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구환 교수의 정치 프리즘] 삼세번…대립구조 지양하는 우리사회 숫자 ‘3’
안건 상정되면 본회의·위원회·본회의
쉽게 결정하지 말고
국민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충분히 심의한 후에 결정하라는 의미
민주주의 국가 삼권분립
입법부·사법부·행정부 분립 원칙
상호 권한 인정하고 견제와 균형 통해
민주제도 완성하라는 의미
한 사건에 대한 삼심제(三審制)
조선시대 3심 원칙 사형죄처결법
1421년(세종 3년)에 최초 제정
객관적 사실에 입각해 억울한 피해자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
지자체장 3번 연속 재임만 가능
국회의원 적용되지 않아 불공평
자신들에게 불리한 법률 개정
의원들 스스로 할 수 있을까
기득권 내려놓기 어디 쉬운가
지속가능발전 3대 기반 요소
경제적 가치·사회적 가치·환경적 가치
동시 조화 이룰 때 지속가능 발전 가능
우리 일상생활에 숫자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 그중에서도 3이라는 숫자가 그렇다. 우리는 하루 세끼를 먹는데, 3장(된장·고추장·간장)은 우리 음식에서 빠지지 않는 재료다. 내기를 할 때 삼세판은 기본이다. 모임에 늦은 사람에 3배의 벌칙이 부여되고, 중매에서도 적어도 세 번은 만나 보라고 한다. 연초의 결심이 3일 만에 흐지부지되기도 한다. 모양, 형태, 등급도 대·중·소나 상·중·하로 구분한다.
종교에서도 3은 중요하다. 삼위일체가 그렇고, 예수께서 말씀하신 대로 베드로는 예수를 세 번 부정한다. 나쁜 업을 뉘우치고 깨달음을 얻는 불교의 삼보일배 수행법, 유교 도덕사상에서 3강(三綱)은 세상의 근본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창제하실 때도 천(天)·지(地)·인(人)이라는 3글자에 기초했다고 한다. 중국 삼국시대 유비가 제갈량을 세 번 방문해 군사(軍師)로 삼은 일화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 세 번의 방문은 유능한 인재를 등용하기 위해 참을성 있게 노력한 과정과 결과다.
3이라는 숫자를 생각하면 1은 왠지 부족하고, 2는 어중간하며, 3은 왠지 꽉 찬 느낌이다. 해와 달이 있고 별이 있듯이 말이다. 이원적 대립 구조가 3으로 결합되어 조화를 이룬다고 할 수 있다.
권력구조에서도 3이라는 숫자가 나타난다. 권력의 집중과 오남용을 막기 위해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라는 삼권분립을 기초로 하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권력분립의 원칙이다. 상호 독립적 권한을 인정하고, 견제와 균형을 통해 민주제도를 완성하라는 의미다. 3권 중에 하나라도 잘못되면 바람직한 민주사회가 되지 못한다.
선거에서도 숫자 3이 활용된다. 지방자치법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3번 연속 재임만 허용된다. 연속 3번이면 충분하니 그 이상은 하지 말라는 것이다. 임기가 4년이니 3번 연속 재임하면 12년을 하게 된다. 흔히 쓰는 말로 강산이 변한다.
왜 3번까지만 연속하는 것으로 제한했을까? 입법의 근본 취지는 장기 집권으로 인한 폐해를 방지하는 데 있다. 연속 재임을 하면 지역 내 특정집단과 결탁하게 되고, 유능한 인사의 등용이 어렵다는 취지다. 그런데 이런 규정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만 적용된다. 국회의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공평하다고 볼 수 없다. 국회의원도 장기 집권과 결탁이라는 문제에서 예외일 수 없는데 말이다. 국회의원 임기에 대한 개혁의 목소리가 제기되는 이유다. 국회의원도 3번 연임으로 제한하거나 동일 지역에서 3번까지 만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개혁이 필요하다면 실행해야 하는데, 법률 개정이 급선무이다. 법률 개정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이루어진다. 국회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법을 스스로 만들 수 있을까? 쉽지 않다.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기가 어디 쉬운가.
정치권에서도 3이라는 숫자가 활용된다. 삼독회제(三讀回制)가 그것이다. 말 그대로 3번 읽는다는 뜻이다. 국회에 어떤 안건이 상정되면, 본회의, 위원회, 본회의라는 3번의 과정을 겪는다. 본회의는 안건 상정을 보고하고, 각 상임위원회로 넘겨 전문 심사를 하게 되며, 최종적으로는 본회의에서 표결된다. 3번의 과정을 거치는 것은 쉽게 결정하지 말고, 국민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충분히 심의한 후에 결정하라는 의미다.
의회의 안건은 의사봉 3타로 종결된다. 본회의 안건은 심사보고를 듣고, 질의, 토론을 거쳐 표결한다. 표결 후 최종 행위는 의사봉 3타다. 왜 의사봉을 3번 치는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다. 1타는 통과됨을, 2타는 이의가 없음을, 3타는 지킬 것을 맹세한다는 차원에서 친다고 한다. 또 다른 설은 이만섭 전 국회의장의 말이다. 1타는 여당 쪽을 보면서, 2타는 야당 쪽을 보면서, 3타는 청중석의 국민을 보면서 쳤다고 한다.
의사봉 3타는 형식적 행위지만, 지켜야 할 절차다. 1, 2타만 칠 수도 있고, 실제 있었던 일이지만 말로 3타라고 한 사례도 있다. 행위로서의 의사봉 3타가 없다고 법적으로 무효임을 단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절차에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절차적 기준이나 관례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의사봉 3타는 특정 집단의 독단적 운영을 방지하고, 합의에 의한 민주적 최종 절차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 국회법 개정을 통해 날치기 통과를 없앤 이유를 되새겨야 한다.
사법제도에서도 3이라는 숫자가 의미 있다. 한 사건에 대해 3번 심판받을 수 있는 삼심제(三審制)다. 법원 재판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많다. 그 변수를 줄이고 객관적 사실에 입각해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조선시대 3심을 원칙으로 하는 사형죄처결법은 1421년(세종 3년)에 최초로 제정됐고, 이를 법제화한 것이 경국대전이라고 한다. 특히 비슷한 사건에 형량이 다르다면, 사법제도 자체를 신뢰하기 어렵다. 사법부가 부패하면, 개인과 사회 신뢰는 낮아진다. 선진국의 위상은 사회 신뢰에서 비롯되는데, 그들만의 그릇된 세상이 되면 안 된다. 사법부와 사회 신뢰는 사회경제 발전과 정비례한다. 사법부 3심의 의미를 공정한 사회경제 발전과 연결해야 하는 이유다.
국제사회적으로도 중요하게 부각되는 개념이 있다. 지속가능발전이다. 우리도 1987년 ‘환경과 개발에 관한 세계위원회(WCED)’에서 이 개념을 제시한 이후 지속가능발전기본법을 제정했다. 지속가능발전을 국가와 지방, 인류사회의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지속가능발전의 3대 기반요소로 경제적 가치, 사회적 가치, 환경적 가치를 규정했다. 어느 하나의 가치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3대 가치가 동시에 조화를 이룰 때 지속가능한 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3이라는 숫자는 대립구조를 지양한다. 격렬한 양자 대립적 구조는 사회적 손해이기 때문이다. 조화로운 결합이 사회 곳곳에서 진행되면 좋겠다. 특히 정치사회 지도층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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