확장적 성장전략의 이론적 배경인 자전거 이론이 더 이상 건설산업에서는 유효하지 않은 종언의 시대를 맞고 있다.
자전거 이론의 종언 시대에서 건설사는 우리보다 앞서 성숙 또는 축소기를 맞은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글로벌 기업과 마찬가지로 수주나 매출 목표보다 손익 목표를 더 중시하고 스스로 생존력을 키우는 사업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즉, 내실을 꾀하는 방향으로 사업계획을 잡되 블루오션 개척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원자재 가격 급등이 부른 자전거 이론의 종식을 통해 제값 받고 이에 맞는 시설물을 수요자에게 공급하는 건설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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