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제·안보 두 마리 토끼… 자유 진영의 大勢 따라야

김영준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2023. 8. 1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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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진영 간의 대립이 커지는 가운데 경제와 안보 문제가 서로 결부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이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국제 정세의 변동 속에서 나라마다 명암(明暗)이 갈리는 모습이다.

우리가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를 오가며 우왕좌왕하는 사이 일본은 꾸준히 미일 동맹을 강화해 가며 아시아의 핵심 동맹국으로 자리 잡았다. 외교, 안보 현안뿐 아니라 경제 면에서도 실리를 챙기고 있다. 최근 일본에는 중국에서 빠져나오는 외국인 투자 자금이 몰리고 있다. 올해 들어 월평균 10조원이 넘는 외국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최근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일본으로 유입된 반도체 관련 투자 금액만 20조원이 넘는다. 닛케이(日經) 지수가 3만3000을 돌파했는데, 이는 연초 대비 30%의 상승률로 거품이 한참이던 1989년 말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일본은 올해 우리나라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0% 수준의 저금리와 엔화 약세를 배경으로 소비와 서비스업 성장이 탄탄한 가운데 고용 사정도 양호하다. 출산율 하락과 인구 고령화로 우리 경제가 일본식 장기 침체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되는데, 지금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의 터널 끝이 보인다는 희망에 차 있다.

지금 국제 정세의 대세(大勢)는 어느 쪽인가. 우리 경제가 경직적인 노동시장, 늘어난 재정 적자와 가계 부채 등의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는 반면, 미국은 지금 호황의 연착륙을 고민하고 있다. 그런데 단기적인 경제 사이클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보여준 미국 경제의 견고함이다. 지난 30년간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평균 2.5%로 0∼1%대의 성장률을 보이는 다른 선진국들보다 2배나 높다. 30년 전 영국, 프랑스 등 다른 선진국들과 비슷한 수준이었던 미국의 1인당 GDP는 이제 이 국가들의 2배에 가깝다.

현재 정보통신, 바이오, 항공 우주 등 미래 산업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 대부분이 미국에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과 연구소들이 있으며 각국에서 최고의 인재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위기 때일수록 가치가 증가하는 달러화를 바탕으로 글로벌 금융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여기서 조달되는 막대한 자금이 미국의 첨단 기업에 투자되고 있다. 지난 30년간 다우존스 지수는 약 10배, 나스닥 지수는 약 20배 상승하였는데 이는 세계가 미국 경제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말해 준다. 향후 세계 경제를 주도할 혁신의 중심은 미국에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미국과 유럽의 서구 자유주의 국가들과 러시아를 지지하는 중국, 벨라루스, 북한 등 권위주의 국가들의 대립 구도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의 양상은 권위주의 국가들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수개월 내에 전쟁을 끝내겠다는 계획과 달리 러시아는 여전히 고전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많은 취약함을 노출하고 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대외 교역이 위축되면서 중국의 올해 성장률은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10년간 중국의 성장률은 가파르게 낮아지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모두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성과가 있어야 한다. 이를 알기에 어떻게해서든 국제적인 고립은 피하려 할 것이다. 지난 20년간 중국의 가장 큰 수출 대상국은 미국이었다. 중국은 여전히 많은 부분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체제 안정을 위해서라도 중국이 경제적으로 고립을 감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결국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주의 진영의 대세(大勢)를 따를 것이다.

양쪽 모두와 손잡을 수 있는 경제 문제와 달리 안보 문제는 그럴 수 없다. 경제와 안보가 하나로 엮이는 현 상황은 곤혹스러워 보이지만, 20세기 이후 국제 정세에서 곤혹스럽지 않은 시기는 한순간도 없었다. 개인이나 기업과 마찬가지로 국가도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없다. 독립 이후 대한민국 경제의 괄목할 만한 성장은 미국과 함께 자유 진영의 대세(大勢)를 따랐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자유 진영의 대세를 따르는 것은 경제적 번영을 가져다주었을 뿐 아니라 정의롭고 보편적이기까지 했다. 다가오는 한미일 정상 회담의 좋은 성과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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