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유승희는 아직 ‘정점’을 찍지 않았다

손동환 2023. 8. 14.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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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3년 7월호에 게재됐다. 인터뷰는 6월 15일 오후에 진행됐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커리어 하이를 찍은 A급 선수가 있다. 그러나 커리어 하이는 순식간에 날아갔다. 자존감 또한 많이 사라졌다. 그래서 마음을 더 독하게 먹었다. 목표는 하나. 예전보다 더 높은 지점에 도달하는 것이다. 아산 우리은행으로 팀을 옮긴 유승희의 이야기다.

INTRO
전주 기전여고를 졸업한 유승희는 2013 WKBL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전체 3순위로 용인 삼성생명에 입단했다. 운동 능력과 공격력을 갖췄지만, 기라성 같은 선배들 틈에서 자기 잠재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다가 2016~2017시즌 도중 3대3 트레이드로 인천 신한은행에 입성했다.(삼성생명 소속이었던 유승희-양지영-김형경이 신한은행으로 이적했고, 신한은행 소속이었던 박다정-이민지-양인영이 삼성생명으로 적을 옮겼다) 신기성 감독(현 SPOTV 해설위원) 밑에서 기회를 얻었고, 2017~2018시즌에는 데뷔 처음으로 정규리그 전 경기(35경기)를 소화했다.
그러나 유승희의 오른쪽 무릎 전방십자인대가 2018년 여름에 열린 박신자컵에서 파열됐다. 2019년 여름에 어렵게 복귀했지만, 같은 부위를 또 한 번 다쳤다. 출전 기회는 물론, 선수 생명조차 장담하기 어려웠다.

2013 WKBL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전체 3순위로 삼성생명에 입단했습니다.
정말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선발됐어요. 그리고 드래프트 다음 날 바로 팀에 합류했어요. 정신없이 보냈죠. 그리고 기회를 받아도, 기회의 소중함을 몰랐어요. 트레이드 이후에야, 기회에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때서야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커졌죠.
말씀하신 대로, 2016~2017시즌 신한은행으로 트레이드됐습니다.
‘유망주’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신인 때 뛰는 선수도 저밖에 없었어요. ‘삼성생명에 계속 남겠지. 삼성생명에서 계속 뛰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모든 일에 임했던 것 같아요.
그러던 찰나에, (윤)예빈이랑 (이)주연이 등 좋은 신인들이 많이 합류했어요. 제 팔꿈치 인대도 손상됐어요. ‘내가 이 팀에서 필요하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신한은행으로 트레이드됐어요. (김)아름이랑 또래 선수들과 경쟁을 하면서, 제 마음이 조금씩 달라졌어요. 트레이드가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됐죠.
2017~2018시즌에는 데뷔 후 처음으로 정규리그 전 경기를 뛰었습니다. 이전 시즌과의 차이는 어떤 게 있었을까요?
(유승희는 해당 시즌 경기당 17분 6초 동안 3.86점 1.54어시스트 1.46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신기성 감독님(현 SPOTV 해설위원)께서 기회를 많이 주셨고, (김)단비 언니(현 아산 우리은행)와 (곽)주영 언니(은퇴), (김)연주 언니(현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등 베테랑 언니들도 많았어요. 또, 그때는 외국 선수도 있었어요. 저는 열심히 뛰기만 하면 됐죠.
그렇지만 시즌 전 경기에 나설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엄청난 성과였죠. 그것만 해도, 저의 성장에는 엄청난 플러스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욕심을 더 크게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2018년 이후 오른쪽 무릎 전방십자인대를 두 번이나 다쳤습니다. 좌절감이 컸을 것 같아요.
처음 다쳤을 때만 해도, 아무 것도 모르고 재활을 했어요. 그런데 두 번째 수술을 받고 나니, ‘그만둬야 하는 건가?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고요. 무엇보다 제 감정이 조그만 통증 하나에 좌우됐어요. 그만큼 감정 기복이 심했어요.
하지만 트레이너 선생님을 포함한 주변 분들이 너무 좋으셨어요. 제 감정 기복을 잘 컨트롤해주셨죠. 그리고 ‘유승희는 이제 끝이다’고 평가하신 분들께도 감사해요. 그것 때문에, 제가 이를 악물고 재활했거든요.

기다림의 끝에는 무언가가 항상 찾아온다
위에서 이야기했듯, 유승희는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게다가 몸 상태도 불투명했다. 유승희가 시련을 극복해야 하는 것은 물론, 유승희를 기다려줄 여건도 필요했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들이 유승희에게 필요했다.
하지만 유승희에게 행운이 따랐다. 먼저 신한은행에 새롭게 부임한 정상일 감독이 유승희를 기다려줬다. 2021~2022시즌부터 지휘봉을 잡은 구나단 감독대행(현 인천 신한은행 감독)이 유승희의 장점을 잘 활용했다. 오랜 시간 인내해온 유승희는 포텐을 터뜨렸다. 리그 내의 위치도 달라졌다. 시련과 인내 끝에 얻은 결과였기에, 유승희의 도약은 더 인상적이었따.

2020~2021시즌 복귀했습니다. 정규리그 전 경기(30경기)를 소화했는데요.
(유승희는 해당 시즌 경기당 19분 53초를 뛰었다. 평균 6.03점 2.63리바운드 1.73어시스트로 데뷔 후 최고의 기록을 남겼다)

비시즌 훈련의 모든 과정을 오랜만에 소화했어요. 열심히 했기 때문에, 기대도 컸어요. 비록 초반에는 힘들었지만, 포기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주위에서 많이 이끌어주기도 했죠. 그런 점이 좋은 결과로 나왔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 때 경기를 가끔 보면, ‘내가 농구를 정말 못했구나’라고 생각해요. 주변 사람들은 더욱 더 그런 생각을 하셨을 거예요. 그렇지만 저의 복귀 자체를 좋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너무 감사해요.
2021~2022시즌에는 커리어 하이를 찍었습니다.
(유승희는 해당 시즌에도 정규리그 전 경기를 뛰었다. 경기당 32분 56초 동안 11.97점 5.5리바운드 3.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시즌 중에는 제 기록을 인지하지 못했어요. 기복도 심하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결과를 보니, 제가 꿈으로 삼았던 대표팀 예비 엔트리에도 포함됐더라고요. 비록 최종 엔트리에는 들지 못했지만,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열심히 노력하면, 얻는 게 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때는 농구가 재밌었을 것 같아요.
솔직히 재미있지는 않았어요.(웃음) 더 정확하게 말하면, 감사한 마음이 더 컸어요. 코트에 설 수 있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너무 기쁜 일이었거든요.

꺾여버린 상승세
신한은행은 2021~2022시즌 종료 후 큰 변화를 겪었다. 팀의 에이스이자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김단비가 아산 우리은행으로 이적한 것. 김단비의 이적은 여자농구에서 전혀 생각할 수 없었던 시나리오였다.
신한은행이 입은 타격은 더 컸다. 게다가 유망주 포워드였던 한엄지도 잡지 못했다. FA 보상 선수로 김소니아와 김진영을 얻었지만, 신한은행을 바라보는 시선은 우려로 가득했다.
그래서 유승희의 역할이 중요했다. 신한은행에서 많은 역할을 부여받았고, 신한은행의 컬러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좋지 않은 몸이 발목을 잡았다. 유승희가 2021~2022시즌의 기세를 유지하지 못했던 이유다.

김단비 선수가 우리은행으로 이적했습니다. 입은 충격이 컸을 것 같아요.
충격도 충격이지만, 아무 반응도 할 수 없더라고요. 시간이 지난 후에야, 언니의 마음을 돌아볼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언니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이해되는 것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단비 언니가 잘했으면 좋겠다. 단비 언니가 목표로 했던 것들을 이뤘으면 좋겠다’고 단비 언니를 응원했어요. 단비 언니가 다행히 좋은 결과를 냈고, 저는 그런 단비 언니를 축하해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좋았어요.
유승희 선수의 부담도 커졌습니다.
단비 언니가 나가기는 했지만, 저희 팀은 저희 팀만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어요. 그렇지만 단비 언니의 공백은 생각보다 크더라고요.
그리고 선수단의 변화가 컸잖아요. ‘역시 조직력은 한 시즌 만에 나오기 어렵구나’라는 생각을 또 한 번 했습니다. 거기에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게 겹쳤어요. 그런 이유 때문에, 부담이 더 쌓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유승희 선수도 기대만큼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군요.
(유승희는 2022~2023시즌 18경기 평균 25분 59초를 소화했다. 경기당 9.0점 3.89리바운드 2.6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여러 가지 상황을 앞에서 말씀드렸지만, 결국은 제 탓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많이 부족했거든요. ‘커리어 하이를 찍었을 때보다 열심히 운동했나?’라며 훈련 과정을 돌아보기도 했고요.

“커리어 하이는 아직입니다”
유승희는 2022~2023시즌 내내 트레이드 루머에 시달렸다. 그 루머는 현실이 됐다. 그 시작은 우리은행이었다. 우리은행은 먼저 FA였던 김정은을 하나원큐로 떠나보냈고, 보상 선수로 김지영을 데리고 왔다.
신한은행이 우리은행으로 합류한 김지영을 원했다. 우리은행은 마침 유승희를 원했다. 두 구단의 이해타산이 맞아떨어졌고, 유승희는 트레이드로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었다. 우리은행은 유승희에게 프로 데뷔 후 세 번째 구단이 됐다.
유승희의 부담이 또 한 번 커졌다. 표면만 놓고 보면, 유승희는 김정은의 빈자리를 메워야 하는 선수이기 때문. 또, 우리은행이라는 새로운 팀에 적응해야 한다. 그래서 유승희는 이번 여름을 더 독하게 보내려고 한다.

우리은행으로 트레이드됐습니다.
신한은행에 있을 때, (한)엄지(현 부산 BNK 썸)와도 친하게 지냈어요. 엄지가 도쿄 올림픽 대표팀으로 선발됐을 때, 전주원 코치님(현 아산 우리은행 수석코치)이 대표팀 감독이셨잖아요. 엄지가 “엄청 디테일하시다”며 전주원 코치님의 세밀한 지도 방식을 이야기해주더라고요.
그리고 지난 5월에 트레이드로 우리은행에 합류했습니다. 위성우 감독님과 전주원 코치님, 임영희 코치님한테 배울 기회를 얻었어요. 배우고 싶었던 분들한테 지도를 받는 거였기 때문에, 의미가 남달랐습니다. 또, “우리는 너의 농구만 보겠다”는 감독님과 사무국장님의 말씀에도, 너무 감사했어요.
밖에서 본 우리은행은 어떤 팀이었나요?
항상 강팀이었어요. 선수단 구성이 어떻게 되든, 누가 몇 경기에 나오지 못하든, 우리은행은 강했으니까요.
우리은행에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비시즌 훈련을 시작한 건 맞지만, 전술 훈련을 시작한 건 아니에요. 그래서 제가 해야 할 역할을 정확히는 알 수 없어요. 다만, 우리은행에는 1인분 이상을 해내는 선수가 많아요. 그래서 저는 최소한 1인분을 해야 해요.(웃음)
2023년 여름이 유승희 선수에게 여러모로 중요할 것 같습니다.
독하게 하고 싶어요. 그렇지만 너무 독하게 하다 보면, 오버 페이스를 할 수 있어요. 그러다 다치면, 모든 게 0으로 돌아가요. 그래서 조심스러운 면이 있어요. 단비 언니와 (고)아라 언니도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이끌어주는 대로 해. 그러면 좋은 결과가 나올 거야”고 격려해줬고, (김)정은 언니 역시 “너는 잘할 거니까 걱정하지 마라. 건강하게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경기력이 나올 거야”라고 해주셨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2021~2022시즌의 커리어 하이가 제 농구 인생의 최고점이 아니었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요.

일러스트 = 정승환 작가(본문 첫 번째 사진)
사진 = WKBL 제공(본문 2~4번째 사진), 김우석 기자(본문 마지막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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